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도 고민은 있다.
마침내 선두에 오른 삼성. 5월 성적은 11승1무3패 고공행진. 4월 20일 당시 7위까지 처졌던 성적은 어느덧 1위로 바뀌었다. 날씨가 서서히 더워지면서 힘을 내는 전형적인 슬로스타터 삼성답다. 2위 넥센에 단 1경기 앞섰지만, 현재 삼성은 9개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뽐낸다. 일단 선발진이 안정되면서 불펜과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타순을 가리지 않는 야수들의 해결능력, 안정된 수비도 선두 도약의 빠질 수 없는 원동력. 여기에 지난 3년 연속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일궈낸 경험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위기관리능력도 단연 삼성의 강점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전혀 걱정거리가 없을까. 그건 아니다. 삼성은 4위 두산에 단 1.5경기 앞섰다. 전력은 가장 안정적이지만, 선두 입지가 굳건한 건 아니다. 언제든 중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 크게 두 가지다. 주전 중견수와 외국인 선발투수 공략이다.
▲ 누가 주전 중견수로 적합할까
개막 2달이 다 됐다. 여전히 삼성 주전 중견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우선 정형식에게 1번 중견수로 기회를 줬다. 엄청난 특권이었다. 가장 먼저 기회를 줬다는 건 그만큼 정형식이 지닌 역량을 가장 신뢰했다는 의미. 하지만, 정형식은 류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보여줬던 정교한 타격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28경기서 타율 0.176 3타점 6득점 4도루.
류 감독은 결국 정형식의 대체자를 내세웠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영욱이 기회를 받았다. 이영욱은 정형식과 비슷한 유형의 타자. 발이 빠르고 수비력이 좋다. 타격만 받쳐주면 금상첨화. 이영욱은 14경기서 타율 0.261 5타점 7득점 6도루를 기록 중이다. 나쁘지 않은 성적. 하지만, 류 감독은 “삼진이 너무 많다”라고 했다. 28타석 중 4분의 1, 7차례 삼진을 당했다. 정형식 역시 76타석 중 19차례 삼진을 당했다.
류 감독은 두 사람을 톱타자, 혹은 하위타순에 배치해 기회를 줬다. 타순은 다르지만 이들의 기본 역할은 같다. 득점의 물꼬를 터야 한다. 하지만, 류 감독은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고 봤다. 타순의 흐름을 끊는다고 해석한 것. 결국 류 감독은 박해민과 김헌곤에게도 기회를 줬다. 신고선수 출신 2년차 박해민은 발이 매우 빠르다. 28경기서 타율 0.176 4타점 5도루 9득점. 김헌곤은 5경기서 타율 0.444 3타점 2득점. 김헌곤은 아직 류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는 못했다.
류 감독은 최근 김헌곤에게 기회를 줬다. 정형식과 이영욱에겐 각각 한차례씩 2군행 자극도 줬다. 하지만, 확실한 주전은 없다. 다시 정형식과 이영욱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 류 감독은 “선수 본인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주전 기회가 계속 찾아오지 않는다.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평생 대주자, 대수비하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네 사람 모두 기본적으로 수비력이 안정적이다. 결국 관건은 타격. 팀 타선의 유기적인 조합과 기동력을 위해 주전 중견수가 결정돼야 한다. 현 구도는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진 않다. 류 감독 역시 붙박이 라인업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 외국인 선발투수 공략
또 한가지 고민은 외국인 선발투수 공략. 류 감독은 수 차례 “외국인 선발투수들을 시원하게 공략한 경기가 별로 없다”라고 했다. 올 시즌 외국인투수들의 행보는 극과 극이다. 효자 노릇을 하는 외국인도 있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외국인투수들도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의 지적대로 삼성 타선이 확실하게 외국인투수를 공략한 경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삼성은 20일 현재 두산(1승4패), 롯데(1승2패)에 상대전적 열세다. 여러 원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외국인투수 공략 실패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2승 평균자책점 1.13, 크리스 볼스테드가 1경기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다. 롯데 크리스 옥스프링도 1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0이었다. 쉐인 유먼 역시 1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3.60. 4명의 두산, 롯데 외국인투수에게 5승을 헌납했다. 이밖에 넥센 벤헤켄이 1패 평균자책점 2.57, NC 에릭 해커가 1승 평균자책점 1.35, KIA D.J. 홀튼이 1승1패 평균자책점 2.08로 삼성에 강했다.
삼성이 모든 외국인투수에게 약했던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외국인투수들에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낯선 외국인투수에게만 약했던 게 아니라 몇 년간 상대해봤던 외국인투수들에게도 약했다. 물론 삼성 타선은 임기응변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약했던 외국인투수들에게 시즌 중반 이후 혹은 한국시리즈서 복수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대응책을 찾았고, 특정 구종 공략, 볼카운트별 공략 등 확실한 테마를 갖고 경기에 나서면서 공략법을 찾기도 했다. 물론 시즌 초반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쌓인 데이터일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도 있다.
어쨌든 상대 외국인투수를 시원스럽게 공략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모두 해당 팀의 기둥 투수들. 팀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3연전을 치르면서 확률적으로 외국인투수 1명쯤은 만날 가능성이 크다. 그 1경기에 위닝시리즈와 루징시리즈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삼성이 좀 더 안정적인 선두 질주를 하기 위해선 두 가지 과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정형식(위), 이영욱(가운데), 박해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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