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구원왕 레이스에 위압감이 떨어진다.
올 시즌 구원왕 레이스. 30일 현재 구원 1위는 26세이브의 손승락(넥센)이다. 2위는 22세이브의 봉중근(LG). 3위는 20세이브의 김성배(롯데)와 앤서니 르루(전 KIA). 5위는 17세이브의 오승환(삼성)이다. 뒤를 이어 14세이브의 박희수(SK)와 10세이브의 송창식(한화)이 있다. 얼핏 보면 면면은 화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 실질적 최고 마무리 오승환, 세이브 기회가 없다
올 시즌 마무리 투수 중 세부기록이 가장 좋은 투수는 역시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평균자책점 1.16, WHIP 0.71, 피안타율 0.174로 수준급이다. 31이닝을 던져 볼넷은 단 3개뿐이었고 피홈런도 2개였다. 47세이브와 37세이브를 기록한 지난 2년과 비교해도 위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세이브 기회 자체가 적어 구원 부문을 쥐고 흔들지 못한다. 올 시즌 삼성은 유독 크게 이기는 패턴이 많다. 8,9회에 3점 이하 리드를 잡은 게임이 의외로 많지 않았다.
오승환은 2009년과 2010년 어깨 통증과 팔꿈치 수술로 풀타임을 뛰지 못했다.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 마무리 풀타임을 뛰기 시작한 2006년이후 단일시즌 최소 세이브가 지난해의 37세이브였다. 참고로 오승환은 40세이브만 세 차례 이상 거뒀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 시즌은 30세이브 돌파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세이브 기회 자체가 어느 누구의 마음대로 생기는 게 아니다. 지난 6~7년간 구원판도를 쥐고 흔들었던 오승환의 원하지 않는 세이브 감소. 이것만으로도 올 시즌 세이브 판도가 팥소 없는 찐빵이 된 이유로 충분하다.
▲ 최근 살짝 주춤한 손승락과 실질적 첫 풀타임 마무리 봉중근
손승락은 이미 구원왕 경험이 있다. 오승환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하던 2010년, 26세이브로 25세이브의 이용찬(두산)을 제치고 구원왕이 됐다.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에 거둔 성과. 이후 넥센 마무리는 계속 손승락이다. 손승락은 국내에서 오승환 다음으로 가장 강력하고 꾸준한 소방능력을 보여주는 투수로 평가 받는다.
손승락의 최근 페이스가 영 좋지 않다. 개인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지난해 33세이브를 넘어 3년만에 구원왕이 보이는 상황. 그러나 최근 5경기 중 2경기서 실점을 했다. 27일 대구 삼성전서는 9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실점하며 연장전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7월 7경기서 1승 5세이브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은 4.91이다. 피안타율도 시즌 0.241에 비해 높은 0.267이다.
진짜 더 큰 문제는 주춤하는 손승락을 다른 마무리 투수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이브 2위 봉중근은 LG의 꾸준한 호성적에 꾸준히 세이브를 쌓고 있다. 22세이브로 손승락을 바짝 추격 중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봉중근은 부상을 털고 돌아온 지난해의 등판 간격, 투구수의 제한을 받았다. 올 시즌이 실질적 첫 풀타임 마무리 시즌. 때문에 경험, 안정감, 내구성 등에서 손승락이나 오승환보다 뛰어난 건 아니다. 스스로도 “난 승락이, 승환이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할 정도. 물론 현 시점에선 손승락을 위협할 수 있는 실질적 최대 호적수다. 봉중근이 세이브를 더 많이 쌓으면 구원왕 판도가 뜨거워 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 국내야구, 압도적 마무리 투수 발굴이 필요하다
세이브 공동 3위 김성배와 앤서니는 원래 롯데와 KIA에서 구상한 마무리가 아니었다. 올 시즌 롯데 마무리 1,2순위는 지난해 마무리 김사율과 SK에서 소방능력이 검증된 정대현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두 사람 모두 구위난조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셋업맨으로 좋은 활약을 한 김성배에게 마무리 기회가 넘어갔다. 김성배는 다양한 공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했으나 기본적으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급기야 지난주엔 블론세이브를 연이어 기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한 흐름.
앤서니는 20세이브를 기록하고도 마무리 보직이 박탈됐다. 평균자책점 4.50이 말해주듯 실점이 많았고 안정감이 떨어졌다. 블론세이브도 4차례였고 실점하지 않아야 할 흐름에 점수를 내주며 경기를 꼬이게 한 적이 많았다. 결국 선발 전환 차원에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가 퇴출되는 비운을 맛봤다. 앤서니 역시 지난해엔 선발로 뛰었다. KIA의 고질적 마무리 난 속 차선책으로 마무리를 맡은 것이었다. 앤서니에게 마무리는 그리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
20세이브를 기록한 김성배와 앤서니의 상황이 이 정도다. 그만큼 국내야구에 마무리투수 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참고로 올 시즌 블론세이브는 87개. 4.1경기당 1개다. 정규시즌은 하루에 4경기가 동시에 열리니 매일 1차례는 블론세이브가 나온다는 소리다. 두산, NC 등 시즌 중 마무리를 교체한 팀도 있다. 삼성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팀이 불펜 불안에 시달린다고 보면 된다.
오승환, 손승락 이후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발굴되지 않았다. 대가 끊긴 홈런타자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다. 더구나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도 올 시즌 이후엔 해외진출 가능성이 있다. 만약 오승환마저 국내를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 마무리 대란. 그리고 2% 부족한 구원왕 레이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손승락(위), 봉중근(가운데), 오승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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