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역방어를 못 깨니까 주희정 기용시간이 늘었죠.”
국내 가드들을 서열로 매긴다면 SK 김선형은 어느 정도에 위치할까. 냉정하게 보면 맨 앞에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선형은 올해 포인트가드로서 두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장, 단점이 명확하다. 속공마스터답게 속공 전개와 마무리에선 국내 1인자다. 이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환상적인 페넌트레이션과 고무공 탄력 역시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경기운영과 외곽슛에선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15일 LG전서도 그런 김선형의 장,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 후 문경은 감독은 “지역방어를 깨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주희정의 기용시간이 늘어난 건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선형에겐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 SK 시스템에 최적화된 김선형
김선형은 SK 시스템에 최적화된 가드다. SK가 자랑하는 3-2 지역방어는 익히 알려졌듯 수비 그 자체보단 속공을 위한 시스템이다. 수비 리바운드를 따내면 앞선에 있던 3명이 곧바로 속공가담을 해서 손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다. 김선형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시스템이다. 김선형이 굳이 꼭지점에 설 필요는 없다. 애런 헤인즈 역시 스피드와 체력이 뛰어나기 때문.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SK 경기를 보는 팬들에게 김선형의 속공전개와 번개 같은 돌파는 쇼타임이다.
문경은 감독은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뒤 “SK에 가장 잘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했다. 현재 SK 3-2 지역방어는 지난해에 비해 그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대부분 팀에 익숙해졌다. 원활한 패싱게임과 외곽슛으로 공략할 줄 안다. 하지만, SK는 이 시스템을 버릴 수 없다. SK에 최적화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인트가드 2년차 김선형의 장점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편으로 김선형의 단점이 절묘하게 가려지는 시스템이다.
▲ 앞만 보고 달리는 말
한 농구인은 “SK의 확실한 컬러가 김선형 개인의 발전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SK 시스템 속에서는 돋보일지 몰라도 그것을 뛰어넘어야 더 좋은 가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 시스템에만 젖어있다면 자신의 한계에 무뎌진다는 의미. 문 감독도 김선형에게 “앞만 보고 달리는 말”이라고 했다. 김선형은 속공 아닌 세트오펜스에서 세련된 경기운영을 키워야 한다.
SK는 15일 LG전서 시종일관 고전하다 패배했다. LG의 2-3 지역방어를 옳게 공략하지 못했다. 문 감독은 주희정을 넣어 난국을 타개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김선형은 확실히 지역방어에 대한 대응력이 좋지 않았다. SK가 리바운드에서 완벽하게 밀리자 속공을 시도할 기회도 흔치 않았다. 김선형은 이날 34분49초간 2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에 그쳤다. 6어시스트는 양팀 통틀어 최다였으나 LG 지역방어를 깨는 킬패스는 많지 않았다. 상대 지역방어를 능숙하게 깨는 건 포인트가드 2년차에겐 당연히 쉽지 않다.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하나. 지난해 봄 챔피언결정전서 김선형은 헤인즈와의 2대2공격이 거의 무력화됐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김선형의 돌파 방향을 읽고 그쪽으로만 이중수비를 지시했다. 1년이 지난 현재 김선형이 선호하는 돌파 방향은 같다. 농구인들에 따르면, 단기간에 습관이 고쳐지는 건 쉽지 않다고 한다. 기술 업그레이드 역시 단기간에는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고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상대의 예측하지 못한 움직임, 포스트시즌 같이 세밀한 움직임이 중요한 무대에서는 김선형의 단점이 도드라지기 쉽다. 김선형에겐 포인트가드로서 성장과 연관된 문제다. 과거 양동근과 김태술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들은 경기 경험을 쌓고 부지런히 노력하면서 약점을 최소화했다. 결국 현재 국내 최고 가드로 성장했다. 김선형은 올 시즌 플로터를 익혀 잘 써먹고 있다. 이런 점은 칭찬받아야 할 부분이다. 김선형 역시 진화하고 있다.
▲ 외곽슛 트라우마
김선형에게 지겹도록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 바로 외곽슛이다. 전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농구에 대한 전술의 세분화는 가속화된다. 개인에게 요구되는 기술이 많아지고 있다. 포인트가드에게 슛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러나 김선형은 외곽슛 성공률이 좋지 않다. 3점슛 성공률은 데뷔시즌인 2011-2012시즌엔 33.5%였다. 그런데 지난 시즌엔 26.9%, 올 시즌엔 21.3%로 하락했다. 야투성공률도 지난 시즌 48.5%에서 올 시즌에는 41.5%로 뚝 떨어졌다.
포인트가드로서 치명적인 스텟이다. 확실히 김선형을 막는 수비수는 거리를 두고 수비한다. 수비수들이 상황에 따라서 SK 장신 포워드들에게 도움수비를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도 김선형의 외곽슛이 좋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전설적 3점슈터출신 문 감독은 예전에 “3점슛은 하체 밸런스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선형의 슛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눈으로 봐도 김선형이 3점슛 라인 부근에서 곧고 빠르게 솟구쳐올라 일정한 리듬으로 슛을 던지진 않는다.
문 감독은 김선형에게 처음에는 슛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슛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선형이 스트레스를 받을 걸 우려해서다. 단점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감을 잃고 장점마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제자 김선형을 키우는 문 감독 고도의 용병술이다. 어쨌든 김선형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면 외곽슛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속공마스터 김선형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가드다. 확실한 스타성을 갖췄다. SK 시스템 속에선 김선형의 단점이 최소화된다. 이게 김선형 개인적으로는 꼭 바람직하다고 할 순 없다. 스스로 한계의 틀을 깨야 한다. 그래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농구인은 김선형의 성장을 기대하고 또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김선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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