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역시 흥미로운 원석들이다.
올 시즌 프로농구엔 재능 있는 신인가드가 많이 배출됐다. 경희대 3인방이라 불린 KCC 김민구, 동부 두경민도 가드다. 그런데 두경민은 확실히 최근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팀 시스템과 자신의 스타일이 맞지 않고, 기량 자체도 정체된 채 성장통을 겪고 있다. 김민구는 SK 애런 헤인즈와의 고의 충돌 피해자로서 발목 부상으로 몇 경기 결장했으나 복귀 이후에도 변함 없이 제 실력을 발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비스 이대성이 툭 튀어나왔다. 중앙대를 중퇴하고 미국 브리검영대학에서 유학을 한 신인. 김민구와 LG 김종규의 신인왕 경쟁에 제동을 걸 수 있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대성은 김민구와 같은 가드이지만, 묘하게 스타일은 다르다. 두 사람이 2일 울산에서 맞대결을 가졌다. 김민구는 김민구대로, 이대성은 이대성대로 매력을 발산했다. 두 신인가드는 묘하게도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 코트의 야생마들
한 농구인은 “김민구와 이대성의 공통점은 야생마”라고 했다. 김민구는 188cm, 이대성은 193cm를 자랑한다. 단신이 아니라 누구를 만나도 매치업상 불리하지 않다. 운동능력이 매우 뛰어난 건 아니지만, 타고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치고 받는 농구에 능하다. 팬들은 두 사람의 저돌적인 플레이에 눈길이 간다. 이 농구인은 “폭발적 스피드를 바탕으로 치고 받는 농구를 해서 그렇지 둘 다 어시스트 능력도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인상적인 모습을 여러 차례 남겼다. 1쿼터 막판 이대성이 스핀무브를 하던 김민구의 공을 빼앗아 속공으로 연결하며 포효했다. 3쿼커 막판엔 반대로 김민구가 이대성에게 절묘하게 슛 동작 파울을 얻어내는 기민함을 선보였다. 이대성은 30분56초간 8점 1리바운드 3스틸. 김민구는 36분21초간 11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김민구의 판정승, 그러나 모비스가 이겼기에 결과적으로는 이대성이 웃었다.
▲ 비슷하면서도 다르네
자세히 살펴보면 스타일이 좀 다르다. 김민구는 기본적으로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한다. 그것도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수비수를 달고 외곽포를 성공하는 대담함을 지녔다. 허재 감독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라며 높게 평가한다. 실제로 김민구의 득점은 매우 영양가가 높다. 다만 김민구는 프로에 들어와서 대학 시절만큼 화려한 돌파를 하진 못한다. 아무래도 외국인 빅맨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블록슛에 걸릴 확률이 높다.
또한, 김민구는 빈약한 웨이트로 체력 문제가 우려됐으나 지금까진 큰 이상이 없다. 올스타브레이크 직전 충돌 후유증과 발목 부상으로 몇 경기 쉰 게 체력 세이브엔 도움이 됐다. 순간적인 패싱센스가 좋아서 2대2 게임에 능하다. 이날 7어시스트를 기록한 것 역시 인상적인 부분. 하지만, 코트를 넓게 바라보는 시야는 다소 부족하다. 1대1 수비력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이대성이 유재학 감독에게 중용되는 건 신인답지 않은 수비력이다. 이대성은 꽤 괜찮은 수비력을 갖고 있다. 특히 상대의 패스 루트를 읽고 차단하는 데 능하다. 이날 3스틸 역시 그 결과. 김민구와 마찬가지로 외곽슛, 어시스트 등에서도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시야가 그리 넓진 않은 것 역시 김민구와 비슷하다.
공격 폭발력 측면에선 김민구가 이대성에게 한 수 위다. 그러나 수비력은 이대성이 김민구에게 한 수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약점이 있는 경기조율 능력, 준수한 슈팅과 돌파, 폭발적 스피드 등 두 사람은 비슷한 면이 많지만,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좀 다르다. 어쨌든 과거 신인가드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주눅들지 않고 코트에서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한다.
▲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
또 다른 농구인은 “김민구와 이대성 모두 시야를 넓혀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두 사람은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의 역할을 병행한다. 가드의 중요한 덕목이 넓은 코트 시야다. 그래야 경기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부분 역시 타고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1~2시즌에 업그레이드 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팀 시스템에 따라 단점을 최대한 커버할 수는 있다.
KCC는 강병현, 모비스는 양동근이 두 사람과 함께한다. 강병현은 김민구와 마찬가지로 2번 스타일이라 김민구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진 못한다. 그러나 KCC엔 수준급 가드가 즐비해 김민구가 부담 없이 클 수 있다. 반면 이대성에게 양동근의 존재는 매우 크다. 양동근 역시 타고난 패싱센스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구력이 쌓이면서 경기운영능력은 수준급이다. 모비스는 양동근이 경기운영에 치중하면 이대성은 자신의 장점 발휘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밖에 김민구는 웨이트 보강, 이대성은 승부처에서의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완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단점 못지 않게 기존의 장점들을 유지하고 키워나갈 필요도 있다. 장점 역시 상대의 치밀한 분석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선 김민구와 이대성이 김종규와 함께 강력한 신인왕 구도를 형성했다고 보면 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김민구와 이대성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롭다. 두 사람은 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원석들이다.
[김민구(위), 이대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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