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울산 안경남 기자] 이상하다. 태극마크만 달면 손흥민(21·레버쿠젠)이 작아진다. 단순히 기복이 심해서 일까?
손흥민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이란과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73분을 뛰었지만 골 사냥에 실패하며 한국의 0-1 패배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은 조2위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앞선 우즈베키스탄전서 최전방과 측면을 소화했던 손흥민은 이날 측면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력은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었다. 전반 20분 이동국(전북)이 헤딩으로 떨궈준 찬스서 날린 슈팅은 크로스바를 넘어갔고 전반 40분 이명주(포항)에게 연결해준 패스는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에도 몇 차례 돌파를 시도했지만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확실히 이날 손흥민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활약은 있었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은 실망스러웠다. 계속해서 후방으로 내려와 패스를 받았던 지동원(선덜랜드)와 달리 손흥민은 최전방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한국의 공격은 대부분 오른쪽에서 이뤄졌다.
손흥민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서 엄청난 골을 여럿 만들어냈다. 축구 팬들은 태극전사 손흥민에게 그런 번뜩임을 기대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아니다. 아니, 메시도 아르헨티나에선 매번 바르셀로나에서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한다.
더구나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도 어느정도 기복이 있는 선수였다. 잘하는 경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마드리드) 못 지 않았지만, 못하는 경기에선 평범했다.
환경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최강희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밀집수비를 쓰는 아시아국가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상대가 수비라인을 내렸을 때 빈 공간을 파고드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카타르와의 5차전서 극적인 골을 넣었지만 손흥민이 직접 만든 골은 아니었다.
반면 역습 상황에선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선 상대 수비수 3~4명을 달고 뛰었고, 이란전에서도 전반 20분 빠른 스피드로 이란 수비를 따돌린 뒤 쇄도하는 이명주에게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다. 비록 득점이 되진 않았지만 한국이 이란을 상대로 만든 가장 완벽한 득점 장면이었다.
물론, 몇 경기를 가지고 태극전사 손흥민을 판단하긴 이르다. 과거 손흥민의 말처럼 그는 이제 21살일 뿐이다. 그에게 당장 전성기 박지성(퀸즈파크레인저스)의 활약을 요구할 순 없다. 그럼에도 손흥민에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손흥민.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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