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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화려한 오렌지색 머리에 기타를 들고 북한의 록을 전파하겠다는 북한 간첩이 있다. 바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속 리해랑(박기웅)의 이야기다.
리해랑은 북한 초고위층 간부 아들이다. 서자라는 출생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리해랑은 이를 감추기 위해 더욱 쿨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무슨 일이든 재밌어야 한다"는 단순한 성격으로 죽음을 부르는 훈련조차도 즐기며 위대한 스파이가 됐다.
한번 태어난 인생, 역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남파됐지만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록커 지망생으로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 하지만 남한 오디션의 벽은 높았다. 북의 진정한 록을 보여주겠다는 꿈은 저만치 날아간 지 오래. 매번 오디션에서 쓴 고배를 마신다.
▲ 원작 리해랑과 똑같이 하고 싶진 않았어요
신분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도 이들보다 자유분방하다. 오렌지 컬러에 파격에 가까운 헤어스타일은 남파된 스파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 이렇게 튀는 리해랑이지만 원류환, 리해진과 조화를 이뤄내야 했다. 이것은 배우 박기웅에게 주어진 또 다른 임무이기도 했다.
"세 명이 패키지 같이 붙어 다니지만 성향이 모두 다르잖아요. 리해랑은 튀는 성향과 비주얼, 튀는 연기를 해야 하지만, 또 그들 사이에 조화를 이뤄야 하니까요. 그런 선을 잘 타면서 연기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 부분이 많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액션과 리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조화가 없으면 알파치노 같은 배우가 와도 살 수 없어요."
김수현이 맡은 동구의 경우는 원작과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인다. 하지만 리해랑은 조금 달랐다. 원작에서는 노란머리였지만 영화에서는 오렌지색으로 변했고, 헤어스타일도 달라졌다. 이에 대해 박기웅은 "원작과 똑같이 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원작 리해랑과 똑같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바꿨죠. 원래는 노랑머리였다. 콘셉트를 잡으면서 재창조 시켰어요. 원작이 있는 작품이 많잖아요. 너무 똑같이 만들면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같은지 다른지만 보게 되니까요. 원작의 느낌을 살리되 박기웅의 리해랑을 만들자고 생각했죠. 원작 팬들이 봤을 때 '저런 해랑도 괜찮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바보 동구에서 많은 시선이 몰리기 마련이다. 다른 캐릭터들보다 더 자세히 묘사된 이유도 있지만 긴 원작을 두 시간 정도 되는 영화로 함축 시킨 것도 한 몫했다. 하지만 분명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원류환과 리해랑, 리해진 세 사람의 이야기다. 친 형제처럼 지내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긴 웹툰 원작을 짧게 함축시켰잖아요. 몇 되지 않았던 에피소드로 세 명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야했죠. 관객들이 '별 에피소드도 없는데 왜 친해졌어?'라고 느끼면 안 되잖아요. 셋이 모여 촬영할 때면 '이 신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 '은위' 비장하게 말고, 재밌게 봐주세요
'은밀하게 위대하게' 촬영을 하면서 박기웅이게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미대출신으로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박기웅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박기웅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기타 선율을 접할 수 있다.
"이번 영화 찍으면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취미가 됐어요. 지난 3월에 일본 팬 미팅을 갔는데 거기서도 기타를 쳤죠. 방금도 커피숍에 기타가 있기에 쳐 봤어요. 영화에서 나오는 기타 치는 장면도 제가 직접 연주 한 거예요. 새로운 취미가 생긴 거죠. 가끔 집에서 TV보면서도 치고 그래요."
영화를 통해 달라진 것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살'이다. 전작인 KBS 2TV 드라마 '각시탈' 촬영이 끝났을 당시 무척이나 말랐던 것과 비교했을 때 얼굴에 살이 올라 있었다. 바로 박기웅의 어려보이기 위한 의도였다.
"지금은 다시 살을 조금 뺀 상탠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촬영했을 때는 좀 찌웠어요. (김수현, 이현우)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편이라서요. 제가 볼에 살이 있으면 좀 어려보이거든요. 하하. 동생들과 잘 섞여야 했으니까요. 일부러 찌운 거예요. 제가 몸무게 차이가 크지 않으면 잘 찌고 잘 빠지는 편이라서요."
마지막으로 박기웅은 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재밌게 보라고 만든 영화다. 비장하지 않고,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해랑의 대사가 있거든요. '잘 놀다간다'는 대사처럼 재밌게 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드라마보다 영화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건 사실이잖아요. 오픈마인드로 보시고 '재밌게 잘 봤네'라고 돌아가셨으면 해요."
[배우 박기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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