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천안 강산 기자] "선수들 마음의 상처 치유하는 게 우선이죠."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4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새해부터 즐겁게 웃어야죠"라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 권영민, 박주형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서재덕을 받아들이는 2대1 트레이드가 최종 무산돼 혼란스러울 법 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은 지난달 29일 서재덕과 박주형, 권영민의 2대1 임대 트레이드에 전격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시즌만 서재덕이 현대캐피탈, 박주형과 권영민이 한국전력 유니폼으로 갈아 입는다는 게 골자. 한국전력은 세터, 현대캐피탈은 리시브 약점을 보완해 전력을 보강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규약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적 규정에 따르면 국내 구단간 선수 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 복귀는 정규리그 기간 중에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나머지 5개 구단도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결국 KOVO는 트레이드 발표 다음날인 30일 변호사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결국 KOVO 측은 31일 "선수들이 원소속 구단으로 복귀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KOVO는 이번 트레이드를 선수 이적으로 보고 선수등록 신청을 접수, 공시했지만 양 구단의 트레이드는 선수 이적이 아닌 임대라는 문제 제기가 있어 제규정에 대한 내부 정밀검토와 자문변호사의 자문 결과를 종합, 이번 선수등록과 공시가 잘못됐음을 확인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의 마음이 다친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선수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따로 얘기했다. 우리 팀에서만 뛴 (권)영민이는 내 새끼나 마찬가지인데"라고 덧붙였다.
이번 트레이드 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트레이드 발표 직후인 29일 밤 다소 혼란을 겪었고, 트레이드 철회가 확정된 전날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이번 사태 최대의 피해자는 선수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 감독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떠안은 KOVO 관계자도 "우리 책임이다. 선수들이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할텐데"라고 걱정했다.
김 감독은 "KOVO 측에 2번이나 질의를 했는데, 좀 더 심사숙고했어야 한다"며 "결국 선수가 상처를 받았다. 나는 괜찮다. 영민이와 (박)주형이 팬들도 많은데 팬들께도 죄송하다. 팀을 잘 추스리는 게 먼저다. 영민이와 주형이는 경기 중반에 상황에 따라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무래도 마음의 상처 치유한다고 해도 쉽진 않을 것이다"면서도 "연습하면서 맞춰온 게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된다"고 의연함을 보였다.
[김호철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