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국 무대에 하루빨리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첫 훈련부터 적극적인 자세로 선수단을 사로잡았다. 히메네스는 전날(30일, 이하 한국시각) 롯데 야수조가 훈련 중인 미국 애리조나에 합류해 첫 상견례를 가졌다. 오전 훈련에 앞서 히메네스는 "잘 부탁한다"고 운을 뗀 뒤 "한국 야구를 경험하고 싶었다.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 "192cm 127kg의 거구인 히메네스가 FA로 친정팀에 복귀한 최준석과 나란히 서자 한 눈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지난달 11일 롯데와 계약한 히메네스는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트리플A팀인 버펄로에서 99경기에 출전, 타율 2할 8푼 5리 18홈런 73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7경기 타율 5푼 9리(17타수 1안타)에 그쳤으나 마이너리그 통산 1021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9리 154홈런 656타점을 올린 거포형 타자다. 롯데는 히메네스가 손아섭, 최준석과 함께 중심타선의 한 축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히메네스는 첫 훈련부터 팀에 빠르게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오전에 선수들과 함께 몸을 푼 히메네스는 곧바로 '런치타'에 임했다. '런치타'는 김시진 감독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새롭게 도입한 훈련으로 점심시간 50분 가운데 30분을 타격 훈련에 매진하는 프로그램이다. 타자들은 귀중한 점심시간도 쪼개가며 배트를 돌린다. 히메네스도 훈련 첫날부터 정해진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하며 의욕을 드러낸 것이다.
히메네스는 피칭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처음에는 가볍게 툭툭 밀어치다 막바지에 풀스윙을 하자 식사를 하던 선수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히메네스에 대한 선수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이제 훈련 시작이라 간단히 몸만 푼 정도이지만 잠깐만 봐도 힘이 굉장한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칭찬했다. 또한 히메네스는 선수들에게 배운 "안녕하세요, 형님"이라는 우리말 인사를 열심히 따라하며 선수들에게 다가갔고, '90도 인사'도 금방 이해했다.
히메네스는 점심시간에도 그를 위해 준비해온 햄버거 대신 한식인 김치볶음밥을 달라고 외쳤다. "한국의 매운맛을 경험해보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사실 매운 것을 잘 못 먹더라"고 귀띔했다. 그래도 한국 문화에 하루빨리 적응하려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높이 살 만했다. 롯데 관계자는 "30일 휴식 후 설 당일인 31일 훈련 간에 떡국을 먹는다"고 했다. 히메네스는 캠프에 합류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민족 최대의 명절까지 경험하게 된 셈이다.
히메네스는 지난 2009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뛰며 동양 야구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39경기에서 타율 2할 3푼 1리(121타수 28안타) 5홈런 14타점으로 좋지 못했는데, 그는 스스로 '적응 실패'를 부진 요인으로 꼽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개인 전담 트레이너인 앤드리와 함께 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앤드리도 이날 히메네스의 훈련을 지켜봤다.
빠른 적응을 위한 히메네스의 노력은 계속됐다. 일본 무대에서 배운 짧은 일본어 단오로 모토니시 아츠히로 작전·주루코치와 대화를 나눴고, 니혼햄 시절 투수와 타자 라인업을 줄줄 외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본에서 일종의 향수병으로 고생하면서도 팀에 적응하려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적응에 실패하면 제 기량을 보여주기 어렵다. 히메네스의 일본 무대 실패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이를 거울삼아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첫 훈련부터 보여줬다. 재계약에 성공한 동료 쉐인 유먼과 크리스 옥스프링이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도 빠른 적응이 한 몫 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성공한 외국인선수들은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최근 롯데의 사례를 봐도 카림 가르시아(2008~2010, 2011 한화)와 라이언 사도스키(2010~2012) 모두 최고의 적응력을 보였다. 그래서 하루빨리 팀에 적응하려는 히메네스의 노력이 더욱 반가운 롯데다.
[히메네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첫 번째 사진), 점심 메뉴인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는 히메네스의 뒤에서 앤드리 트레이너가 흐뭇하게 웃고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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