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매 경기 점수로만 보면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역대 어느 시리즈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명승부의 연속이다.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는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매 경기 1점차로 승부가 갈리고 있다.
4차전까지 양 팀 모두 홈에서 열린 2경기를 전부 승리로 가져갔다. 첫 3경기는 모두 끝내기로 끝났고, 연장전도 2차례나 있었다. 2번 치른 연장전에서는 양 팀이 1승 1패를 나눠가졌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명승부들의 연속이다.
이번과 같이 매 경기가 1점차였던 준플레이오프는 2003년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 해에는 준플레이오프가 3전 2선승제였고, SK가 삼성을 연파해 치열함에 있어서는 올해에 미치지 못한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전체로 봐도 전경기가 1점차였던 시리즈는 총 2회(2003 준플레이오프, 2010 플레이오프)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명승부보다는 실수와 더 큰 실수들의 연속에 가까웠다. 4경기 모두 1점차로 끝났지만, 어떻게 1점차로 끝났나 싶은 점이 많았을 정도로 양 팀의 크고 작은 실수들은 명승부가 될 수 있는 경기를 졸전으로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차전이었다. 목동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 넥센 선발 앤디 밴해켄과 두산 선발 유희관은 각각 7⅓이닝 4피안타 1실점, 7⅓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눈부신 투수전을 펼쳤다. 자책점이 1점씩 있었지만, 모두 선발이 물러난 뒤에 구원투수가 준 점수였다. 특히 유희관은 두 타자를 연속으로 출루시키는 경우도 없이 완벽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이후에 일어난 상황들은 투수전으로 기억될 수 있던 경기를 혼전으로 빠뜨려버렸다. 특히 홍상삼(두산)은 두 타자(박병호, 강정호)를 상대로만 3개의 폭투를 범하며 포스트시즌 1경기 최다 폭투 타이(3개) 기록을 작성했다.
이 경기에서는 김지수(넥센)의 끝내기로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실망스런 경기력은 이때부터 더 많은 지적을 받았다. 2차전까지의 문제는 3, 4차전의 관중 동원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잠실에서 시작된 3차전 관중은 2만 697명. 2005년 10월 10일 두산과 한화의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잠실에서 8년 만에 일어난 포스트시즌 매진 실패였다.
다음날 4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2만 7000명이 입장 가능한 잠실구장에 2만 2172명이 들어찼다. 프로농구가 개막하고 브라질과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이 있는 날이기도 했지만, 야구를 보기에 더 없이 좋았던 날씨를 생각하면 아쉽다. 인기 구단인 LG, 롯데, KIA가 없었다고 해도 포스트시즌 잠실 경기가 매진되지 않은 것은 영 어색했다.
흔히 포스트시즌 경기를 일컬어 '폴 클래식(Fall Classic)'이라고 한다. '가을의 명승부'라는 의미(흔히 쓰이는 '가을의 고전'이라는 표현은 'classic'이라는 어휘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다. 하지만 지금까지 넥센과 두산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는 다른 의미의 폴 클래식이다. 안타깝게도 누가 올라갈지가 아닌 누가 떨어질지(fall)를 가리는 승부(classic)가 되고 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알 수 있듯 계속되는 1점차 승부라는 단편적인 결과만으로는 명승부의 조건을 채울 수 없다. 내용이 중요하다. 이들 중 한 팀이 참가할 플레이오프와 가을야구 무대의 마무리를 장식할 한국시리즈를 위해서라도 양 팀의 분발이 필요하다.
4차전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4차전에서 양 팀은 이번 시리즈 들어 처음으로 실책 없는 경기를 했고,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 속에서 홈런이 깔끔하게 승부를 결정했다. 그리고 한 번도 한 팀이 2점 이상을 앞선 적이 없었다. 양 팀이 4차전과 같은 집중력을 5차전에서도 보여준다면 2013 준플레이오프는 명승부의 추억을 남기며 끝을 맺을 수 있다.
[4차전 흐름을 뒤집는 역전 투런홈런을 때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는 최재훈(위)-2차전 끝내기 안타를 뽑아낸 김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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