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냥 내버려둬요.”
kt 2년차 가드 이재도. 전창진 감독이 그를 바라보는 태도는 ‘방임주의.’ 이재도는 올 시즌 성장했다. 2013-2014시즌 31경기서 평균 10분45초동안 2.1점 1.4리바운드 1.3어시스트 0.7스틸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벌써 27경기에 나섰다. 평균 21분58초 출전했다. 8,5점 2.9리바운드 2.3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 중이다. 한 눈에 봐도 확연히 나아진 성적.
특이한 케이스다. 보통 유망주 혹은 저연차의 성장은 시즌 초반부터 드러난다. 감독이 작심하고 키우거나 선수 본인의 비 시즌 엄청난 노력과 각성이 결합한 결과. 현재 KBL과 WKBL을 대표하는 대부분 스타플레이어가 특정 시즌 초반부터 폭발했다.
그런데 이재도는 시즌 초반 12경기서는 잠잠했다. 데뷔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12일 삼성전서 데뷔 최다 28점을 터트렸다. 그 경기 포함 이후 15경기 중 4경기서 20점 이상 올렸다. 한 자리수 득점은 5경기에 불과했다. 확실히 남다르다. 시즌 중반부터 갑작스럽게 잠재력을 터트린 케이스.
▲잠재력 터트렸다
농구인들은 “선수를 1~2경기로 판단해선 안 된다”라고 말한다. 프로 선수의 경우 최소 1~2시즌의 애버리지를 봐야 기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선 여전히 이재도의 기량을 섣불리 평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재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건 분명하다. 기록 지표가 상승됐고, 그 그래프 곡선이 거의 일정하게 이어지고 있다. 18일 전자랜드전서도 팀은 완패했지만, 16점을 올리며 최소한의 제 몫을 해냈다.
본래 스피드가 좋은 가드. 그러나 181cm의 단신인걸 감안하면 또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돌파력 향상은 눈에 띈다. 체인지 오브 디렉션(돌파 도중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꿔 수비수를 제치는 기술)이 좋아졌다. 플로터성 레이업으로 마무리하거나 점프슛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전자랜드전의 경우 대부분 그런 방식의 득점. 전자랜드 수비 시스템에 순간적인 구멍이 났다. 또 슈팅 자세를 교정하면서 외곽슛 적중률이 높아졌다. 3점슛이 지난 시즌 36.5%서 45.2%로 향상됐다. 엄청난 노력과 각성의 결과.
kt에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 전태풍에게 집중된 kt 가드 운영 시스템이 다변화했다. 전태풍이 2번 슈팅가드로 돌아서면서 체력적 부담을 덜었다. 이재도는 상대적으로 팔팔하고, 생기가 넘친다. 상대팀들이 이재도를 경계하면서 상대적으로 전태풍과 조성민의 부담감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이재도의 상승세와 kt 상승세는 궤를 함께한다. 이유가 있는 변화.
▲이유있는 방임주의
전창진 감독은 선수단 장악을 가장 잘 하는 사령탑 중 1명. 코트에서 선수들에게 무척 엄격하다. 그러나 코트 밖 라커룸에서 기자들에겐 선수를 향한 따뜻한 진심을 가감없이 풀어놓는다. 이재도 역시 마찬가지. 시즌 중반 이후 갑작스럽게 업그레이드 된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전 감독은 이재도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최근 전 감독은 이재도에 대한 코멘트를 거의 하지 않는다. 전 감독은 “요즘은 그냥 내버려둔다. 연습할 때 잘못된 점만 간단히 지적하는 편”이라고 했다. ‘방임주의’. 표면적인 이유는 한 단계 성장한 이재도에게 더 많은 지적과 요구를 할 경우 이재도가 헷갈릴 수 있다는 게 전 감독 설명.
속뜻은 따로 있다. 전 감독은 “아직 멀었다”라고 했다. 이제 2년차다. 기본적인 경기운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임기응변능력은 떨어진다. 전태풍에게 태생적으로 2% 부족한 경기운영을 완벽히 커버할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진 않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kt 공격력이 리그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건 약간 힘든 측면이 있다. 전 감독은 “KCC전만 해도 상대가 수비를 지역방어로 바꾸니까 완전히 당황하더라”고 아쉬워했다. 이런 상황서 더 많은 지적을 해도 이재도가 헷갈릴 수 있고, 칭찬을 하면 오히려 이재도가 나태해질 수 있다는 게 전 감독 생각. 전 감독이 이재도를 방임하는 건 깊은 뜻이 있다.
하지만, 전 감독은 역시 선수들에겐 무한대로 따뜻한 사령탑. 전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줬다. 재도에게 칭찬을 많이 해줬다. 지금도 잘 하고 있으니 잘 커주길 바란다”라고 웃었다.
[이재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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