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뭘 좀 아는 어른들이다. 발칙하고 유쾌하다. 동화를 비틀어 웃음과 풍자를 동시에 표현한다. 일명 '병맛 코드'를 자유롭게 버무린 뮤지컬 '난쟁이들'은 뭘 좀 아는 어른이 뮤지컬이다.
동화나라의 평범한 난쟁이인 찰리가 왕자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난쟁이들'은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단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남성에게도 해당될 수 있음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작품. 우리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신데렐라적인 욕망을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설정을 보여준다.
'난쟁이들'의 병맛 코드가 유치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인 이야기 자체가 탄탄하기 때문. 순수했던 어린 시절 접했던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일명 '어른이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단순한 이야기에 어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세상 속 이야기를 집어 넣으니 이야기의 힘이 더 커졌다.
극 초반 '난쟁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모험을 떠나는 난쟁이 찰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자신이 갇혀 지내는 세상 밖 현실이 무섭다는 것을 알지만 겪어보지 못했기에 두려움보다 기대감이 큰 상태인 찰리. 그의 모험은 마치 부푼 기대감을 갖고 사회에 첫 발을 디딘 현실 속 성인과도 같다.
'난쟁이들'이 어른들의 뮤지컬로 탈바꿈 하는 것은 찰리가 첫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시작된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용기를 낸 것만으로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고난을 격으며 세상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에 맞춰 변하기도, 좌절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극중 돈이 최고인 것을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는 찰리와 빅의 모습이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왕자님과 키스 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는 해피엔딩을 맞은 공주들의 모습도 다르다. 신데렐라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속물이다. 재력을 중시하고 새침하며 제일 현실적이다.
백설공주는 순수한 모습과는 달리 음흉하다. 야릇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며 유일하게 새드엔딩을 맞았던 인어공주는 다시 살아났지만 남자에게 희생하는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 한다. 세 공주의 인생이 과감하게 비틀어지면서 솔직한 대사가 통통 튄다.
공주와 난쟁이들이 무도회에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 솔직해진다. 마녀의 마법을 통해 9등신이 된 난쟁이들과 공주들의 만남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신선하다. 공주와 결혼해 신분 상승을 노리는 찰리, 과거 백설공주와 함께 살던 난쟁이들 중 막내였던 빅의 여전한 백설공주 사랑 등이 개성 강한 이야기의 구성을 탄탄하게 만든다.
발칙한 대사와 넘버 가사, 안무 및 연기도 '난쟁이들'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어른들만이 알아 들을 수 있는 19금 대사는 물론 센스 있고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을 배꼽 잡게 만든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절대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수준 높은 B급 뮤지컬 퀄리티가 완성된다.
무릎을 꿇고 난쟁이로 분하는 배우들의 깨알 개그 요소와 우스갯소리처럼 넘어가는 대사 안에 뼈있는 현실 풍자까지. 한 번 뒤집어 생각하면 더 현실적이고 와닿는 대사와 상황이 펼쳐진다. 최유하, 백은혜의 코믹 연기도 압권이다.
특히 극중 관객들을 사로 잡는 이들은 왕자 1, 2, 3 역을 연기하는 우찬, 전역산, 송광일. '뜨그덕'을 외치며 말을 탄 듯 등장하는 금발의 왕자들은 넘치는 끼로 무대를 압도한다. 대표곡 '끼리끼리'는 능글맞은 배우들 매력을 배가시키며 극 전체를 아우른다.
결국 사랑을 위해 변화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극 중심을 잡는다. 배꼽 잡고 웃다가 문득 감동하게 되는, '병맛'이면서도 수준 높은 참 묘한 작품이다. 동화책을 배경으로 한 무대와 라이브 연주 역시 작품 퀄리티를 높인다. 관객들을 진짜 동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묘한 매력에 힘을 싣는다.
'난쟁이들'만의 다양한 홍보마케팅도 돋보인다. 기획영상과 뮤직비디오로 뮤지컬 홍보영상의 새로운 시도를 하며 B급 코드 소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자극한다. 다양한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난쟁이들'만의 센스 넘치는 매력이 돋보인다. 뭘 좀 아는 어른들이 모여 발칙한 어른이 뮤지컬을 완성시켰다.
4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공연시간 100분. 랑 1666-8662
[뮤지컬 '난쟁이들' 공연 이미지. 사진 = 랑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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