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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향미 객원기자]3년 동안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둬뒀던 19세 이준희 양이 큰 용기를 내어 특별한 외출을 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6일 밤 방송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MC 신동엽, 정찬우, 김태균, 이영자)에는 KBS 아나운서 박은영, 정지원, 김솔희, 김승휘가 출연해 시청자들의 고민을 나눴다.
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고민녀는 잔득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영자가 자신의 손을 꼭 잡아주자 "사람이 무서워서 늘 혼자 지낸다. 친구들과 함께 급식을 먹는 게 불편해서 도시락을 싸서 혼자 먹었고, 단체 활동도 안 갔다.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지금은 방 안에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낸다. 가족들과 식사하는 것도 불편해서 늘 혼자 방에서 먹는데, 이렇게 생활한지가 벌써 3년째다"고 고백했다.
이어 "학교도 다니고 친구도 만나면서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은데 나에겐 너무 힘들다. 어떤 사람도 마주치고 싶지 않기 때문.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거 같았다"며 "내가 정말 한심하고 답답하다. 방 안에서 혼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봤다. 정말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안녕하세요'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고민녀는 또 "어떤 애가 내가 있는데서 다른 애에게 '지하에 사는 애들한테 나는 냄새 나지 않아?'라고 했다. 내가 지하에 살고 있었는데 나한테 하는 소리 같아서 그때부터 친구들과 멀어졌다. 왕따 당한 적은 없다. 나 혼자 마음을 닫은 거다"고 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유를 공개했다.
이에 이영자는 "집에서 생선가게를 해서 남이 뭐라고 안 하고 킁킁만 대도 기가 죽었다. 그래서 겨울에 난로 곁에도 잘 안 앉았었다. 생선 냄새가 퍼지기 때문. 그때는 키가 작았었다. 그런데도 뒤에 앉았으니 키 큰애들이 날 얼마나 괴롭혔겠냐"고 자신의 경험담을 고백하며 고민녀를 위로했다.
고민녀의 어머니는 "대단한 용기를 낸 딸이 대견스럽다"며 "딸이 중학교에 다닐 때 남편의 사업 실패로 살림이 어려워졌다. 현재 남편은 중증환자 요양병원에 있는데, 그 때문에 딸이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털어놨고, 고민녀는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는 이어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학교에 달려갔는데 벌써 손목에 자해를 했더라. 그때부터 딸의 마음이 다쳐 있었는데 난 몰랐다"고 자책했고, 고민녀는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는데 그렇게 하면 쳐다보니까 살고 싶어서 그랬다"고 고백해 스튜디오를 뭉클하게 했다.
고민녀는 이어 "지금도 외롭긴 한데 사람 만나는 게 더 외롭다. 같이 있으면 못 어울리고 겉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고, 신동엽은 "모든 사람들이 준희 양을 응원하고 있다"며 방청객들과 눈을 마주쳐 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고민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에 이영자는 방청객들에게 "준희 양을 처음 보고 어떤 생각을 했냐?"고 물었고, 방청객들은 "귀엽고 여성스럽다. 순수하고 착해 보인다. 이상한 애로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고민녀는 "방송이고 내가 바로 앞에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고 믿지 않았지만, 방청객들이 "나 뚱뚱하냐 날씬하냐?"는 이영자의 물음에 "뚱뚱하다"고 답하자 그제야 진심을 받아들였다.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퇴한 걸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에 그리운 사람은 없는데 학교는 많이 그립다"고 털어놓은 고민녀는 "미래가 걱정돼 이번에 수능시험을 봤는데 합격해도 친구들과 어울릴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지만 어느새 표정과 말투가 처음과 달라져 있었다.
그간 어머니의 포옹을 피하기만 했던 고민녀는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어머니의 품에 와락 안겼고, 자신의 놀라운 변화를 인정하며 "대학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큰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저 이제 열심히 살 거예요"라고 긍정의 말을 내뱉었다. 이에 방청객들은 "준희야 힘내"라고 외쳤고, 고민녀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웃음이 번졌다.
이에 신동엽은 "조금만 노력하고 경험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격려했고, 김승휘는 "고등학교 때 2년 정도 따돌림을 당했었다. 밥을 같이 먹어줄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 그걸 깼냐면 모르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그런 과거가 있는 걸 알기 때문. 밖으로 무조건 나가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 해결이 될 거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
마지막으로 고민녀는 자신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너무 힘들면 내가 '안녕하세요'를 찾아왔던 것처럼 어디라도 찾아가고 나쁜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고, 방청객들이 달라진 자신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자 이들을 바라보며 눈을 맞췄다.
3년간 스스로를 좁은 방 안에 가둬뒀던 고민녀는 MC들과 게스트, 방청객들에게 힘과 용기를 얻어 넓은 세상으로 나갈 날갯짓을 시작했다. 고민녀의 용기와 '안녕하세요'의 진심에 기적은 일어났다.
[3년 동안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둬뒀던 19세 이준희 양. 사진 = KBS 2TV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고향미 기자 catty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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