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시스템이 바뀔 조짐이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여름부터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시스템이 파기됐다. 공백상태”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이 좀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의 포스팅시스템 방식은 같았다. FA가 아닌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면 포스팅시스템에 입찰해 가장 높은 이적료를 써낸 구단과 1개월간 단독협상을 진행했다.
스토브리그다. 미국과 일본의 새로운 포스팅시스템 윤곽이 드러났다. 가장 많은 이적료를 써낸 구단과 두번째로 많은 이적료를 써낸 구단의 평균액수가 이적료로 결정된다. 메이저리그행 희망 선수는 여전히 가장 높은 이적료를 써낸 구단과 1개월간 단독협상을 한다. 대신,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해당 구단은 최대 200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100% 확정된 건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일본프로야구 선수회가 거의 합의를 마친 상태다.
▲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서로를 원한다
이번 포스팅시스템 변경은 오로지 미국-일본간의 변화다. 한국과는 관계가 없다.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시스템은 1988년에 도입됐다. 2000년부터 2년마다 개정이 가능하게 했다. 개정 의사가 없다면 자동 갱신이 되는데, 이번에 서로 개정 의사를 밝혔다. 참고로 한국과 미국의 포스팅시스템은 2003년부터 1년만에 개정이 가능하게 했다. 역시 개정 의사가 없다면 자동 갱신된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은 왜 포스팅시스템 개정 필요성을 느꼈을까. 2010년 이와쿠마 사례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오클랜드가 1910만달러를 포스팅 금액으로 제시했는데,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 4년 1525만달러로 계약이 불발됐다. 이후 오클랜드가 지구 라이벌 팀들이 이와쿠마를 영입하는 걸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높은 포스팅 액수를 제시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말도 나왔다. 왜냐하면 계약이 불발돼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기 때문에 오클랜드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그리고 어차피 계약을 맺지 않으면 당시 라쿠텐에 포스팅 금액 자체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일본프로야구 선수회는 이게 불공평하다고 봤다. 선수에게 좀 더 선택의 권리를 주고 협상의 주도권을 쥐어주고 싶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독자협상이 아닌, 2~3팀과의 협상이 가능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를 거부했다. 대신 단독 협상권을 따낸 팀이 선수와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벌금을 물기로 했다. 또한, 포스팅 금액을 가장 많이 부른 팀과 두번째로 많이 부른 팀의 평균금액을 구단이 갖고 가기 때문에 선수의 몸값은 좀 더 높아질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해당 선수에게 포스팅 금액과 연봉을 묶어서 예산 책정을 해놓는다.
결국 미국과 일본의 포스팅시스템 변화는 그만큼 서로를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일본프로야구에선 거의 매년 포스팅시스템 입찰에 응하는 선수가 나온다. 메이저리그도 일본을 중요한 선수 공급처로 여긴다. 올해는 라쿠텐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가 대기 중이다. 다나카는 곧 새로운 포스팅시스템에 따라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한다.
▲ 여전히 굳건한 한미 포스팅시스템
알고 보면 한국은 과거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에서 상당한 굴욕을 맛봤다. 이상훈이 60만달러, 임창용이 65만달러, 진필중이 2002년 금액을 받지 못했고 이후 2만5000달러가 나왔다. 2009년엔 최향남이 미국 진출 자체를 위한 상징적인 금액으로 101달러를 제시 받았다. 지난해 류현진이 2573만 7737달러 33센트를 제시 받기 전까지 한국인 포스팅시스템 역사는 굴욕의 역사였다.
일본이 미국과의 포스팅시스템을 개정한다면 한국도 포스팅시스템을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 메이저리그는 한국엔 별도의 개정 의사를 보내지 않았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과 일본과의 포스팅시스템 변화 움직임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일본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 역시 일본에서 계속 좋은 선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정 필요성이 있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향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당당히 입성할 수준이 되는 선수가 꾸준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오승환이 포스팅시스템 참여 가능성이 있으나 구원투수라서 다나카에 비해 훨씬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에 비해 한국과의 포스팅시스템이 덜 활성화돼 있는데 굳이 한국과 의견조율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꾸준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포스팅시스템도 자꾸 두드리고 이슈가 돼야 미국도 개정 필요성을 느낀다”라고 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의 미묘한 리그 수준 차에서 기인한다. 메이저리그가 여전히 일본 리그를 한국 리그보다 더 주요 공급처로 여긴다. 때문에 포스팅시스템도 일본은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고쳐나가고 있지만, 한국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한국 입장에선 포스팅시스템 방식을 일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바꾸면 나쁠 게 없다. 포스팅 금액과 몸값 대우를 좀더 좋게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류현진 사례로 한국인 포스팅시스템 굴욕 사태가 재현될 확률은 낮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포스팅시스템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 미국의 공감대를 얻으려면 결국 제2, 제3의 류현진을 꾸준히 만들어내서 메이저리그로 보내야 한다. 국내야구가 수준을 더 높여서 메이저리그의 진정한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포스팅시스템 입찰이 유력한 다나카(위), 지난해 포스팅 시스템에서 입찰 된 류현진(가운데), 올해 포스팅시스템 입찰이 유력한 오승환(아래), 사진 = gettyimages/멀티비츠,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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