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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보도 독립성 문제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길환영 KBS 사장이 이를 거부한 가운데 뉴스 제작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19일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 9'이 축소 방송됐고, 다음 날인 20일 오전에도 일부 방송이 결방됐다. 이 같은 파행은 20일 오후에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사태가 장기화 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19일 오후 1시부터 20일까지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뉴스 9'의 최영철 앵커가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분량은 20여분으로 축소됐다. 이어 20일 오전 6시 KBS 1TV '뉴스광장'도 20분 단축 방송됐고, 오전 9시 30분 '뉴스930'도 결방했다.
뉴스 제작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오늘(20일) 방송 예정인 '뉴스5' '뉴스7' '뉴스9' 모두 축소 또는 결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길환영 사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보도국의 제작거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도국에서 새로운 리포트를 제작하지 않아 뉴스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이번 KBS 사태는 노조의 총파업 결의로까지 이어지며 점차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다"고 주장한 김시곤 전 국장의 발언에 2~4년차 기자들이 보도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김 전 국장의 발언에 항의하면서 결국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기자협회에서 길환영 사장의 사퇴와 함께 보도 독립성 침해 진상 규명을 요구한 가운데 백운기 신임 보도국장 임명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 개입설까지 제기됐다. 김 전 국장은 청와대 개입설을 주장하며 사퇴를 종용 당했다고 주장했고, KBS 보도본부 부장단이 집단 사퇴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결국 길환영 사장은 9시 뉴스를 통해 "청와대 개입은 김 전 국장의 개인 의견을 뿐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자 김 전 국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사장의 보도 개입 사례를 추가로 공개하며 반박했다. 사장의 보도 개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구성원들의 반발은 심해졌고, 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와 kBS 노동조합이 연계해 19일 오전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길 사장은 이날 오전 중 사원과의 대화를 통해 그간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양대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취소됐고, 오후에 마련된 기자회견도 모두 취소했다. 대신 길 사장은 오후 5시께 몇몇 통신사와 일간지를 불러 기자회견을 자청해 노조에 의해 제기된 의혹과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해명했다.
길 사장은 김 전 국장의 사퇴와 관련해 "그간 신임했던 김 전 국장에 대해 유족들의 (사퇴) 요구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KBS와 사회를 살리기 위해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청와대의 지시라며 김 전 국장에게 사퇴를 지시한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보도 개입설에 대해서도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서는 "나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사퇴할 상황이 아니다. 이 상황을 수습하고,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극심한 경영위기, 개혁 등의 중책을 맡고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 보도 측면에서 오래 쌓아온 적폐를 해소하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 전 직원이 힘을 모을 때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치적 목적으로 파업을 시도하고,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길 사장이 사퇴 거부 의사를 드러내자, 두 노조는 제작 거부에 이어 오는 21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KBS PD 협회는 이미 제작 거부를 결의했고, 지역방송총국 팀장급 52명도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KBS는 2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야당 추천 인사 4인이 제출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긴박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KBS는 19일 오후 이세강 보도본부 해설위원을 신임 보도본부장으로, 박상현 보도본부 해설위원을 신임보도국장으로 임명했다. 전임 백운기 국장이 임명된지 일주일 만이었다.
[여의도 KBS 본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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