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 대이동 신호탄인가.
두산이 27일 밤 김진욱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전혀 뜬금없는 소식은 아니었다. 모든 일엔 인과관계가 뒤따른다. 구단이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선수단 물갈이에 속도를 높인 것도 결국 김 감독 교체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의 7번째 경질.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게 또 한번 확인됐다.
나머지 9명의 감독들에게 김 감독 경질은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든지 자신의 일이 될 수 있다. 성적 앞에 자유로운 감독은 아무도 없다. 2014년.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재계약이 유력시 되는 삼성 류중일 감독과 두산 송일수 신임감독, 롯데 김시진 감독, 넥센 염경엽 감독, 아직 1군에 데뷔하지 않은 KT 조범현 감독을 제외한 5명의 감독이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다는 점이다. 두산 김 전 감독도 계약기간 1년을 앞두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내년 계약만료를 앞둔 감독들의 운명이 언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 구단은 절대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김진욱 전 감독의 경질은 구단은 감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재확인 된 사례다. 김 전 감독 경질 후 일부 두산 팬들은 계약기간이 1년 남은데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선 매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프로는 우승 아니면 의미 없어”라는 한화 김응용 감독의 말은 냉정한 것 같아도 딱 맞는 말이다.
두산의 감독교체는 ‘프런트 야구’가 여전하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현장과 프런트의 파워게임 주도권은 완벽하게 프런트로 넘어갔다는 게 정설이다. 눈 앞의 성적과 세대교체를 동시에 노리는 현장과 인풋 대비 아웃풋을 즉시 원하는 프런트는 항상 미묘하게 마찰을 빚어왔다. 야구뿐 아니라 모든 프로스포츠가 다 그렇다.
돈 한푼 못 버는 야구단은 성적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다. 모기업에선 흑자를 내지 못하는 계열사에 성적이라도 잘 내라고 압박을 준다. 사장, 단장 등 야구단 프런트 실무진은 그런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는 위치다. 현장과 모기업의 가교역할을 잘 하는 구단도 몇몇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세드엔딩으로 결론 난다. 결과적으로 감독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짊어진다. 장기적 안목으로 팀을 꾸려가기가 어렵다. 당장 결과물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야구 발전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계약기간 1년 앞둔 감독들, 구단은 더 냉정해진다
내년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감독은 LG 김기태 감독, 롯데 김시진 감독, SK 이만수 감독, NC 김경문 감독, 한화 김응용 감독이다. 이들은 나머지 5명에 비해 더욱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계약 마지막 해. 구단은 현장을 더욱 냉정하게 대한다. 내부적으로 구단 고위층과 은밀하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감독의 재계약 혹은 재계약 포기를 놓고 고민한다. 결론이 나면 재빨리 움직인다. 구단들은 예전엔 감독 경질을 ‘자진사퇴’로 포장했으나 이젠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시선보다 내부적으로 어떤 방향을 설정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감독들도 계약 마지막 시즌엔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에 성급하게 승부수를 띄우기 마련이다. 뭔가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구단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충수가 된 사례도 많았다. 예를 들면 무리한 투수운영으로 부상자가 속출해 시즌 막판 어려움에 빠지는 것이다.
2012년 당시 한화와 넥센은 계약만료를 불과 1~2달 앞둔 한대화 전 감독과 김시진 전 감독을 기다려주지 않고 해임했다. 롯데도 양승호 전 감독과 포스트시즌 직후 결별을 선택했다. 아니라고 판단되면 최대한 빨리 교체를 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 작업이 시즌 직후 진행됐지만, 이젠 하위권에 추락하는 팀의 경우 그 시점이 좀 더 빨라진 느낌이다. 때문에 내년 계약이 만료되는 감독 5인 중 팀 성적이 부진한 감독의 경우 후반기엔 더욱 압박감이 심해질 수 있다.
▲ 2014년 가을, 감독 대이동?
표면적으로는 2014년 가을에 감독 대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감독과 계약이 만료되는 5팀 중 2~3팀이 재계약을 포기할 경우 새로운 사령탑을 찾아야 하고, 기존 감독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요즘 야구인들은 감독 후보군이 많지 않다고 토로한다. 양 전 감독 퇴진 후 넥센에서 계약 해지된 김시진 감독을 데려온 롯데가 대표적 케이스다.
감독들의 거취는 항상 관심을 모은다. 국내에서 딱 10명뿐인 직업인데다 그 목숨이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기 때문이다.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구단도, 감독도 마음이 바빠진다. 모두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항상 감독만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내년 가을 감독 대이동이 일어난다면 그 광경은 흥미롭겠지만, 한국야구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잠실구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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