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승부욕에서 나온 사자후, 뒤끝 없는 사과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마운드로 올라오는 양상문 투수코치를 향해 "NO"를 외치며 격하게 손사래를 쳤던 한화 이글스 타일러 와이스.
그러나 이미 교체를 결심한 양상문 코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운드에 올랐고 와이스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교체가 아쉬웠던 와이스는 "악!"하는 사자후를 내지르며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럴 만도 한 게 와이스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7탈삼진 2실점 94구 역투를 하고 있었다.
7-0으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안타를 맞은 뒤 추재현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박계범을 1루수 앞 땅볼, 김기연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있었다. 주자도 없었고 다음 타자는 정수빈으로 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었다. 팀의 에이스 투수로 이닝을 책임지고 내려오고 싶은 게 당연한 심리였다.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던 이유였다.
그러나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다시 한번 더 분노를 표출한 장면과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도 자신의 교체가 이해되지 않는지 스태프들에게 불만을 나타내는 모습에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 코치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경기 후 와이스의 한마디에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 코치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7-2로 기분 좋게 승리하며 올 시즌 첫 원정 경기 위닝시리즈를 확정 지은 한화 선수들은 김경문 감독, 양상문 투수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이때 와이스가 양상문 투수 코치에게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며 귓속말로 사과했고, 양상문 투수 코치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었다.
경기 후 와이스는 분노한 장면에 대해 "내가 승부욕이 많은 선수라서 오늘도 마운드에서 그 승부욕이 나온 거 같다. 2점 홈런을 맞았지만, 8회말을 끝까지 내가 책임지고 싶었다. 그런 부분이 잘 안되면서 아쉬운 마음이 나왔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음날 김경문 감독도 "끝나고 와이스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사실 야구는 그런 일이 수두룩하다. 야구가 안 될 때는 더 많다. 미안하다는 말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다. 내가 잘났다고 하면 안 되지만 운동하는 세계에서는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미안하다 말하면 아무 문제 없는 것이다. 나도 아무 생각 안 한다"라며 웃었다. 오히려 "좋게 좋게 봐야 한다"라며 와이스의 책임감과 승부욕을 칭찬했다.
[한화 와이스가 경기 후 양상문 투수 코치에게 귓속말로 사과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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