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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죠"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로 이름을 알리고 이른바 빵 뜬 배우 손호준. 그는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 되고 '대세'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게 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꾸준히 배우의 꿈을 이어온 그가 스타가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스타가 아닌 배우를 꿈꿨기에 그의 내공은 상당했다. 때문에 그의 내공을 알아본 이들은 그의 차기작에 더욱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차기작은 의외였다. 드라마, 영화가 아닌 뮤지컬이었던 것. 전혀 새로운 장르에 그야말로 도전한 셈이다. 뮤지컬 도전은 팬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굳히기에 들어가는 찰나, 다시 시험대에 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의 요셉 역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손호준의 행보가 더욱 신기하고 궁금했던 이유다.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만난 손호준은 뮤지컬 공연 회차를 딱 반 정도 마친 상태였다. 과한 관심 속에 떨리는 마음으로 오른 첫 무대 이후 점점 적응하는 과정에서 손호준은 계속해서 자신을 시험하고, 또 자신에 대해 깨닫고, 쉽지만은 않은 배우의 인생을 조금씩 깨닫는 중이었다.
다시 평가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뮤지컬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원래 어릴 때부터 극단에서 연극을 할 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 연극배우 하면서도 뮤지컬배우가 되고싶은 갈망은 있었다. '응사'를 하고난 다음에 좋은 기회가 왔다"고 밝히면서도 이내 "하게 되긴 했는데 너무 준비가 부족했다. 연습도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첫 공연 때 관객들에게 너무 죄송하더라. 준비를 못해서.. 그 분들에게 공연 올리는 것 자체가 죄송스러웠다. 아직도 연습하고 있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계속 연습한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 여러번 컷을 갈 수 있다. 베스트인 컷에 '오케이'를 받으면 되는데 뮤지컬은 끊고 갈 수가 없으니까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습이 부족했다. 다행히 다른 배우들과 많이 친해져 많이 도움을 받고 있다."
연극을 꾸준히 한 덕에 무대는 익숙했지만 첫 뮤지컬이다 보니 확실히 익혀야할 것들이 많았다. 동선과 노래 들어가는 타이밍, 노래 가사, 세가지를 한꺼번에 암기해야 하다보니 정신이 없었다. 실수도 신경 쓰였지만 외우는 것 자체가 손호준을 바쁘게 했다. 때문에 홀로 빈 무대에 올라 동선을 밟고 몸에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첫공연과 실수는 잊지 못한다. 그는 "첫공연 같은 경우 일단 외우고는 있지만 머릿속으로 외운거지 몸이 외운게 아니었다. 타이밍을 계속 보면서 하고 있었는데 다른 배우분들이 옆구리를 찔러 주시기도 하고 안내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첫공연 때 실수는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 프롤로그 때 첫등장하면서 노래를 하는데 난 노래를 끝냈는데 다른 배우들은 노래가 안 끝났더라. 너무 헷갈려서 중간을 빼먹고 부른거다. 눈치를 보다가 중간부터 불렀는데 들어와서 배우들한테 '나 어떡해' 하니까 '괜찮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해오던 분야가 아니다 보니까 어렵더라. 다른 배우들에게 죄송했던 게 그런 부분이다. 다른 분들은 오래 하신 전문 배우들인데 나는 단 며칠, 몇번 연습 해보고 공연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죄송했다. 밑바닥부터 같이 하는거면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응사'에서 많은 분들이 알아본다고 해서 덜컥 딱 들어와있는게 내가 생각해도 죄송스러웠다. 근데 너무 잘 챙겨주셔서 고마웠다. 회식 때 술 한잔 하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내가 많이 부탁도 드렸다. 다른 분들은 너무 잘 해주시고 챙겨주신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실수를 겪고나니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응사'에서 보여준 전라도 사투리를 선보이는 부분은 '해태'를 기억하게 하며 웃음을 준다. 그는 "파라오 역 선배님들이 애드리브로 해태를 언급하셨는데 나도 처음에 고민을 했다. 이거 사투리로 얘기를 해야하나 어떡하나 고민했다. 근데 해태 언급만으로도 관객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니 이 부분 만큼은 내가 해태로 보여져도 괜찮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뮤지컬 하면서 느낀건데 뮤지컬 배우 분들이 대단함을 느꼈다. 죽기 전에 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근데 뮤지컬 자체를 좋아한다. 사실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너 별로야' 해도 내가 만족하면 됐었다.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는 내 분야다 보니까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뮤지컬 같은 경우엔 일단 내 분야가 아니다 보니 일단 노래를 잘 불러야 했고 다른 것들도 신경 쓸 게 많았다. 또 급하게 들어간 면이 있어 처음부터 다른 동료들과 같이 어울려서 연습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호준은 솔직했다. 급하게 들어간 뮤지컬, 어떤 이에게는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한 손호준이기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무대를 사랑하는 배우로서 일단 시작한 도전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또 자신도 한층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
그는 "지금 같은 경우엔 무대에서 계속 부딪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과정이다 보니까 그게 너무 아쉽다. 무대 올라가기 전에 시행착오를 겪고 난 다음에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관객들 앞에서 다듬어져 가는 모습이 죄송스럽다"며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거듭 내비쳤다.
"처음에는 기다려준 팬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갔다. 기다려 주시는데 너무 죄송해서 고개를 못 들겠더라. 좋은 공연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랬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익숙해진 편이다. 조금씩 찾아가는 단계다. 뮤지컬의 큰 재미는 그거다. 공연이 다 다르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엔 편집 시켜서 하나의 작품이 나오면 결과물은 언제 봐도 똑같다. 근데 뮤지컬은 라이브다 보니까 항상 일어나는 돌발상황들이 있다. 대처하는 모습도 항상 다르다.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분위기도 바뀌고 매번 다른 공연이 된다. 미세하게 작은 그런 것들이 참 매력적이다. 언젠간 더 다듬어져서 또 하고싶다."
한편 손호준이 출연중인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은 뮤지컬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라이언킹', '아이다' 등을 작사한 팀 라이스 최초의 공동 작업 작품으로 성경 속 인물 요셉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오는 2월 9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손호준.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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