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지난 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넥센과 두산은 3차전에서 연장 14회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연장 14회말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로 두산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만약 이 경기가 15회로 넘어가 동점이 유지됐다면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다. 한국프로야구는 정규시즌은 12회, 포스트시즌은 15회까지 치르고 동점일 경우에 무승부로 처리한다.
무승부. 말 그대로 승부가 없었다는 것.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이나 관중석을 메운 팬들이나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로야구는 딱 한번 무승부가 없는 시절이 있었다. 2008년이었다. 그해 9월 3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한화가 만났다. 연장전에 돌입할 때만 해도 '설마'했지만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연장 18회까지 가는 대혈투가 이어졌다.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두산의 승리였다.
이후 현장에서는 '끝장승부 무용론'을 들고 나왔다. 무제한 연장승부를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한국프로야구는 선수층이 두껍지 못해 팀 전체적으로 체력 소모가 심하고 부상 위험도 커지는데다 관중들이 밤 늦은 시간까지 자리한다는 걱정(?)까지 해줬다.
결국 1년 만에 무제한 연장승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9년부터 무승부는 패배로 간주하는 승률제(승 / 경기수)를 도입했으나 이 역시 반발이 있었고 2011년부터 무승부는 승률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식(승 / 승 + 패)을 택했다.
이에 반해 메이저리그는 무승부 없는 야구를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무제한 연장 승부를 치르며 15회, 18회는 물론 20회 이상 가는 경기도 있다.
한국시각으로 지난 2008년 4월 18일에는 샌디에이고와 콜로라도가 펫코파크에서 일전을 벌였다. 무려 연장 22회까지 가는 대접전이었고 6시간 16분이 소요됐다. 연장 22회초 트로이 툴로위츠키가 결승타를 치지 않았다면 더 긴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의 무제한 연장 승부는 계속된다. 왜냐. 그게 야구이고 그게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까지 더하면 세계 최고의 인프라와 가장 방대한 선수 자원을 자랑한다. 그러나 한 팀이 한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최대 인원은 25명으로 우리보다 2명이 적다. 1경기의 가용 인원수로 보면 비슷한 조건이다.
물론 가용 자원의 질적인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동양인과 서양인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체격이나 체력 자체가 다르다. 또한 현재 한국프로야구는 10구단 체제로 도약하기 위한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해부터 NC가 1군 무대에 합류했으며 KT는 올해 퓨처스리그를 거친 뒤 내년부터 1군 무대에 선다. 이들이 연착륙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프로야구는 벌써 3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며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아직 무제한 연장 승부를 자신하지 못할 만큼 야구장이나 그라운드의 상태는 아쉬움이 더 크다.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그라운드 상태가 뒷받침돼야 한다. 어떻게 보면 무제한 연장 승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야구에 남은 과제가 산적함을 알려주기도 한다.
'무승부 없는 야구'는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사실 승패를 갈라야 하는 기본 정신 외에도 무승부가 사라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이따금씩 '차라리 무승부가 낫다'는 식의 경기 운영을 보이는 것 만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간 제한'을 두지 않은 지금은 눈살 찌푸릴 일이 줄어들었다.
당장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펼쳐져야 할 '진정한 야구'가 그것이다. 무승부 없는 야구가 보고싶다.
[지난 시즌 첫 무승부를 기록한 두산-롯데 경기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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