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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최희가 KBS N을 떠난다고 했을 때, 솔직히 실망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 연예인이 되고 싶구나 했다. 돈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야구 마니아 중에는 '야구를 이용했다'고 발끈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분노가 나름 이해는 됐다. 야구 팬들에 의해 소위 '야구여신'이란 칭호를 받았던 최희 아닌가. 야구 팬들을 저버린 거란 배신감이었을 게다.
프리랜서 선언을 한 지 4개월쯤 지난 최근 최희를 만났다. 그 사이 최희는 XTM '베이스볼 워너비' MC로 야구 프로그램을 새로 맡았다. XTM은 아나운서가 따로 없어 '베이스볼 워너비'와 MC 계약을 맺은 건데, 어쨌든 야구를 저버린 게 아니니 야구 마니아들을 안심시킬 희소식이었다.
그래도 왜 KBS N을 떠났는지는 물어야 했다. 최희는 일단, KBS N 그리고 자신이 최장수 MC였던 '아이 러브 베이스볼'에 애정이 크더라. 자부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났던 건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는 이유였다. KBS N을 떠났을 당시 자신을 향해 좋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던 것도 알고 있었다.
최희는 KBS N을 '회사'라고 지칭했다. "회사에서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진행할 때는 직장인이었지만, 다른 방송에 출연할 때는 방송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어요." 최희가 회사를 떠난 동기는 이 이유가 가장 컸다. "두 가지 잣대"가 드리워져 혼란스러웠단다.
애당초 연예인 같은 인기 얻어 볼 심사에 시작한 스포츠아나운서가 아니었다. 단지 야구, 축구가 좋고 스포츠아나운서란 직업에 매료됐던 건데, 인기가 커질수록 그에게 요구되는 건 스포츠아나운서 그 이상의 역할이었다. "솔직히 힘들었어요. 회사에선 스포츠아나운서란 직업을 더욱 대중에게 알리고 역량을 넓히고 싶어해서 다양한 활동을 권장했는데, 혼자서는 그 모든 일이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설명을 들어보니 납득이 갔다. 토크쇼 같은 예능에선 연예인들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한데, 혈혈단신 최희가 거대한 기획사와 여러 스태프가 뒤에서 도와주는 연예인들에 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같이 출연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방송에 더 잘 나올까',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 어필할까' 여러 명이 모여서 고민하는데, 전 혼자서 하려다 보니 방송마저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전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라 회사를 위해 일하지만, 저를 위해 일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 러브 베이스볼'은 회사 프로그램이라 괜찮았지만, 외부 프로그램에 나가면 저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당연히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있을 리 없다 보니 의상도 혼자 다 사야 했고, 이곳 저곳 직접 운전하면서 이동했어요. 비용을 떠나서 그 모든 걸 저 혼자 감당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좀 누가 날 도와줬으면 좋겠다'란 절박한 심정이었죠. 다른 분들이 부럽기도 했고."
두 번째 이유는 불투명한 미래의 불안감이었다.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고민, 최희도 똑같았다. '내가 언제까지 이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까'란 불확신.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제가 10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 그만두고 내려왔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됐는데, 제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서 해답을 못 찾았어요. 그래서 '내가 좀 더 발전하려면 나와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렇다면 지금은 미래에 대해 해답을 찾은 걸까. 아직 뚜렷한 해답은 찾지 못한 듯했다. 새로운 길이 "두렵고 어렵다"고 했다. 다만 연예인 되겠다고 무턱대고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닌 듯싶었다. 연예인보다는 '여자 김성주' 같은 역할을 꿈꾸고 있었다. MC와 스포츠를 병행하는 것. 구체적으로 좀 더 큰 꿈도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스포츠 중계를 해보고 싶어요. 김성주 선배가 스포츠와 예능을 같이 하며 넓은 분야를 아우르는 MC가 됐잖아요. 롤모델이에요. 저도 회사를 나오기 전에 배구 중계를 한 적 있는데,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어서 버거웠어요. 나중에 경험과 실력이 더 쌓이고 여유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스포츠 중계를 꼭 하고 싶어요."
그럼, '돈 때문에 프리랜서가 됐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떨까. 최희는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해요"라고 했다. 그리고 "저 역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인데 어떤 사람이 돈에서 자유롭겠어요. 저도 열심히 벌어서 시집도 가고, 집도 사고 해야 하니까요"라며 웃었다. 쿨하고 솔직했다. 최희는 "물론 돈이 1순위는 아니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포함되긴 해요. 맞는 얘기죠. 다만 절대적인 가치는 아닌 것이고, 이직 사유 중 하나이긴 해요"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행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알고 있었다. 그런 시선의 이유를 최희 스스로는 "야구로 얻은 인기를 다른 데 이용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최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야구가 제일 좋기 때문이고 "야구를 버린 것도 아니고 버릴 수도 없다"고 했다.
"저도 야구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그래서 늘 야구팬들에게 감사하고요. 만약 야구가 제 인생에 없었다면? 맞아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 까짓 게 뭐라고' 저도 이렇게 생각해요. 근데 저 진짜, 야구가 얼마나 좋은데요. 이걸 이용해서 연예인 되려고 했다고요? 절대 아닐 걸요!"
스스로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는 꿈도 꾸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희가 가는 이 길을 최희 이전에 먼저 걸어간 이는 없었다. 스포츠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가 돼 성공한 사람. 1세대 스포츠아나운서인 김석류도 지금은 방송을 떠난 지 오래다.
"제가 더 성장해서 스포츠 캐스터까지 된다면 후배들한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회사 안에서도 좋은 롤모델이 되는 선배가 있을 수 있고, 저처럼 회사를 나간 뒤에 개척하는 것 역시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근데 잘돼야 롤모델일 텐데, 안 그러면 창피한 선배가 되는 거겠죠? '쟤 회사 나가서 망했네' 그런 얘기 안 들으려고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최희가 '야구 여신'이 되기 전 학창 시절의 이야기는 인터뷰②에서 계속)
[방송인 최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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