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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가 개그와 비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조선족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황해'와 특정 직업군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현대레알사전'이다.
2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코너 '황해'에서는 조선족이 보이스피싱을 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냈다. 조선족으로 등장한 개그맨들은 어색한 말투로 "당황하셨어요?"를 연발했고, 숫자를 말할 때는 조선족의 특유의 발음을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쉽게 보고 흘렸을 때는 웃음의 소재가 되는 부분이었지만, 조선족이 보이스피싱을 한다는 설정으로 조선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또 '현대레알사전'에서는 더빙 영화에 대해 오디오와 배우의 입모양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을 꼬집어 희화화 했다. 이 역시 웃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성우라는 특정 직업군들에게는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방송 후 성우 구자형은 3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건 그 일을 직접 하고 있는 관련자로서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더빙 관련한 모든사람이 우선 가치로 삼는 것 중의 제일 기본이 바로 '입길이'이기 때문"이라며 "기본을 완전히 부정하는 '픽션'을 '팩트'로 개그를 하다니"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어쩌다가 한번 본 것을 일반화 시키는 것인가, 정말로 관련자들이 해이해진건가, 성우가 아닌 비전문가의 더빙을 들었는가, 아니면 더빙영화를 퇴출시키려는 어떠한 움직임인가"라고 덧붙였다.
두 가지 모두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일순간 웃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과장된 표현과 상황은 순간 터지는 웃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개그를 보는 다양한 시선을 염두에 둔다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개그임은 분명하다. '개그콘서트'는 국내 대표 개그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시청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순간의 웃음을 위해 특정 인물이나 직업군을 희화화 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물론 다른 의도가 내포돼 있는 풍자 개그도 존재한다. 풍자와 비하의 판단도 쉽지 않은 것만은 이해하는 부분이다.
더욱 큰 문제가 바로 이런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많은 사랑을 받은 '용감한 녀석들'에서 군인 비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으며, '체포왕'에서는 지적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모든 시청자들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또 개그는 개그로 봐야 하는 시청자들의 너그러운 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개그콘서트'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책임감이다.
[조선족과 성우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개그콘서트'. 사진 =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캡처]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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