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대타 안타부터 수비까지. 마지막날까지 4강 희망을 이은 SK 뒤에는 임훈이 있다.
임훈(SK 와이번스)은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규시즌 1경기를 남긴 가운데 89경기에 나서 타율 .315 2홈런 27타점 47득점을 기록 중이다. 비록 규정타석과는 거리가 있지만 시즌 시작을 퓨처스리그에서 했음을 감안하면 대반전이다.
소속팀 SK도 다르지 않다. SK는 전반기를 8위로 마쳤다. 공식적으로는 반환점이었지만 이미 80경기를 넘게 치른 상황에서 SK의 2014시즌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8월말에는 최하위를 걱정해야 할 때도 있었다.
이 때부터 SK의 '가을 DNA'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SK는 연일 승수를 쌓았다. 덕분에 정규시즌 1경기를 남긴 상황에서도 4강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비록 유리한 조건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SK의 대반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임훈 역시 SK의 가을 대반격에 일조했다. 연일 맹타를 휘두른 박정권, 끝내기 안타를 때린 선수들, 선발로 제 몫을 해낸 젊은 투수들처럼 눈에 확 띄는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훈이 있었다면 아직도 팀이 4강 꿈을 꾸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훈은 팀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마다 제 몫 이상을 해내며 팀을 구했다.
7일 문학 NC전. SK는 8회까지 NC 선발 이재학에게 단 2안타로 묶이며 0-1로 뒤져 있었다. 이재학에게 완봉패를 당할 위기. 1패도 1패지만 완봉패 충격은 이후에도 팀을 가라앉게 하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이 때 임훈이 공격 물꼬를 텄다. 김성현을 대신해 9회 선두타자로 들어선 임훈은 이재학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후 SK는 희생번트와 볼넷에 이어 조동화의 스퀴즈 번트, 박정권의 끝내기 안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주인공은 박정권과 조동화였지만 꼬인 실타래를 푼 선수는 다름 아닌 임훈이었다.
3일 휴식 뒤 치른 10일 넥센전. 7회까지 2-2 접전을 펼치던 SK는 8회초 이성열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2-3이 됐다. 이번에도 SK쪽으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온 선수는 임훈이다. 다시 한 번 김성현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임훈은 한현희를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때렸다. SK는 이 안타를 시작으로 3득점하며 5-3으로 역전했다.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임훈이 없었다면 무승부조차도 거두지 못했을 수 있다.
이번에는 수비였다. 16일 두산전. SK는 0-5로 뒤지던 경기를 기어이 5-5 동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김광현이 7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줬고 바뀐투수 전유수도 고영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 2루가 됐다. 다시 흐름이 바뀌는 상황.
다음 타자 김진형이 잘 맞은 타구를 때렸다. 이 때 임훈이 다시 SK를 구했다. 우월 2루타가 되는 듯한 타구를 쫓아가 우익수 뜬공으로 만든 것. 이후 전유수는 안정을 찾았고 결국 SK는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 하나에, 호수비 하나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야구라는 종목을 생각하면 임훈의 역할은 보이는 그 이상이었다.
[SK 임훈.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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