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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스가 좀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원한다면.
오리온스는 최근 완전체 전력을 갖췄다. KT에서 이적하자마자 금지약물 복용으로 9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김도수가 18일 전자랜드전서 마침내 오리온스 데뷔전을 치렀다. KT에서 건너온 앤서니 리처드슨, 장재석이 오리온스의 주축으로 떠오른 상황. 이들과 기존 주전 이현민, 김동욱, 최진수 등이 서로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오리온스는 KT와의 트레이드 이후 6승5패를 거뒀다. 확실히 기복이 있다. 선두권의 모비스, LG를 잡았으나 하위권의 KCC, 동부(12월 26일)에 패배하기도 했다. 아직 선수들의 호흡이 완전하지 못해 추일승 감독이 요구하는 다양한 패턴과 전술을 소화하기 힘든 실정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반대의 경우 상대의 준비된 전술에 말려들기도 한다.
▲ 리처드슨 효과의 실체
현재 오리온스의 구심점은 리처드슨이다. 리처드슨의 합류 이후 침체된 최진수가 살아났다. 최진수로선 골밑에서 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리온 윌리엄스, 랜스 골번보다 내, 외곽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리처드슨과 함께 뛰는 게 더 잘 맞는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의 폭이 넓어진 상황. 같이 외곽에서 활동하는 최진수에겐 호재다. 사실 최진수는 과거 이타적인 마인드가 돋보였던 크리스 윌리엄스와의 호흡이 참 좋았다. 오리온스는 리처드슨이 살아나면 외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함께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
오리온스의 기복있는 경기력은 리처드슨부터 시작된다. 일단 리처드슨이 투입될 경우 오리온스 대부분 공격은 리처드슨에게서 파생된다. 일단 다른 선수들이 리처드슨에게 외곽 슛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스크린을 건다. 상대 수비는 약속된 타이밍에 맞춰 스위치 혹은 도움수비를 실시한다. 리처드슨의 공격은 상대의 수비가 느슨하거나 1대1로 요리 가능할 때 위력을 발휘한다. 이때 다른 선수들의 위력도 동반 상승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꽉 막힌다. 18일 전자랜드전이 대표적인 사례. 전자랜드의 완벽한 스위치 디펜스에 리처드슨이 꽁꽁 묶였다.
리처드슨이 묶이자 오리온스 공격력 자체의 위력이 줄어들었다. 최진수를 비롯해, 김동욱, 이현민 등의 외곽 라인의 위력과 조화도 같이 떨어진 것. 추일승 감독은 “포웰이나 헤인즈는 수비가 붙으면 영리하게 공을 빼줄 줄 안다. 아무래도 리처드슨은 그런 점이 약하다”라고 지적했다. 리처드슨이 상대 수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순간 오리온스 공 흐름은 둔화된다. 수비에서도 골밑 가담이 적으니 국내선수들의 도움수비 부담이 크다. 이런 부분은 결국 추 감독의 전술적인 보완과 연습을 통해 메워가는 수밖에 없다.
▲ 장재석의 코뼈 보호대 착용
오리온스가 트레이드 이후 경기력이 좋아진 결정적 이유는 장재석 때문이다. 리처드슨은 확실히 양날의 검이다. 윌리엄스가 없으면 오리온스의 골밑 수비 부담은 커진다. 장재석이 상당 부분 커버해줬다. 추 감독은 “재석이가 생각보다 1대1 수비력이 괜찮다”라고 칭찬했다. 장재석은 공격에서도 추 감독의 우려와는 달리 자신감을 찾았다. 장재석은 오리온스 이적이 약이 됐다. 장재석이 공수에서 제 몫을 해주면서 추 감독은 리처드슨을 마음 놓고 기용할 수 있다.
그런 장재석이 지난 15일 KGC전서 리바운드 도중 김동욱과 충돌해 코뼈가 골절됐다. 이후 장재석은 2경기 연속 코뼈 보호대를 착용하고 나왔다. 장재석은 “양 옆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수비에서 상대 공격수를 많이 놓쳤다. 슛을 던질 때도 순간적으로 안 보일 때가 있다”라고 호소했다. 뼈가 붙으려면 3주는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여러모로 플레이가 위축될 수 있는 상황. 스스로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장재석이 와일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오리온스 공수 위력 자체가 떨어진다.
추 감독은 “경기력이 안정되려면 제공권이 살아나야 한다”라고 했다. 골밑 위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오리온스로선 전 선수의 리바운드 가담이 중요하다. 장재석은 윌리엄스와 함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제공권 장악을 해야 오리온스 특유의 기동력과 외곽포를 살릴 수 있다는 게 추 감독의 계산이다. 오리온스는 김동욱, 최진수 외에도 전정규, 성재준, 임종일 등 외곽슛에 능한 선수가 많다. 이들은 기동력도 갖췄다. 결국 장재석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재석은 최진수와의 하이-로 게임도 위력적이다.
▲ 김도수의 활용도
추 감독은 KT와의 트레이드 당시 김도수를 강력하게 원했다. KTF 시절부터 데리고 있었던 제자다. 김도수를 매우 잘 안다. 추 감독이 김도수를 원한 건 김동욱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욱은 무릎 수술 이후 확실히 주춤하다. KT와의 트레이드 이후엔 출전 시간이 줄었다. 추 감독은 장기적으로 볼 때 김동욱의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게 낫다고 본다. “김동욱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라는 게 이유다.
김도수도 김동욱처럼 공수 모두에 능하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부상으로 적극성이 많이 떨어진 상황. 추 감독은 그동안 김도수를 특별히 아꼈다. 오히려 9경기를 쉬면서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김도수는 18일 전자랜드전과 19일 동부전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이후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추 감독은 “수비가 안 되는 선수는 뺄 것이다”라고 했다. 수비력을 갖춘 김도수는 추 감독의 메시지를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선수다. 그동안 침체된 김동욱에게도 자극을 줄 수 있다. 결국 오리온스는 리처드슨을 투입했을 때의 약점을 극복하고 장재석과 김도수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면 경기력이 좋아질 수 있다. 김도수가 뒤늦게 데뷔한 상황. 오리온스 경기력이 안정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제 곧 5라운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오리온스로선 딜레마다.
[리처드슨과 장재석(위), 오리온스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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