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기자] 위플래쉬’가 오늘(27일) 100만 관객을 돌파한다.‘킹스맨’처럼, 이 영화 역시 한국에서 유독 흥행이 잘되고 있다. ‘킹스맨’이 ‘B급 취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서 오는 오락적 쾌감이 뛰어나다면, ‘위플레쉬’(드럼 연주가 돋보이는 재즈곡명이면서 채찍질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는 탈진할 때까지 몰아치는 음악적 전율이 압도적이다.
‘위플래쉬’는 악마에 영혼을 판 파우스트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뉴욕의 명문음악학교 셰이퍼의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혼자 드럼 연습을 하다가 학교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스튜디오 밴드를 지휘하는 플레처 교수(J.K 시몬스)의 눈에 띈다. 플레처 교수의 시점 쇼트로 트랙 인 하면서 시작하는 이 영화의 오프닝은 마치 악마의 등장처럼 느껴진다. 실제 플레처는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폭군이다. 최고를 갈망하는 엔드류는 파우스트처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시키는 플레처와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파우스트의 모티브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중반부로 갈수록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으로 흐른다. 헤겔은 <정신현상학> 4장 1절 ‘자기의식의 자립성과 비자립성-지배와 예속’에서 “자기의식은 오직 다른 자기의식 속에서만 스스로 만족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자기의식은 인정받기 위해 타자와 투쟁을 벌이는데, 이것을 ‘인정투쟁’이라고 부른다. 헤겔은 “두 개의 자기의식의 관계는 생사를 건 투쟁을 통해 각자마다 서로의 존재를 실증하는 것으로 규정된다”고 했다. 상대와의 전투에서 이기면 ‘주인’이 되고, 패배하면 ‘노예’가 된다. 엔드류는 그야말로 생사를 건 투쟁에 나선다. 드럼을 두드리다 손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교통사고를 당한 몸으로 플레처의 인정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 그는 주인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엔드류가 영화 마지막 10분의 드럼 솔로에서 플레처에게 건네는 대사는 그가 이제 인정투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플레처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굿잡”(그만하면 됐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굿잡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이 영화는 그게 광기이든, 열정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은 적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관객들은 “내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하게 되는 영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플레처의 ‘악마의 채찍질’은 그만하면 됐다고 만족하는 사람들의 등짝을 매섭게 내리친다.
[사진 = 에이든 컴퍼니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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