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김동욱, LG·오리온스 6강PO는 오리무중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무중이다.

LG가 1차전을 잡았다. 단기전서 가장 중요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오리온스 역시 마음이 급하다. 그러나 가능성을 확인한 부분도 있었다. LG와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향후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다.

1차전의 키 포인트는 김시래와 김동욱이었다. 3년차 LG 김시래는 확실히 성장했다. LG 경기력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오리온스는 김동욱의 부활이 반갑다. 그는 1차전서 여전한 노련미와 오리온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성장한 김시래

김시래는 명지대 시절부터 잠재력이 풍부한 가드. 엄청난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속공전개능력과 돌파력이 좋았다. 2번에 가까운 듀얼가드의 모습이었지만, 경기운영능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2013시즌 당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그를 1순위로 선발했다.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 로드 벤슨 트레이드로 LG에 김시래를 넘겨줄 당시, 모비스 관계자들은 많이 아쉬워했다. 김시래는 LG의 2013-2014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며 수준급 가드로 도약했다.

김시래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작은 신장(177cm)에 대한 약점이 있다. 수비력 자체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가드라면 확실히 장착해야 할 3점포의 날카로운 맛도 약간 부족했다. 각종 잔부상으로 기복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당시 양동근과의 맞대결서 판정패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김시래는 힘을 냈다. 특유의 스피드는 유지한 채, 득점과 경기운영의 묘를 잘 살렸다. 보통 경기운영이 약하고 득점력이 돋보이는 가드들은 경기운영능력을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슛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한 농구관계자는 “의식적이고 기계적으로 패스만을 생각하는 걸 버려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김시래는 성장했다. 자신의 득점 찬스를 꾸준히 살렸고, 그러면서 김종규 제퍼슨 김영환 등 좋은 포워드들의 득점도 도왔다. 1라운드서 평균 7,1점 4.3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시래는, 6라운드서 평균 10.4득점, 5.8어시스트로 수치를 끌어올렸다. 시즌 막판 6연승 당시 LG는 제퍼슨 의존도를 문태종 김종규 김영환 등이 나눠갖는 이상적인 득점분포를 선보였다. 그 역시 김시래의 좋은 경기운영이 한 몫 했다.

그 장점이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더구나 LG는 오리온스 빅 포워드들을 의식, 평소보다 포워드 숫자를 늘렸다. 대신 김시래는 유병훈, 정창영과 함께하지 못한 채 홀로 경기운영을 하는 시간이 길었다. 그럼에도 좋았다. 자신도 무려 21득점을 올렸고, 제퍼슨(24점), 김종규(15점), 김영환(13점)의 고른 득점도 이끌었다. 속공과 지공 템포의 조율능력도 돋보였다. 3쿼터 도중 파울트러블에 걸려 운신의 폭이 좁아진 오리온스 이현민과의 맞대결서도 완승. 김시래가 이렇게 잘해주면, 오리온스로선 골치가 아파진다.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까지 겨냥하는 LG로선 승리 그 이상의 수확.

▲부활한 김동욱

김동욱은 올 시즌 3억3000만원을 받았다. 팀내 최고 연봉자. 하지만, 너무나도 부진했다. 23경기서 평균 19분55초간 4.7점, 2.3리바운드, 1.7어시스트. 2011-2012시즌 오리온스 이적 이후는 물론, 삼성 시절을 포함해도 역대 최악의 개인성적. 1라운드는 아예 결장했고, 2라운드 이후부터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1월 2일 LG전서는 허일영과 충돌, 안면 부상으로 한동안 결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구관계자들은 김동욱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래 부지런한 스타일은 아니라는 견해.

하지만, 오리온스는 김동욱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다. 그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만능 재주꾼.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슛, 경기운영, 수비력, 볼 없을 때의 움직임 모두 리그 최고 수준. 승부처에서도 강인한 활약을 펼친다. 마산고, 고려대 시절 농구천재란 소리를 들은 이유. 더구나 김동욱은 장신포워드. 오리온스에 차고 넘치는 장신포워드 중 1명이지만, 추일승 감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오리온스 특유의 빅 라인업 효율성이 달라질 수도 있다.

김동욱은 시즌 막판 3경기에 출전했다. 5일 SK와의 최종전서는 28분간 12점 5어시스트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 흐름이 고스란히 LG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으로 이어졌다. 몸 상태는 좋은 듯했다. 무려 30분14초간 출전, 9점 1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컷인 이후 받아먹는 득점과 깔끔한 3점포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슛 셀렉션이 좋았다. 30분간 필드골 시도가 단 6차례. 무리한 공격 없이 동료 포워드들의 움직임을 활용, 효율적인 패스게임에 가담했다.

오리온스는 1차전서 패배했다. 하지만, 김동욱의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다. 긴 시간 뛰면서 자신의 재능을 어느 정도 발휘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LG도 김동욱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오리온스는 경험이 풍부한 김동욱이 아직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이승현, 허일영, 1차전서는 결장한 장재석 등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추 감독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활용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팀 공헌에 대한 김동욱의 의지가 꾸준히 경기력으로 승화될 수 있느냐다.

[김시래(위), 김동욱(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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