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은 올 시즌 승부수를 던졌다.
‘허슬두’의 부활이다. 2000년대 후반 두산 특유의 다이내믹한 야구를 되찾자는 의미. 신임 김태형 감독은 허슬두를 부활해야 두산 야구답고, 또 KBO리그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김 감독이 말하는 허슬두는 특유의 기동력 회복은 물론, 한 박자 빠른 플레이와 상대의 한 박자 빠른 플레이를 봉쇄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느슨하거나 긴장하지 않은 모습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지휘하면서 허슬두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범경기 당시 “두산은 상위권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전력”이라고 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올 시즌 두산을 SK와 함께 삼성의 대항마로 분류한다. 하지만, 두산은 지난해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FA 장원준을 영입했지만, 실질적으로 전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또 다른 문제.
▲선발+불펜에 달린 물음표
144경기 장기레이스 근간은 마운드. 그런데 냉정히 두산 마운드 현주소를 살펴보면 물음표가 많다. FA 장원준을 84억원에 영입, 선발진을 보강했지만 확실히 안정되진 못했다. 일단 더스틴 니퍼트가 오른쪽 골반 통증으로 개막전 등판이 취소됐다. 다음주 곧바로 등판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좋은 신호는 아니다. 턱 관절 부상을 입은 노경은은 훈련을 재개했지만, 1군에 합류하는 데 시간이 걸릴 전망. 설상가상으로 올 시즌 화려한 선발 복귀를 노리는 이현승마저 시범경기 막판 KIA 강한울의 타구에 왼손 네번째 손가락을 강타당했다. 미세 골절로 2~4주간 전력에서 이탈한다.
확실한 선발은 유네스키 마야, 장원준, 유희관. 니퍼트가 정상적으로 다음주에 합류하고, 대체 5선발이 유력한 진야곱으로 약 1달간을 버텨야 한다. 이후 노경은과 이현승이 정상적으로 가세하면 다양한 조합을 꾸릴 수 있다. 때문에 두산은 시즌 초반 행보가 굉장히 중요하다.
불펜은 더 신경 쓰인다. 김 감독은 마무리를 윤명준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윤명준이 지난해 많은 공을 던져 어깨가 약간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윤명준을 세심하게 관리했고, 많이 좋아졌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좋았던 강속구투수 김강률과 왼손 함덕주가 메인 셋업맨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사이드암 오현택, 변진수, 우완 이재우, 남경호, 좌완 장민익 등의 합류가 예상된다. 다만, 모두 필승조 경험이 부족하다. 이 부분은 두산 불펜의 아킬레스건이자 두산 마운드 불안요소. 올 시즌 성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루수 루츠·1루수 김재환
타선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일단 테이블세터는 지난해처럼 민병헌 오재원이 유력하다. 김현수 잭 루츠 홍성흔의 중심타선, 양의지 김재환 김재호 정수빈이 하위타선을 꾸린다. 달라진 건 루츠의 3루수 기용과 김재환의 1루수 기용. 루츠는 1루수도 가능하지만, 김 감독은 3루수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미국과 일본 시절 각종 잔부상이 있었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는 큰 문제 없이 소화했다. 루츠가 지난해 호르헤 칸투 이상의 역할을 해준다면 두산 화력은 지난해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루츠가 3루에 자리를 잡으면서 1루가 자연스럽게 비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루 백업 오재일과 김재환을 놓고 저울질하다 최종적으로 김재환을 낙점했다. 포수출신 김재환은 올 시즌 완전히 1루수로 전향했다. 장타력을 갖춘 왼손타자가 귀한 시대. 김 감독은 김재환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 7~8번에 배치할 전망. 전체적으로 특유의 펀치력을 강화하면서 기동력도 고스란히 유지한 라인업.
야수 백업도 괜찮다. 루츠가 3루수로 기용되면서 허경민과 최주환은 내야 백업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들은 2루수와 유격수가 가능하다. 144경기 체제서 김재호-오재원 키스톤콤비의 체력을 언제든지 안배해줄 수 있다. 오재일과 오장훈이 왼손대타로 활용될 전망. 마땅한 오른손 대타가 없는 약점은 상황에 따라 메워내야 한다. 외야에는 정진호, 박건우, 장민석 등이 백업으로 활용 가능하다.
▲포수 역할 강조+70% 도루성공률
김 감독은 포수 출신답게 포수에게 높은 책임감을 부여할 계획이다. 양의지를 일찌감치 주전 포수로 낙점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기록 그 이상의 묵직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위기에서 투수와 야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포수가 되길 바라는 것. 디테일한 행동 하나에도 신중함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위기에서 투수의 투구를 받은 뒤 공을 아주 세게 문질러주면서 신중하게 다시 던지는 것과 쪼그려 앉아서 성의없이 대충 던지는 건 천지차이라는 게 김 감독 지론.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선수들 사이에 신뢰감이 생기고, 팀이 끈끈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허슬두’의 부활을 노리는 감독답게 도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핵심은 개수가 아닌 성공률. 그는 “성공률 70%가 넘어야 한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는 과감하게 뛰는 걸 장려한다. 발이 빠르지 않은 중심타자들도 1년에 도루 10개 정도만 해도 팀 기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지론. 대신 성공률 70%에는 상대 배터리 분석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포수와 기동력 강화는 올 시즌 가을야구 복귀를 노리는 두산의 날카로운 승부수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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