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의 신분조회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노리는 윤석민에게 낭보가 날아들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14일 오후 KBO에 윤석민의 신분을 조회했다. KBO는 즉시 윤석민이 지난 9년간 KIA에서 뛰었고, FA 신분이라고 통보했다. 공식적이면서도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인데, 윤석민은 그동안의 정체기를 뚫어내고 본격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잡게 됐다.
연말연시를 한국에서 보낸 윤석민은 곧 미국으로 출국해 메이저리그행 막차 탑승에 나선다. 신분조회가 들어온 만큼 메이저리그 진출 전망은 어둡지 않다. 중요한 건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어느 구단과 접촉하느냐, 어느 구단에 입단하느냐가 아니다. 어떤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느냐다.
▲ ML 신분조회의 의미
신분조회는 통상 타 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을 데려가려고 할 때 필요한 절차다. 과거 해외로 진출한 수많은 야구선수 역시 신분조회 과정을 거쳤다. 윤석민도 지난해 10월에 한 차례 신분조회를 받았다. 윤석민은 1년 앞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보단 낮은 레벨로 분류된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윤석민을 데려가려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필요성은 있었다.
이번 신분조회로 윤석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설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로써 윤석민의 국내유턴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부터다. 마침 메이저리그 FA 시장 최대어 다나카 마사히로의 계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렇다면 다른 FA 투수들의 거취도 연쇄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곧 윤석민이 계약할 차례도 다가온다는 의미다.
▲ 메이저리그 계약 보장받을 수 있나
중요한 건 조건이다. 일단 윤석민에겐 든든한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있다. 보라스의 협상력은 두 말할 게 없다. 보라스는 윤석민을 류현진 다음가는 한국출신 최고투수로 홍보할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민의 목적은 무엇일까.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보장이다. 풀타임 선발을 보장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 아니면 불펜이 가능한 스윙맨으로 활용될 것이냐에 따라 윤석민의 몸값이 요동칠 수 있다.
이에 앞서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계약을 할 수 있을지, 마이너 옵션이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류현진의 경우 메이저리그 계약은 무난했으나 마이너리그 옵션을 놓고 계약 마감 1분 전까지 LA 다저스와 실랑이를 벌였다. 류현진은 결국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을 뺐다. 쉽게 말해서 류현진은 본인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로 갈 일은 없다.
마이너 옵션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40인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를 3년간 최대 3회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는 조항이다. 구단이 이를 사용하지 못하면 그 선수를 웨이버 공시해야 한다. 구단 입장에선 신진급 선수의 경쟁 및 성장, 팀 전력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조항이다. 하지만, 개인으로 볼 땐 메이저리거로 자리잡는 데 불리한 조항이다.
윤석민도 당연히 마이너 옵션을 빼고 순수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싶어한다. 하지만, 윤석민에 대한 시장 평가와 주변환경을 감안하면 마이너 옵션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연봉과 마이너리그 연봉이 분리된 스플릿 계약을 제시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건 구단이 마음 놓고 해당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는 계약이다. 온전한 메이저리거로 자리잡기 힘들다. 현 시점에서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계약 여부를 점치는 건 쉽지 않다. 확실한 건 윤석민으로선 어지간하면 스플릿 계약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 선발? 스윙맨? 불펜 등판 경력이 변수
만약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계약을 보장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변수는 몸 상태와 불펜 등판 경력이다. 한때 미국 현지에선 윤석민의 어깨 상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윤석민에게 진지한 관심이 있는 구단이라면 그의 몸 상태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재 윤석민의 몸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추후 문제가 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해결할수 있는 문제다.
거의 매년 구원등판 경력이 있는 건 풀타임 선발 보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물론 윤석민이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마무리를 맡은 적도 있었지만,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불펜 등판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선 이를 빌미로 윤석민의 몸값을 깎거나 선발 보장에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을 보장받는 건 결코 만만하진 않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투수 4관왕을 했던 2011년과 14승을 거둔 2008년 정도를 제외하곤 선발로 강력한 시즌을 보낸 적이 없었던 점, 거의 매년 불펜 경력이 있었던 점 등은 분명한 사실이다. 윤석민으로선 보라스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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