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타자들이 국내타자들의 거포본능을 자극할 수 있을까.
야구 팬들은 3년만에 돌아온 외국인타자들에 대한 기대가 대단하다. 각 구단에 1명씩 영입된 외국인타자들을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현역 메이저리거로 뛰었던 선수부터, 경력은 눈에 띄지 않아도 마이너리그서 알짜 성적을 남긴 선수도 있다. 화끈한 홈런타자도 있고, 활용가치 높은 멀티플레이어도 있다. 역시 팬들은 뭐니뭐니해도 거포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9개구단 외국인타자 중에서 당장 올 시즌 홈런레이스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타자는 단연 루크 스캇(SK)이다. 스캇은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서 135홈런을 때렸다. 호르헤 칸투(두산) 역시 메이저리그서 통산 104홈런을 때렸다. 에릭 테임즈(NC), 브렛 필(KIA),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역시 중, 장거리포 생산에 능하다는 평가다.
▲ 토종거포와 외국인거포의 그리운 대포전쟁
역대 외국인타자 중 최고 거포로 단연 타이론 우즈(두산)가 첫 손에 꼽힌다. 우즈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두산에서 174홈런을 날렸다. 이밖에 펠릭스 호세, 댄 로마이어, 톰 퀸란, 클리프 브룸바 등 2000년대 후반까지 국내야구에 제법 많은 외국인거포가 활약했다. 올해 이들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는 외국인타자가 나온다면, 그 팀의 외국인타자 농사는 대성공이다.
외국인 거포가 득세했던 시기는 단연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초창기였다. 당시 국내타자들과 외국인타자들의 홈런경쟁이 대단했다. 우즈는 1998년 데뷔하자마자 이승엽과 홈런 경쟁을 펼쳤다. 당시 우즈가 시즌 막판 대역전극을 펼쳐 42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이승엽, 심정수 등 거포들이 외국인타자들과 홈런쇼를 벌이는 건 팬들에겐 순위싸움 외에 확실한 하나의 볼거리였다. 토종 거포들과 외국인 거포들은 서로를 자극하며 홈런 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구단들이 외국인투수를 우대하면서 외국인 거포를 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외국인타자의 실패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내 투수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또한, 이승엽과 이대호의 해외진출, 심정수의 은퇴 이후 국내 타자들 중에서 확실한 거포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전체적으로 국내야구에 홈런 가뭄 현상이 심화됐다.
물론 국내야구의 전체적인 수준이 외국인 거포 득세 시기에 비해 높아졌다. 볼거리가 많아졌다. 야구에 충성심을 갖고 있는 팬들도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다. 하지만, 2003년 호세 페르난데스(SK)가 45홈런을 때린 뒤 한 시즌 40홈런을 때린 외국인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2010년 이대호(롯데)가 44홈런을 때린 뒤 한 시즌 40홈런을 때린 국내타자 역시 나오지 않았다. 팬들에게 뭔가 아쉬움을 남겼다. 요즘 야구 팬들은 야구의 커다란 재미 하나를 놓친 지 오래됐다.
▲ 외국인거포들, 토종거포들을 자극한다면
KBO는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렸다. 모든 구단이 최소 1명의 외국인타자를 보유해야 한다. 내년에 KT가 1군에 합류하면 매년 꾸준히 최소 10명 이상의 외국인타자를 볼 수 있다. 역시 구단들이 외국인타자에게 원하는 건 찬스에서 확실한 결정력이다. 그게 화끈한 홈런이면 금상첨화다. 올 시즌만 해도 외국인거포가 최소 4~5명은 들어왔다. 다시 외국인거포와 국내 거포들이 홈런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실 홈런 레이스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야 불이 붙는다. 100m 달리기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야 1인자의 기록이 더 좋아지는 것과 같은 논리다. 국내야구도 거포 가뭄 속에서 꾸준히 차세대 거포감을 배출했다. 최근 2년 연속 홈런왕과 MVP를 거머쥔 박병호(넥센)가 대표적인 예다. 2년 연속 30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외국인거포가 득세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끌어올릴 경우 40홈런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밖에 최정(SK), 최형우(삼성), 강정호(넥센), 나지완(KIA), 김태균(한화) 등도 경쟁심만 붙으면 충분히 3~40개 이상의 많은 홈런을 때릴 잠재력이 있는 후보들이다. 이들이 외국인 거포들과 어울려 홈런 경쟁을 펼친다면 과거 외국인선수 초창기 시절처럼 외국인 거포들과 토종 거포들의 홈런쇼가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투수들의 각성은 물론이고 국내야구의 전체적인 볼거리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외국인 거포들이 명성대로 제 몫을 해줘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제 아무리 화려한 경력이 있더라도 국내 투수들 역시 만만찮다. 토종 거포들 역시 외국인 거포들의 국내 재입성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올 시즌 2년만의 700만 관중회복도 외국인 거포들과 토종 거포들의 홈런쇼에 달려있을 지도 모른다.
[루크 스캇(위), 박병호(아래), 사진 = SK 와이번스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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