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O가 일정을 안 잡아주면 끝이에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올 시즌 퓨처스리그 번외경기가 확대된다. 고양 원더스 하송 단장은 2일 전화통화서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80경기 정도 치를 것 같다”라고 했다. 고양 원더스는 2012년과 2013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서 48경기를 번외로 치렀다. 원더스는 지난해 경기 수 확대를 KBO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 시즌엔 KBO가 지난해보다 많은 경기를 잡아줄 것 같다. 하 단장은 “KBO가 믿어달라고 하니 기다리고 있다”라고 했다.
고양 원더스는 올해 세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이미 수 많은 선수와 지도자가 원더스를 거쳐 프로에 입성했다. 무명들이 성장하는 일종의 등용문이 됐다. 최근엔 넥센에서 코치까지 했던 김수경이 선수로 입단했다. KIA에서 박철우 코치를 영입했고, 일본인 코치도 3명이나 추가로 영입했다. 코칭스태프 9명에 선수단 규모는 약 40명. 어지간한 프로야구 1군보다 크다. 원더스는 12월 제주도에서 마무리 훈련을 했고, 10일 일본 고치에 투수조부터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 원더스를 향한 시선이 달라졌다
하 단장은 “창단 초기만 해도 프로팀들이 ‘저 팀이 오래가겠어?’라는 식으로 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시선이 달라지는 게 보인다”라고 했다. 하 단장에 따르면, 현재 원더스에 들어오고 싶은 선수와 지도자가 많다고 한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지도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더스를 거쳐 프로에 재입단한 선수가 모두 성공한 건 아니다. 그러나 다시 프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2군 무명 선수들에겐 큰 희망이다.
하 단장은 “이번에 새롭게 입단한 일본인 코치들도 지난해까지 일본 프로구단에 있었다. 창단 초기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이젠 선수들, 코치들도 원더스에 서로 오고 싶어한다는 게 하 단장의 설명이다. 고양 원더스는 프로구단의 인력 공급처이자 한국야구 발전에 보탬이 되는 구단으로 성장했다.
하 단장은 “구단 운영이 매우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라고 흡족해했다. 지난해 구단 예산으로 45억원이 들었고, 올 시즌에도 비슷하게 잡아뒀다. 어지간한 마이너리그 팀보다 씀씀이가 더 크다. 선수들의 연봉도 조금씩 오른다고 한다. 프로에 가진 못해도 꾸준히 팀에서 뛴 선수들 중에선 2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도 있다. 창단 초기엔 연봉 1000만원대 선수가 수두룩했다. 여전히 프로 1군 선수들보단 적지만, 2군 진입을 위한 동기부여는 된다. 올 시즌 고양 원더스의 연봉협상은 마무리 됐고, 선수들은 고양에서 훈련하면서 스프링캠프 출발을 기다린다.
▲ 퓨처스리그 정식 멤버로 인정해달라
하 단장은 “사실 경기 수 확대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원래 KBO가 창단 당시 경기를 많이 치를 수 있게 했다고 문서로 약속했다는 게 원더스의 주장이다. 하 단장은 “현재 KBO가 퓨처스리그 경기 시스템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우리는 단순히 경기 수 확대뿐 아니라 퓨처스리그에 정식 회원으로 참가하길 원한다”라고 했다. 원더스의 새해소망이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해에도 불거졌다. 그러나 KT의 창단 문제로 유야무야됐다. 고양 원더스는 이번에도 정식 회원 가입에 대한 공문을 KBO에 넣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원더스가 번외경기가 아닌 정식경기 참가를 요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구단이 더욱 안정적으로 돌아간다”라는 게 하 단장의 설명이다.
하 단장은 “사실 KBO가 ‘너희 퓨처스리그에 참가하지 마’라고 하면 막막해진다”라고 했다. 대학 팀과 일정을 잡는 건 한계가 있다. KBO는 여전히 원더스의 정식 회원가입은 넌센스라고 본다. 독립구단인 원더스가 정식 멤버로 가입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원더스는 매년 불규칙적인 일정을 받아들일 경우 장기적인 차원에서 원활한 구단 운영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정식 회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 자체로 매년 불안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고양 원더스와 KBO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고양 원더스가 지난 2년간 독립구단으로서 이상적인 지향점을 제시하면서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이 된 건 확실하다. 그래서 KBO도 일단 경기 수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고양 원더스의 퓨처스리그 정식회원 가입 문제는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진 않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위), 고양 원더스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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