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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춘천 김진성 기자] “오늘 지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23일 춘천 호반체육관. KB와의 챔피언결정 2차전을 앞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 위 감독은 선수들에겐 ‘독한’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취재진에겐 어지간해선 ‘센’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원론적인 발언을 할 때가 많다. 그런 위 감독에게도 22일 1차전 완패 충격은 컸다. 자연스럽게 내부적 긴장감이 높아졌고, 독한 발언이 나왔다. (우리은행으로선 2차전마저 내줄 경우, 벼랑 끝에 몰리면서 청주에서 리버스 스윕을 노려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
우리은행은 잠재적인 불안요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포인트가드 이승아의 발목 상태가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다만, 이 부분은 이승아가 실전감각을 찾아가면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위 감독은 이승아를 두고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승아 특유의 승부근성이 2차전서 발휘될 것이라 믿었다. 그럴 경우 KB 핵심 홍아란과 변연하를 제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하지만, 진짜 고민은 쉐키나 스트릭렌. 위 감독은 1차전 직후 “스트릭렌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라고 했다. 스트릭렌의 매치업 상대는 샤데 휴스턴이다. 그러나 휴스턴은 스트릭렌보다 키가 5cm 작다. 휴스턴은 스트릭렌처럼 공격범위가 넓지도 않다. 때문에 스트릭렌 특유의 저돌적인 외곽 공격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이 생긴다. 위 감독은 “외국인선수들은 스위치디펜스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진다. 휴스턴 자체도 수비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저 좀 열심히 해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결국 스트릭렌의 파괴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휴스턴이 공격에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스트릭렌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수비가 필요했다. 실제 스트릭렌은 1차전 막판 체력저하를 호소했다. 일단 위 감독은 스위치디펜스를 다듬었다. 스트릭렌에 대한 수비를 국내선수들과 휴스턴이 나눠 맡았다. 휴스턴으로선 스트릭렌 수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대신 공격에 힘을 쏟았다. 휴스턴의 움직임은 1차전과는 달랐다. 1차전을 치르면서 실전감각과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을 끌어올린 모습. “오늘 지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라는 위 감독의 말을 가장 잘 이행했다. 휴스턴은 골밑에서 특유의 부드러운 스텝으로 스트릭렌의 파워를 무력화시켰다.
또 휴스턴은 1차전과는 달리 중거리슛도 많이 던졌다. 휴스턴은 중거리슛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2차전서는 퍼리미터에서 던지는 슛이 많았다. 스트릭렌을 끌어내고, 골밑의 양지희와 박혜진, 이승아 등 가드들의 컷인 등 전술적 이점이 많다. 전반전에만 19점을 몰아치며 우리은행 흐름을 이끌었다. 반면 스트릭렌의 컨디션은 확실히 1차전보다는 좋지 않았다.
위 감독의 배려도 있었다. 휴스턴은 3쿼터에 4분만 뛰었다. 득점은 4점에 그쳤으나 4쿼터 승부처를 앞두고 체력을 조절하는 이득을 봤다. 휴스턴은 3쿼터에 아낀 힘을 4쿼터에 쏟아부었다. 초반부터 연속 13득점에 성공, 우리은행의 15점 내외 리드를 이끌었다. 휴스턴은 경기 막판 KB의 대추격 속에서 결정적인 수비 리바운드로 다시 한번 우리은행에 공헌했다.
1차전서 스트릭렌이 대폭발했다면, 2차전은 38점을 폭발한 휴스턴을 위한 한 판. “오늘 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절박함을 그대로 경기력에 녹여낸, 매우 강인한 활약. 휴스턴이 위기의 우리은행을 구했다.
[휴스턴.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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