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바꾸려면 스프링캠프 때 바꿔야 돼.”
최근 한 수도권구단 타격코치는 “괴로운 시기가 찾아왔다”라고 했다. 개인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니, 몇몇 타자는 타격 폼을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론 아직 비활동기간이니 타자에게 구체적으로 조언해줄 순 없다. 그러나 코치는 “개개인과 상담도 해보고 감독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선수 본인이 원한다면 폼을 바꿀 시간은 스프링캠프 뿐”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 지방구단 투수코치도 비슷한 요지의 말을 했다. “투수들도 폼을 수정하려면 스프링캠프가 적기다. 시즌 중엔 피칭 폼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코치는 실제로 스프링캠프만 벼르고 있다고 했다. 최근 몇년 연속 성적이 좋지 않고 부상만 따라오는 몇몇 투수의 폼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봤다. 물론 “투수 본인과의 상담 및 대화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 폼을 뜯어고치는 건 쉽지 않다
지도자들은 “타자든, 투수든 기본적으로 타격 폼, 피칭 폼을 뜯어고치는 건 모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로에 오기 전 수년간 굳어있던 폼이다. 하루아침에 뜯어고치면 기존에 갖고 있던 장점마저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년 스프링캠프에 “00이 폼을 고쳐 도약을 노린다”라는 소식이 나오면, 실제로 1~2년 지나서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자주 나오곤 했다.
한 수도권 구단 감독은 일전에 “선수는 누구든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그 루틴을 뜯어고치는 건 위험하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때문에 대다수 선수는 자신이 갖고 있던 폼에서 약간의 수정 작업을 통해 변화에 대처한다. 예를 들어 타자가 슬럼프가 찾아와도 폼을 확 바꾸기보단 심리적인 치료 및 훈련방식의 변화부터 접근한다고 한다. 그래도 통하지 않을 경우 폼을 바꾸는 데 180도 고치는 게 아니라 미세한 변화를 준다고 한다. 또 다른 타격코치는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차이”라고 했다.
야구선수들이 자신의 폼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건 신체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투구 폼을 갖고 있는 SK 김광현은 다리가 상당히 길다. 그 힘을 볼에 끝까지 실어주기 위해 다리를 쭉 뻗다 보니 역동적인 키킹 동작이 나오게 됐다. 어떻게 보면 폼이 커서 부상 위험도 있지만, 그건 김광현에게 가장 잘 맞는 폼이다.
▲ 세월이 흐를수록 폼 변화는 필수?
SBS ESPN 양준혁 해설위원은 “나이를 먹으면 폼 변화는 필수”라고 믿는다. 실제 자신도 베테랑이 됐을 때까지도 기존의 타격 폼을 고수하려고 했으나 후배 이승엽이 그렇게 많은 홈런을 치고도 매년 폼을 바꾸려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그 결과 양 위원은 현역 막판 시절 ‘만세타법’을 개발했다. 나이가 들면서 스윙스피드가 느려지고 변화구 대처가 늦어지니 폼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또 다른 지방구단 베테랑 투수는 “나이를 먹으면 폼이 자연스럽게 변한다. 정통파 투수가 나이를 먹으면 팔 높이가 처지지 않나. 프로 생활 내내 같은 폼 하나로 버틸 순 없다. 점점 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선 폼 변화가 불가피 하다”라고 했다. 물론 이 투수도 피칭 폼의 인위적인 변화는 분명 모험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롱런하기 위해선 때로는 변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 시기를 잘 잡는 건 선수 본인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파트 코치와 감독의 조언을 듣는 게 중요하다. 지도자 입장에서 선수의 폼을 무턱대고 바꾸라고 강요할 순 없다. 프로 초창기만 해도 지도자가 선수의 폼을 자기 방식으로 바꾸길 원했다고 한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선수가 폼 변경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을 때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리고 꼭 나이든 베테랑이 아니라 젊은 선수 중 정체기에 빠진 선수가 도저히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에도 최후의 수단은 피칭 폼, 타격 폼 변화다.
▲ 스프링캠프가 폼 변화 시도의 적기
전문가들은 야구선수들이 폼의 대대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적기가 스프링캠프라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엔 실전경기가 없다. 연습경기를 치르지만, 결과에 구애 받지 않는다. 선수들의 바뀐 폼이 경기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고 어떤 장점, 단점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선수와 지도자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또 다른 대안을 찾을 여유가 있다.
그러나 시즌 중엔 급격한 폼 변화 시도가 어렵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정규시즌은 매 경기가 시즌 농사에 직결된다. 선수가 자기 폼에 적응하려다 팀 승패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면 누가 책임지나”라고 지적했다. 매일 쉴 틈 없이 실전을 치르기 때문에 바뀐 폼을 돌보고 수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해당 파트 코치들 역시 개개인에게 파고 들어 폼을 봐줄 여유는 상대적으로 비 시즌에 비해 부족하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스프링캠프는 폼과의 전쟁”이라고 했다. 1월 중순부터 3월 초순까지 약 1달 반. 이 기간이 어떤 선수에겐 한 시즌, 나아가 그 선수의 야구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이때 선수와 지도자는 폼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 말 것인지, 시도한다면, 어떻게 시도할 것인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대화할 것이다. 야구 팬들이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을 때, 9개구단 스프링캠프지에선 꽤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타격훈련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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