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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다른 나라에서'에 이어 지난 4일 개봉한 '자유의 언덕'까지. 배우 문소리가 홍상수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췄다.
지난 2009년부터 홍상수 감독과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배우와 감독의 인연을 맺은 그는 5년 동안의 작업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자유의 언덕'을 꼽았다. 홍상수 감독의 울타리 안에서 자유로웠고, 연기 하는 것을 즐겼으며, 연기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등 '자유의 언덕'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그의 애정도를 상승시켰던 것.
문소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 같다는 말에 "촬영 중에는 잘 모른다. 그날그날 대본이 나오다 보니 다른데 정신을 쓸 겨를이 없다. 거기에만 빠져 있으니 잘 모르는데 나중에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아 감독님이 이번에는 이렇게 다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자유의 언덕'이 감독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매번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안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집합돼 있는 현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고. 그 장소, 사람들, 홍상수 감독 등이 합쳐지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안긴다는 것. 이런 것들이 홍상수 감독의 화두와 합쳐지고 작품으로 탄생됐을 때, 우리 자신을 직면하며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는 게 문소리의 설명이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촬영 당일 그날 촬영할 시나리오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통 촬영 전부터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온전히 그 캐릭터가 돼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힘든 작업이 되지는 않을까. 이에 문소리는 '다르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전했다.
문소리는 "홍상수 감독님과의 작업이 힘들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다름을 느낄 때 힘들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다르다는 것이지 그 자체가 힘든 건 아니다. 다른 작품들을 해왔던 방식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작업 시스템이 다른 것 뿐이지 다름과 힘듦은 별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하하'를 촬영할 때 연기를 하며 펄펄 나는 것 같더라. 신나고 자유롭고 굉장히 좋았다. 이번에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언어가 다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자유의 언덕'은 대사 대부분이 영어다) 한국의 배우가 아니라 다른 나라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연기의 기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었는데,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다른 작품을 했다면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당연하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들에 대해 '당연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걸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상수 감독을 보며 연기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다면, '자유의 언덕'에서 호흡을 맞춘 일본 배우 카세 료를 보며 배우의 자세, 배우가 감독에게 미치는 영감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끈질기게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배우 문소리도 카세 료를 보며 부끄러운 마음을 느꼈다고.
문소리는 "카세 료는 칭찬을 해도 아깝지 않다. 이번 '자유의 언덕' 촬영 과정을 보면 극찬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님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배울 점도 많다. 사람들이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나. 카세 료를 보며 최선을 다했다는 말의 정도와 기준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배우가 있구나 싶었다. 나도 웬만하면 끝까지 하는 편이라 평소 부끄럽지 않게 연기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카세 료를 보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그런 사람을 보며 많은 배우들이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한 작품에 얼마나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감독에게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카세 료처럼 훌륭한 배우도 드물다"며 극찬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많은 관객에게 문소리는 그가 극찬한 카세 료 같은 배우다. 매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연기로 즐거움을 안기고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해도 이견을 달 수 없을 뿐 아니라 배울 점 역시 많은 배우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치가 간혹 '배우의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문소리는 "부담보다는 내 기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내 기준에 차는 작품을 만나고 그 안에서 내가 날 납득시킬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기대나 부담 보다는 내 기준, 꿈, 욕심이 더 큰 것 같다. 어떤 때는 안 그래야지 싶다가고 그렇게 되더라. 또 한국 영화계가 더 건강해져서 더 다양하고 개성 있고 여러 사이즈, 스타일의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자유의 언덕'은 인생에 중요했던 한 여인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모리가 서울에서 보낸 며칠을 다룬 영화다. 문소리가 모리가 우연히 가게 된 카페의 여주인 영선, 카세 료가 사랑하는 여인 권을 찾아 서울 북촌에 온 모리, 서영화가 모리가 찾아온 여자 권, 윤여정이 모리가 묵게 된 게스트하우스의 여주인 구옥, 김의성이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구옥의 조카 상원, 이민우가 영선의 남자친구, 정은채가 게스트 하우스에 잠시 묵는 남희 역으로 분했다.
[배우 문소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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