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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더 깊고 짙어졌다. 그러나 이전보단 더 객관적이다. 흠뻑 젖어 있지만 이제 스스로 정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초연에 이어 삼연에 합류한 배우 윤나무(28)는 다시 만난 요나스에 더욱 가까워졌고, 더 큰 교감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질문 하나에도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과 감정이 술술 흘러 나온다. 평소에도 얼마나 작품에 대해 많이 생각했는지, 인물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는지가 느껴진다. 때문에 무대 위 윤나무의 교감은 더욱 깊고 진실하다.
윤나무가 출연중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인한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에 얽힌 네 남매와 사건 이후 사라진 유모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추리 스릴러 뮤지컬이다.
공황장애와 언어장애를 앓는 막내 요나스 역을 맡은 윤나무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첫 공연을 올린 뒤 기분이 좀 묘했다. 2년 전 초연과 같은 역할이고 초연을 한 배우가 나밖에 없으니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관객들이 3년째 작품을 보러 오시는데 전보다 더 깊이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배우들과 무대에서 대화하고 교감하려 한다"고 입을 열었다.
▲ "함께 호흡하고 싶고 교감하고 싶다"
삼연으로 다시 돌아온 윤나무는 부담감보다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초연 때는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다시 오른 무대에서는 좀 더 작품을 이해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재연을 망설였다면 삼연에서는 그 선입견을 없앨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윤나무는 "꼭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초, 재연의 텀이 짧아 그 이상의 것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2년이 지났으니 좀 다를 것 같았다"며 "신뢰가 있고 좋아했던 배우들과 호흡하게 된 만큼 무대 위에서 더 솔직한 교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객들에게 이 작품의 깊이감을 전하고 싶다. 메시지도 좋고 밀도가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 후 연극 무대에 오르면서 뮤지컬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윤나무는 배우 김수로 소개로 우연히 서윤미 연출을 만나 '블랙메리포핀스' 내용과 노래를 알게 됐고 합류하게 됐다. 윤나무는 "우연히, 운명처럼 작품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연출님이 초연 대본에 배우들에게 한마디를 써줬는데 내겐 '나는 너를 알아봤다'고 써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신인과 다름 없었던 나를 뮤지컬 무대에 서게 하다니.. 그래서 더 으?X으?X 했다. 초연 당시 안무 선생님, 연출님, 배우들 삼박자가 유기적으로 잘 돌아갔던 것 같다. 그 때 그 기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기운을 다른 배우들에게도 전하려 했다."
'블랙메리포핀스'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진지한 작품이기에 배우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윤나무는 "무대에선 함께 호흡하고 싶고 교감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보는 사람들도 진짜 그 상황에 들어올 수 있는 몰입도가 생긴다"며 "하지만 너무 그 안에 막 빠져 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은 재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요즘엔 웃기는 행동도 많이 하고 개그도 많이 친다"고 털어놨다.
▲ "메리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
사실 윤나무가 연기하는 요나스는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인물이다. 40페이지 가까이 되는 대본 중 대사는 모두 합해 두 페이지도 안 되지만 철저히 듣는 사람이고 그에 반응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깊이 몰입하지 않으면 안됐다. 언어장애가 있고 공황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윤나무는 "사실 초연 때는 요나스를 연기하며 정신이 약간 온전하지가 않았다. 연습하고 집에 가면 심장이 계속 뛰고 미열이 계속 있었다. 누구랑 말을 섞고 싶지가 않더라. 초연때 더블이었던 김대현 형과 술도 자주 마셨다"며 "무대에서 그냥 겉치레로 할 수 없지 않나. 무대에서 최대한 거짓말 안하려고 그렇게 하려 하니 나도 이상해지더라. 더 심해지면 진짜 큰일이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초연 땐 그렇게 했었다. 근데 지금은 그런 기억들이 있으니까 너무 내가 그 안에 들어가버리면 생활이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 삼연에서는 무대 밖에선 오히려 명랑하게 하고 무대 위에선 집중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내가 너무 빠져 있는다고 해서 공연에 질에 크게 기여를 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내 연기에만 빠지게 되더라. 깊이는 있어 보일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만들어내는 깊이는 부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삼연에서 윤나무가 생각하는 요나스는 어떤 인물일까. 그는 "전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초연 때 요나스는 지금 생각해보면 되게 쑥스럽다. 더 깊은 표현이 안 나왔던 것 같다"며 "이번에는 더 듣고 반응하려 하다 보니 찾아지는게 있더라. 디테일을 따로 만들진 않지만 심리대로 이어가다 보면 나온다. 요나스는 대본에 정말 말이 없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오기도 하는데 관계라는 게 있기 때문에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공기가 달라진다. 서로 교감하면 더 좋은 공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삼연에는 메리에 대한 생각의 깊이가 더 깊어졌다. 메리와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나중엔 그 기억을 안 지운다고 하지 않나. 극한의 고통을 남겨 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메리가 우리에게 준 사랑이 깊어서다. 그래서 '메리를 기억해' 넘버에서 형제들과도 중요하지만 메리와 더 교감하고 싶다. 메리는 보모지만 네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사람이다. 살인 장면 후 정신 나가 있을 때 메리를 보며 '엄마, 살려 주세요'라고 한 적도 있다. 그 때 함께 교감하고 울컥하는게 있었다. 그런 디테일이 공연하면서 좀 늘어났으면 좋겠다. 좋은 앙상블로 공기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
▲ "어떻게 교감을 하느냐의 문제"
윤나무는 인터뷰 내내 교감을 강조했다. 혼자만의 고민도 중요하지만 결국 무대에서 함께 섞여야 하는 것은 상대 배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윤나무는 "모노드라마 하는 거 아니지 않나. 어떻게든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하고 정확하고 사실에 가깝게 만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 위 배우들의 생각이 맞으면 그게 공기가 된다. 계획을 한다기보다는 이 사람들과 어떻게 교감을 하느냐의 문제인 거다. 그렇다고 내가 본능적인, 동물적인 배우는 아닌 것 같고 다만 교감하고 싶다"며 "무대에서는 더 욕심을 안 부리려고 한다.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주고 내가 받을 수 있는 것은 받고 싶다.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는 것처럼 극이 가면 좋은 작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메리포핀스'는 정말 좋은 작품이다. 뭐가 좋은지 어떤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작품이 그렇다"고 털어놨다.
이렇듯 교감을 중시하는 윤나무이기에 김수로가 설립한 로브라더스 식구들 역시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소속사의 개념보다 가족같은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브라더스'로 지내는 이들과 서로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고 더 좋은 쪽으로 길잡이를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윤나무는 "(김)수로 형님이 대학로에 카페를 오픈 했는데 로브라더스 식구들이랑 만나서 얘기를 많이 한다. 같은 고충을 겪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그런 마음을 나누면 더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며 "수로 형님과는 전화를 자주 하는데 형님도 배우니까 겪어온 감정들을 많이 얘기해주신다. 그 이야기들은 내겐 새로운 생각들이니까 좀 더 진취적인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너무 정신없이 서른이 돼서 가끔 나이를 까먹는데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한두살 나이를 먹다 보면 조금이나마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은데 그 깊이감으로 좋은 작품을 만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연극, 영화, 뮤지컬, 드라마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든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더 좋은 창작극을 만나고 싶고 공연을 하고 있으니 시기에 맞는 활동을 하고 싶다. 또 40~50살 넘었을 때 기회가 주어지면 연출도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를 똑바로 하고 싶다.(웃음) 더 구체적으론 지금 요나스 역을 맡고 있으니 무대 위의 윤나무가 아닌 요나스로 보여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보이게끔 노력하겠다."
한편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오는 8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윤나무,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공연 이미지컷.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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