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레전드가 바라본 레전드. 다르긴 달랐다.
SK 이만수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의 공통점. 바로 삼성 레전드 출신이라는 것. 이 감독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류 감독은 1987년부터 1999년까지 삼성에서 뛰었다. 이 감독과 류 감독은 8~90년대 삼성의 센터라인을 책임진 레전드였다. 또 하나. 두 사람 모두 현역 말년 미래의 레전드를 까마득한 후배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1995년 삼성에 입단했다. 까마득한 초년병시절 이 감독과 류 감독을 대선배로 모셨다. 이 감독과 류 감독이 은퇴한 뒤 90년대 말과 2000년대를 주름잡았다. 20일 인천 SK전서 마침내 한국야구 통산 최다홈런 신기록을 수립했다. 명실상부한 홈런 레전드가 된 것. 그렇다면, 이 감독과 류 감독이 기억하는 이승엽의 초년병 시절은 어땠을까. 약속이나 한 듯 극찬을 쏟아냈다.
▲ 이만수 감독도 인정한 팔로우 스윙
이만수 감독은 “당시보다 지금 몸이 상당히 좋아졌다. 스윙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라고 했다. 여기까진 단순한 인상. 이 감독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승엽을 입단했을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다고 했다. “투수를 했다고 들었다. 치는 걸 보니까 생각보다 잘 하더라”고 했다. 이어 “퍼올리는 스윙을 했다. 예전엔 코치와 감독이 시키는 게 법이었다. 그런 스윙을 하면 혼냈다. 하지만, 난 좋아 보였다. 타구가 강하게 멀리 뻗어나갔다”라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기술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입단했을 때에도 팔로우 스윙이 완벽했다. 타격을 한 뒤 배트가 어깨 위로 올라가있다. 공을 때린 뒤 배트를 끝까지 밀어줬다. 쉬운 것 같아도 나는 그 흉내를 내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이승엽 입단 당시 타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 역시 타격에 일가견이 있었기에 이승엽에 대한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승엽이 입단하기 전까지 삼성 공격을 이끄는 간판타자였다. 그런데 이승엽의 등장과 함께 노쇠화의 길을 걸었고, 결국 이승엽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은퇴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와는 별개로 이승엽을 레전드로 인정했다. “나보다 더 잘 치는 타자”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 재능보단 노력, 류중일 감독의 ‘아차’
류중일 감독은 일화를 소개했다. 이승엽과 입단동기인 김승관 대구상원고 타격코치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종두 선배(2군 타격코치)와 얘기를 많이 했다. 이 코치는 승엽이가 더 잘 될 것이라고 했고, 나는 승관이가 더 잘될 것이라고 했다”라며 웃었다. 이승엽과 김승관. 입단 당시 주전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라이벌다운 경쟁도 해보지 못했다. 김승관은 전형적인 2군 유망주 스타였다. 1군에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채 은퇴했고 지도자로 변신했다.
류 감독은 “재능은 승관이가 오히려 더 좋았다. 그런데 승관이는 훈련량도 적었고 야구에 대한 열정도 조금씩 부족했다. 참 아까운 친구였다”라고 했다. 이어 “모 코치가 승관이한테 1달만 독하게 훈련해보자고 했는데, 딱 1달 훈련을 열심히 하더니 그 이후엔 또 열심히 안 하더라. 그게 안타까웠다”라고 했다. 당시 선수 김승관의 운명에 대해 짐작을 했다고 한다.
류 감독은 “내 눈이 삐었다”라고 웃었다. “승엽이는 입단했을 때도 야구밖에 몰랐다. 야구를 잘 할 때까지 술, 담배, 여자를 멀리하겠다고 하더니 진짜로 지켰다”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류 감독은 “야구는 재능도 중요하지만 노력이다. 재능만 믿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승엽이 그만큼 재능과 노력 모두 대단했다는 의미다.
이 감독은 야구에 필요한 기술, 류 감독은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회상했다. 좀 다른 내용이었지만, 이승엽이 왜 국민타자인지, 왜 국내 홈런역사를 새롭게 쓸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재능과 노력. 야구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모든 사람의 공통분모다.
[류중일 감독과 이승엽(위, 가운데), 이승엽(아래). 사진 = 문학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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