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차갑고 비정하다. 영화 '황제를 위하여'의 세상 온도는 무척이나 차갑다. 그 세상의 온도는 돈이 지배한다. 절대 권력인 '돈' 앞에서는 냉정하고 차가워진다.
그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치열하고 뜨겁다. 동정심도 없는 냉혹한 세계에서 '황제'가 되기 위해 인생을 건 이들에게는 뜨겁게 치열해야 한다. 그 안에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정상하(박성웅)와 이환(이민기)이 있다.
'황제를 위하여'는 돈과 야망, 욕망이 넘쳐나는 부산 최대의 사채 조직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두 남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담은 작품이다. 인간의 감정 중 '욕망'을 극대화시킨 이 작품에서는 사랑마저도 욕망의 한 종류일 뿐이다.
부산 최대 사채조직의 황제 상하는 자신의 식구에게는 의리와 신뢰로 대하지만, 비즈니스와 돈 앞에서는 한 치의 연민도 없다. 이미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더 높은 곳을 위해 베팅하는 보스다. 이 차가운 영화에서 온화함을 품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상하다. 겉은 차갑지만 그 속에는 뜨거운 애정으로 이환을 대하는 온화함이 숨겨져 있다.
정상하의 따뜻함은 이환에게서 극대화 된다. 지인에게 "상하가 너무 안 나쁘고 착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박성웅은 상하와 환의 관계를 부모 자식 관계에 빗대 표현했다. 환을 이끌었고, 또 멈추게 하는 인물도 상하다. "부모와 자식이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것이 환을 보는 상하의 시선인 셈이다.
이미 황제인 상하와 조직의 2인자였던 중구('신세계')는 쉽게 보면 닮아있는 듯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박성웅이 상하를 마음에 둔 것도 이런 미묘한 차이였다. "비슷한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재밌다. 중구는 서울사람이고 상하는 부산 사람이다. 기본적 하드웨어가 다른 사람이다. 거기서 자신감을 얻었다."
또 박성웅의 지인의 말처럼 상하는 나쁜 놈이 아니다. 이 지점도 박성웅이 '황제를 위하여'를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남들이 '이번엔 어떤 악역인지 궁금하다'고 말할 때 박성웅은 "악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환이 과거의 상하였을 수는 있었다.
박성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부산 사투리에 도전했다. 어려운 일이었고, 부담이 됐다. 그래서 더 도전했다. "쉬운 것만 하면서 살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 박성웅의 생각이다.
부산 사투리 연기를 하면서 목표가 있었다. '부산 사람들에게 부산 사람처럼 보여야지'가 아니라, 타 지방 사람들이 '부산 사투리인데?'까지만 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이었다. "부산에 사인회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 동생들이 85%라고 하더라"며 만족감들 드러냈다.
완벽하게 구사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부산 사투리보다는 대사 전달이 우선이었다. 완벽하게 구사를 했을지라도 관객들이 대사를 못 알아듣는다면 무의미했다. 대본을 보면서 연기하는 연기자와,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의 입장이 다름을 박성웅은 알고 있었다.
상하와 박성웅은 묘하게 닮은 지점이 있다. 물론 박성웅이 상하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묵직한 존재감과 감춰둔 온화함과 따스함은 박성웅이라는 배우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다. 상하와 박성웅의 닮은 지점에 대해 "그게(상하) 곧 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간 박성웅이 상하와 같은 상황이 됐다면 그런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연기를 할 때 항상 생각하는 포인트는 내가 이중구 혹은 정상하가 돼야지가 아니라, 박성웅의 이중구, 박성웅의 정상하를 만드는 것이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현실에서는 될 수가 없다. 살인마 역할이나 건달. 연기는 하나의 놀이다. 너무 심각하지 않아도 안 되지만, 너무 심각해져서도 안 된다. 재밌게 노는 것이다."
느지막하게 대세가 됐다. '신세계'는 배우 박성웅에게 그야말로 신세계를 열었다. 40대에 온 박성웅의 상황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이런 상황이 20대에 오고 30대에 왔으면 불행했을 것 같다. 40대에 오니 다행이다. 대세라는 것 보다 많이 좋아해주시니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라는 그런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박성웅의 출연작을 살펴보면 쉼 없이 달려왔다. '신세계' 이후 '찌라시: 위험한 소문' '역린'에 출연했으며, '하이힐'에도 우정출연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이 나면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한다. 출퇴근이 있는 직장인이 아니지만, 쉬는 날엔 가족, 특이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아이에겐 엄마라는 존재가 크다. 아빠라는 존재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아내가 많이 한다. 야구 시합 할 때도 데리고 가고, 무대인사를 할 때도 데리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박성웅은 '황제를 위하여'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좋은 영화가 아닌데 좋게 보는 것도 싫고, 좋은 영화를 좋지 않게 보는 것도 싫다. 관객들이 정말 스마트해졌다. 그저 관객들에게 맡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배우 박성웅, 영화 '황제를 위하여' 스틸컷.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오퍼스 픽쳐스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