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파주 김종국 기자]"선수들도 자기가 골을 넣는 장면은 가지고 싶어 합니다."
축구대표팀의 채봉주 비디오 분석관은 9년 동안 선수들의 경기장면과 훈련장면을 영상에 담고 있다. 채봉주 분석관은 대표팀의 경기장과 훈련장을 가리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의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힘쓰고 있다. 대표팀이 소집되면 대표팀 코치진은 밤마다 비디오 분석실로 모여 채봉주 비디오 분석관이 편집한 경기와 훈련 영상을 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대표팀이 소집되면 잠을 자는 시간이 3시간 남짓에 불과한 채봉주 분석관의 별명은 '밤의 황제'다.
채봉주 분석관은 "대표팀 코치진들은 훈련 장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훈련까지 촬영해 준비하고 있다"며 "선수들의 요청도 많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리그 경기를 뛸 때 미리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과 이근호가 비디오 요청을 많이 한다"는 채봉주 분석관은 "흥민이는 경기 전체적으로 자신이 볼을 관리하는 상황과 자신이 놓친 장면 들을 원한다. 기본적으로 선수들도 자기가 골을 넣는 장면을 가지고 싶어 한다. 거기에 맞춰 편집해 선수들에게 제공한다"고 전했다.
채봉주 분석관은 상대팀들의 자료 영상들도 차곡차곡 수집하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대결할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의 경기 테이프도 10여개씩 입수했다. 편집은 채봉주 분석관의 임무다. 예를 들면 벨기에가 치른 10경기 동안의 왼쪽 코너킥 장면만 따로 편집해 대표팀 코치진에 제공하는 등 상대 전력을 세밀하게 분석하는데 있어 채봉주 분석관의 역할은 크다.
채봉주 분석관이 나타나면 상대팀 관계자들이 반가울 일은 없다. 자신들의 전력이 한국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아시안컵 당시에는 한국의 훈련 장면을 찍고 있던 채봉주 분석관을 향해 옆에서 훈련하고 있던 호주대표팀이 항의하기도 했다. 스파이로 오해받기도 한다. 채봉주 분석관은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당시에는 경기 감독관의 허락을 받고도 카타르쪽에서 촬영을 못하게 하려했다. 어떤 때는 상대 관중들이 몰려들어 촬영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채봉주 분석관은 해외 원정 경기에선 홀로 관중석 상단에 위치해 경기를 촬영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채봉주 분석관의 활약 덕분에 축구대표팀은 상대 전력분석을 좀 더 세밀하게 할 수 있는 셈이다.
[채봉주 분석관.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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