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BO가 공시한 FA 대상자 21인 중 대다수가 FA 신청을 완료했다. KBO는 9일 FA 대상자 명단을 공개한다. 최근 은퇴 후 퓨처스 감독으로 새출발을 한 박경완, 해외진출을 선언한 8년차 FA 대상자 오승환, 넥센 송지만 등이 FA 신청을 포기했다. 구단별로는 두산, LG, 한화가 3명으로 가장 많다. 삼성, 롯데, KIA가 2명, SK가 1명이다. 넥센과 NC는 FA가 없다. 이들의 원 소속구단들은 입을 모아 “집토끼들은 잡는다”라고 선언했다.
▲ 두둑한 실탄을 준비하는 구단들의 속사정
FA 계약담당 실무자들의 마음은 바쁘다. 실제로 집 단속에 100% 성공한다는 장담이 없다. 역대 FA시장 흐름을 보면 FA 들이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에서 전원 잔류한 적이 거의 없었다. 기본적으로 FA들은 돈을 많이 주는 팀으로 가고 싶어한다. 때문에 원 소속구단이 자신이 생각한 금액에 미치지 않는 금액을 부를 경우 시간을 끌다가 2차 외부 FA 시장으로 나가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구단이 자신에게 더 많은 돈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소속구단들은 집토끼들을 잡기 위해 최대한 많은 금액을 책정해 놓는다. 그런데 최근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은 대부분 과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올림픽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주역들이다. 현재 한국야구를 이끌어가는 주요 간판들. 원 소속구단들은 집토끼들을 놓치면 내년 성적에 악영향을 받는다. 확실히 최근 FA 시장에선 대어들이 주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구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2년간 이택근과 김주찬이 4년 50억원 FA 계약을 했다. 물론 이들은 좋은 선수들이지만, 실제로 50억원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분분하다. 하물며 이번 FA 시장에선 강민호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50억원을 넘어 2004년 심정수의 역대 최고 몸값인 60억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FA 시장이 과열양상을 넘어 거품이 끼였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구단들은 FA 시장에 거품이 끼인 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두둑한 실탄을 준비한다. 간판선수들을 놓치면 내년 팀 성적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 강민호와 장원삼에게 눈길 가는 이유
때문에 이번 원 소속구단과 FA들의 1차협상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강민호는 포수라는 특수 포지션상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게 정설. 롯데가 강민호와의 협상 가이드라인을 잡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분석이다. 롯데와 강민호의 우선 협상에 따라 향후 FA 계약 분위기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강민호만큼 관심 가는 FA가 장원삼이다. 이번 FA 신청자 중 투수는 단 4명이다. 윤석민이 해외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니 사실상 협상 대상자는 3명. 장원삼은 유일한 리그 정상급 왼손 선발투수다. 장원삼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장원삼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높았으나 2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장원삼이 역대 투수 FA 최다 몸값(40억원)을 받은 2007년 박명환을 추월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럴 경우 향후 정상급 투수 FA 계약 기준은 장원삼으로 굳어진다.
▲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싶은 구단들의 딜레마
구단들은 FA들에게 한 푼이라도 덜 주고 싶어한다. 구단은 FA 1명에게 최소 3~40억원에서 최대 6~70억원이 넘는 거금을 주는 게 마음이 마냥 편하지 않다. 한 야구인은 “FA 계약은 다음 FA 시장의 기준점이 된다. 다음에 더 많은 돈을 주지 않으면 FA를 잡기 쉽지 않다”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야구계에선 이택근과 김주찬 계약이 FA 과열양상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 그게 선례가 됐기 때문에 이택근과 김주찬 정도 되는 간판 선수들이 FA 시장에서 그 보다 적은 돈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부담스러워지는 쪽은 FA가 아니라 구단들이다.
또 하나. 현재 넥센을 제외한 모든 구단이 모기업에 지원금을 받아 구단을 운영한다. 한 시즌 구단 운영비는 최대 350억~400억원. 그 중 약 50억원을 FA 1명 계약에 써버리면 그만큼 다른 부분에 쓸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든다. 당장 일반 연봉협상을 해야 하는 선수들과의 빈부격차 문제가 생긴다. 선수의 사기 문제가 걸려있어 민감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연봉협상 진통이 심해진 것도 과열된 FA 시장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구단 입장에선 무턱대고 FA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한 구단 관계자는 “금액을 깎고 싶어서 줄다리기를 해도 결국 선수들의 요구에 따라간다. 그러다 2차 외부 FA 시장에 나가면 타 구단에 빼앗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 FA 선수 본인이 생각하는 금액과 액수 차가 터무니 없이 크면 2차 외부 FA 시장으로 보내주게 된다. 그러면 그 선수는 타 구단과 더 높은 금액에 사인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도 제어할 수가 없는 흐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FA 덩치가 커진다. 구단이 선수들에게 나눠줄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된다. 돈 한푼 벌지 못하고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단 입장에선 FA 시장이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팀 성적을 위해 FA들에게 거액의 투자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런 흐름을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게 더 큰 고민이다. FA 집토끼들을 대하는 구단들의 딜레마다.
[위에서부터 강민호, 장원삼,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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