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구리 김진성 기자] “제가 더 많이 반성했어요.”
KB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변연하다. 서동철 감독은 27일 KDB생명과의 구리 원정경기를 앞두고 “한국,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다”라고 치켜세웠다. 변연하는 지난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서도 한국의 준우승을 진두지휘했다. 그런 변연하가 정작 정규시즌 들어서는 주춤하다. 특히 최근 2경기서 연이어 3득점에 그쳤다, KB 역시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우승후보들에게 연이어 패배하면서 개막 2연승 이후 2연패로 숨을 죽였다.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대표팀에서 많이 뛴 선수들은 대부분 1라운드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아시아선수권 이후 곧바로 개막된 시즌. 시즌 직전에 컨디션을 세밀하게 조절하면서 맞춤형 운동을 하는 게 정상. 그러나 대표팀 멤버들은 매 경기 40분 전력으로 뛰었다. 변연하 역시 컨디션이 엉망인 채로 정규시즌에 돌입했다.
또 하나. 현재 KB엔 또 다른 에이스 모니크 커리가 있다. 커리는 기본적으로 4번 파워포워드를 소화한다. 그러나 WNBA에선 2~3번을 소화한다. 변연하와 역할이 정확하게 겹친다. KB는 현재 센터 없이 사실상 토털 바스켓볼을 추구한다. 선수들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커리와 변연하가 역할 분담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서 감독은 “커리는 이타적인 선수다. 혼자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겹칠 수도 있다”라고 신중하게 의견을 내놨다.
마지막으로는 서 감독과 변연하의 미세한 커뮤니케이션 부재다. 아무래도 사령탑이 바뀌면 팀 스타일은 바뀐다. 전임 정덕화 감독 시절과 비교했을 때 KB는 더 빨라졌다. 스크린을 활용하는 농구보단 전원 속공, 전원 리바운드 등 터프한 농구, 전원 농구를 구사한다. 이런 점에서 변연하가 확실하게 자신의 롤을 찾지 못하고 기존에 추구하던 농구가 부딪혔을 수 있다.
서 감독은 “연하가 내 농구를 따르려다가 본인의 페이스가 떨어진 것 같다. 본인의 스타일이 있는데 바뀐 팀에 맞추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절대 소극적으로 플레이 하거나 의욕이 떨어진 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커리와 호흡을 맞추려다 보니 스스로 다운 됐다”라고 했다. 모두 일리가 있는 얘기.
서 감독은 “연하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다. 연하의 특성을 살리는 패턴을 발굴하고 싶다”라고 했다. 에이스의 기를 살려주고 싶다는 의미. 서 감독은 “연하와 면담을 했다. 내가 오히려 연하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서로 잘 맞춰가자고 했다. 감독이 반성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됐다. 아마 오늘은 더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다”라고 했다.
서 감독의 말대로 변연하는 펄펄 날았다. 변연하도 서 감독과의 면담 이후 마음을 다잡은 듯했다. 훨씬 적극적으로 농구에 임했다. 또한, 전술적으로 KDB생명이 변연하의 수비를 타이트하게 하지 못했다. 변연하는 KDB생명의 미세한 존 디펜스의 약점을 틈타 간결하게 플레이 했다. 1대1 상황에선 무리한 외곽슛보다 확률 높은 돌파를 시도했다. 커리의 외곽 반경도 넓어지는 부수적 효과가 있었다.
변연하와 커리는 태생적으로 역할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걸 제어하고 팀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건 서 감독의 역량에 달렸다. 일단 지금까진 나름대로 괜찮다. 서 감독은 일단 변연하와의 면담을 통해 기 살리기에 나서면서 2라운드에 대비하기로 했다. 변연하의 활약을 앞세운 KB는 KDB생명을 꺾고 3승2패, 1라운드를 2위로 기분 좋게 마쳤다.
[서동철 감독과 변연하(오른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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