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의 일본정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오승환의 일본프로야구 진출. 아무래도 임창용(시카고 컵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임창용은 오승환 이전에 일본에서 마무리 투수로 성공한 가장 최근의 케이스다. 두 사람이 일본에 진출한 과정은 사뭇 달랐다. 투구 스타일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목표는 같다. 일본야구 정복이다. 임창용은 야쿠르트에서 11승13패 128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했다. 역대 일본야구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최상위급 성적을 올렸다.
▲ 확연하게 다른 출발
오승환에 대한 한신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오승환은 2014년, 2015년 한신 마무리다. 오승환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오승환이 마무리를 보장받았다”라고 했다. 심지어 지난 주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오승환의 등번호가 22번으로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22번은 한신에서 2012년까지 뛰었던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의 등번호였다. 후지카와는 일본에서만 220세이브를 거둔 특급 마무리였다. 일본에선 특급 마무리가 22번을 다는 경우가 많다. 시대를 풍미했던 사사키 가즈히로, 한국에서도 뛰었던 다카스 신고 역시 일본에서 22번을 달고 뛰었다.
반면 임창용의 출발은 초라했다. 임창용은 2007년 삼성에서 5승7패3홀드 평균자책점 4.90으로 부진했다. 토미 존 서저리를 받고 돌아온 시즌. 구속도 제구도 예전과 달랐다. 선발로 보직변경을 했으나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임창용은 삼성과 FA 2년 계약이 끝나자 삼성의 동의를 얻어 야쿠르트에 입단했다. 도전정신이 발동한 것이다. 임창용은 2008년 야쿠르트와 2년 연봉 1500만엔(약 1억2400만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2년 9억엔(94억원)의 오승환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규모였다.
▲ 똑 닮은 성실한 몸 관리
임창용은 마무리 보직은 고사하고 1군 엔트리도 보장되지 않은 채 첫 시즌을 맞이했다. 요미우리와의 시즌 첫 게임서 셋업맨으로 등판했다. 그라나 다음날 마무리 이가라시 료타가 부상을 입자 곧바로 마무리로 투입 돼 좋은 구위를 뽐내며 세이브를 따냈다. 이후 임창용은 승승장구했다. 시속 150km을 상회하는 특유의 초고속 뱀 직구를 회복했다. 2012년 팔꿈치 부상으로 다시 주저앉았으나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야구 최강 마무리는 임창용이었다.
임창용은 당시 성실한 자세와 엄청난 훈련량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달라진 환경이 승부욕을 자극했다. 돈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 그 자체를 즐겼다. 오승환도 임창용과 이 부분에선 닮았다. 오승환은 매년 스토브리그에 자비를 들여 해외로 개인훈련을 떠난다. 남들보다 빨리, 더 많은 공을 던지면서 몸을 만든다. 2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오승환은 다음달에 괌으로 개인훈련을 떠난다. 비활동기간인 12월에 개인훈련을 하는 게 일본 언론들에겐 참으로 생소하면서도 인상 깊었을 것이다. 오승환 특유의 성실함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 어떻게 일본타자들을 상대할까
오승환은 어떻게 일본 타자들을 상대할까. 임창용과는 사실 많이 다르다. 오승환은 우완 정통파다. 반면 임창용은 전형적인 사이드암이다. 사실 임창용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케이스다. 사이드암으로 150km대 중반 이상을 뿌리는 투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임창용은 일본야구 스트라이크 존에 빨리 적응했고, 특이한 폼에서 나오는 강속구로 일본을 지배했다. 심지어 2~3년차에 접어들자 팔 높이를 달리해 스리쿼터로 타자를 상대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투구 폼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는 좌타자에게 사용하면서 약점을 최소화했다.
오승환에겐 이러한 강점은 없는 게 사실이다. 다만, 우완 정통파더라도 다른 투수들에 비해 키킹 동작에서 반 템포 정도 쉬었다가 던지는 오승환만의 루틴은 특이한 부분. 일본 야구에서 이를 어떻게 볼진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루틴으로 인정받을 경우 일본 타자들이 한 동안 오승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오승환이 일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직구에 비해 예리함이 살짝 떨어지는 슬라이더 혹은 컷 패스트볼이 관건이다. 오승환은 임창용에 비해 공 회전수는 뒤지지 않지만, 볼 끝 움직임은 덜 지저분하다. 오승환의 변화구가 일본 정교한 타자들에게 자주 커트 될 경우 풀어나갈 방법을 찾는 게 숙제다. 물론 직구의 힘만으로도 일본에서 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2년 뒤, 그 이후에는
임창용은 야쿠르트와의 첫 2년 계약이 끝나자 2010년 야쿠르트와 2+1 재계약을 맺었다. 2012년은 구단과 임창용이 합의해 계약 여부를 이어가기로 했었다. 계약규모는 3년 연봉 4억엔 등 총 15억엔(약 206억원). 2008년 첫 계약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임창용은 야쿠르트와 재계약을 맺을 당시 요미우리에 끈질긴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임창용은 야쿠르트의 진심에 재계약을 택했다.
오승환은 2년 뒤 어떤 선택을 할까.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요미우리, 소프트뱅크 등 자금력이 풍부한 구단에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신 역시 당연히 재계약을 추진할 것이다. 오승환의 마음은 현 시점에선 점치기가 매우 어렵다. 분명한 건, 임창용도, 오승환도 마음 속에 세계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품고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성공할 경우 한국에서 성공할 때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 두 사람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서 천하를 호령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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