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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커쇼의 계약이 류현진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
FA를 한 시즌 앞둔 상황에서 LA 다저스와 7년 2억1500만달러 연장계약을 맺은 클레이튼 커쇼. 그는 2020년까지 LA 다저스 에이스로 활약할 전망이다. 다시 말해서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계약이 끝나는 2018년까지 커쇼와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류현진은 2선발 잭 그레인키와도 2018년까지 함께할 수 있다. 그레인키 역시 2018년까지 계약됐다. 물론 세 사람은 모두 옵트아웃(계약기간 중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하는 권리) 조항이 있다. 만약 셋 다 계약기간을 채운다고 보면 류현진으로선 정말 좋은 투수 2명과 메이저리그 초창기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 현지 언론에선 이미 커쇼의 7년 장기계약이 LA 다저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극찬했다. 커쇼-그레인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메이저리그 최고 원투스리펀치를 보유한 LA 다저스는 언제든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류현진에게도 당연히 호재다.
▲ 좋은 지도자만큼 좋은 동반자
류현진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올 시즌엔 2년차를 맞아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이 있다. 서드피치인 슬라이더 혹은 커브의 제구를 가다듬는 것도 과제이고, 체력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도 있다. 또한 매년 생소한 타자, 강력한 타자와의 승부를 이겨낼 수 있는 임기응변능력을 더욱 강하게 키우는 것 역시 과제다.
야구선수에게 때로는 좋은 지도자만큼 좋은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코치에게 배울 게 있고, 동료, 선-후배에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게 따로 있다는 의미다. 국내 한 야구인도 “지도자가 주로 기술전수를 담당한다면, 좋은 선배가 후배들에게 정신적인 조언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요령 등을 알려줄 수 있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좋은 동료가 있는 팀은 지도자가 미처 캐치하지 못한 세밀한 부분을 얘기해줄 수 있고, 서로 피드백을 할 수 있다.
국내야구 삼성 투수진이 대표적 예다. 막내급 심창민은 매번 “좋은 선배들에게 보고 배우는 게 많다”라고 감사함을 표한다. 과거 정현욱에게 프로의 자세, 오승환에게 마운드에서의 표정관리, 장원삼에게 몸 관리 비법 등을 조언 받았다고 한다. 이런 부분은 지도자가 일일이 챙겨줄 수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성공한 선배, 성공한 동료에게 얻을 수 있는 자산이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류현진보다 더 좋은 투수라는 소리를 듣는다. 류현진보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도 많다. 이미 류현진은 지난해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좋은 점만 참고하면 된다. 두 투수는 좋은 점이 참 많다. 경기운영능력, 안정적인 커맨드 등 특히 커쇼는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모범적이다. 류현진에겐 좋은 참고서적이다. 앞으로 5년간 잘 써먹으면 약이 된다. 류현진이 영어만 좀 더 능숙하게 구사하면 좋을 듯싶다.
▲ 부담 없고 안정적인 3선발이 갖는 의미
류현진은 출국 인터뷰에서 “선발 순번은 중요하지 않다. 다나카가 입단해서 3선발을 가져가도 상관없다”라고 했다. 확실히 류현진은 멘탈이 좋다. 선발 순번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보다 실질적으로 한 시즌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선발순번 자체를 선발투수의 역량과 연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3,4선발이 에이스보다 실력이 좋은 건 아니다. 때문에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서 롱런하려면 3선발 그 이상의 아우라를 뽐낼 필요도 있다. 마침 지난해 류현진은 3선발 그 이상의 역량을 뽐냈다.
이것은 주변환경도 한 몫을 했다. 커쇼-그레인키라는 확실한 원투펀치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류현진으로선 부담 없이 3선발로 자신의 피칭을 했다. 자신 앞에 확실한 원투펀치가 있다는 건 선발투수에겐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다. 사실 한화에서 소년가장 에이스로 맹활약했을 때가 류현진 개인적으로선 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다.
류현진은 2018년까지 이변이 없는 한 1,2선발로 격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커쇼와 그레인키가 급격한 부진 혹은 부상을 겪지 않는 한 3선발로 2018년까지 보낼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서 3선발로 꾸준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경우 추후 FA 자격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타 팀으로부터 에이스급 러브콜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LA 다저스에서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도 있다. 아직 메이저리그서 완성형 투수가 아닌 류현진으로선 급하게 에이스 감투를 쓸 필요는 없다.
류현진과 2018년까지 함께하는 커쇼와 그레인키의 존재는 류현진에겐 그만큼 든든하다. 류현진으로선 좋은 투수들과 함께 전성기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류현진과 커쇼(위, 가운데), 류현진과 그레인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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