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8연속 위닝 시리즈로 가는 발판을 놓으며 2위까지 위협하고 있다. 가히 무서운 상승세다.
시즌 전 평가는 4강권 밖이었지만, 한때 7위까지 떨어졌던 LG 트윈스는 무서운 기세로 이제는 2위까지 위협하고 있다. 고비마다 팀을 어려움에 빠뜨렸던 넥센 히어로즈까지 끝내기로 물리치고 LG는 8연속 위닝 시리즈를 향한 초석을 놓았다. 시즌 전적 1승 4패로 열세였던 넥센전에서 승리하며 2위 넥센과의 승차는 2.5게임.
이 과정에서 팀을 하나로 묶은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은 단연 돋보이고 있다. 현역 시절 여러 팀을 거치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가는 곳마다 후배 선수들을 이끌었던 김 감독은 팀 분위기를 끈끈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캡틴인 이병규도 "감독님은 선수일 때나 감독이 되신 후에나 한결같으신 것 같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이병규는 김 감독과 같은 팀에서 뛴 적은 없지만,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서 함께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실제로 LG의 분위기는 김 감독 부임 이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된 승리로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신구의 조화까지 이뤄지고 있다. 이병규(9번)와 박용택, 봉중근, 정현욱 등으로 대표되는 베테랑 세력에 오지환, 문선재와 같은 신예들이 도움을 주고 있고, 중간에는 20대 후반~30대 초반에 해당하는 이동현, 우규민, 김용의 등이 더해진 것이 지금의 LG다.
김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리더십으로 다양한 멤버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에게 긴장을 심어주는 동시에 배려까지 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14일 경기에서의 선수 기용이다.
김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최근 고정 4번인 정의윤을 라인업에서 뺐다. 최근 쉬지 않고 계속해서 경기에 나선 정의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도였다. 4번 자리에는 정의윤을 대신해 '빅뱅' 이병규(7번)가 나섰다.
이와 같은 라인업 구성으로 김 감독은 정의윤에게 긴장을 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기존에 3번 혹은 5번에 있던 선수를 옮겨 4번을 맡기는 대신 새로운 선수에게 4번 자리를 줬다. 라인업의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두면서 정의윤만 쉬게 하며 김 감독은 정의윤이 안주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동시에 체력적으로는 배려했다.
그러면서 이병규에게는 '네가 4번타자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기 힘들다고 한 이병규에게 "규정타석에 4타석 모자라 수위타자를 못 하게 될 상황에 오늘이 시즌 마지막 경기라도 못 뛰겠느냐?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근성이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을 강하게 꾸짖었지만,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 김 감독은 이병규에게 믿음을 불어넣어 줬다.
김 감독은 이진영이 부상으로 이탈해 외야 자원이 급할 때에도 이병규를 성급히 부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절치부심한 이병규가 퓨처스리그에서 .418의 고타율로 좋은 모습을 보인 뒤에야 불러들였다. 그리고 1군에 합류시킨 뒤에는 적극적으로 이병규를 기용하며 자신감을 살려주고 있다. 사실 김 감독은 시즌 전 "작뱅이라 부르니 작아지는 것 같다"며 이병규를 '빅뱅'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할 정도로 이병규를 배려했다.
배려와 긴장감 조성을 동시에 하면서도, 절대로 선수를 탓하지 않는 것이 김기태 리더십의 핵심이다. 또한 감독으로서 하기 힘든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데 있어서도 주저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말이 이례적이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을 배려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현재 리그 1위인 팀 평균자책점(3.64)과 2위인 타율(.282)을 비롯한 수치들이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김 감독이 긴장감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2002년 이후 맥이 끊긴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여부는 이번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김기태 감독(위)-14일 경기에서 끝내기 승리 후 환호하는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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