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KBO리그에 FA(자유계약)제도가 도입된지도 어느덧 20년을 향해간다. FA제도 도입 초창기만 해도 'FA'하면 '먹튀'라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FA제도가 정착하며 이제는 먹튀 뿐만 아니라 'FA 모범생'들도 적지 않다.
지난 스토브리그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큰 FA 시장이 열렸다. 19명의 선수가 시장에 나와 7명이 이적했다. 12명은 원 소속팀과 계약했다. 이들의 몸값 총액만 630억원 6000만원에 이른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뛰던 윤석민까지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로 유턴하며 FA 사상 최고액으로 계약했다. 윤석민의 몸값은 무려 90억원. 이번 FA 시장은 '720.6억원 쩐의 전쟁'이 됐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돈을 마음껏 풀었다(누구에게는 아니지만). 이제 선수들이 보여줘야 할 시기가 됐다.
▲ 윤석민 90억원, 최정 86억원, 장원준 84억원, 윤성환 80억원
이번 FA 시장은 그야말로 '억' 소리 난다. KBO리그 역사상 FA 최고액이 연일 새롭게 쓰였다. 출발은 최정(SK 와이번스)이었다. 2005년부터 SK에서 줄곧 뛴 최정은 시장에 열리기 전부터 소속팀에 잔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구단은 최고액으로 화답하겠다고 했다. 결과는 4년간 86억원. 옵션도 없이 계약금만 42억원(연봉 11억원씩)에 이른다.
윤성환(삼성 라이온즈)도 윤석민(KIA 타이거즈)과 장원준(두산 베어스)에게 가렸지만 FA 초대박을 이뤘다. 원소속팀 협상 마지막날 삼성과 4년간 80억원에 계약했다. 이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팀 동료 장원삼이 기록한 6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투수 역대 최고액이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안지만(삼성) 65억원, 김강민(SK) 56억원, 박용택(LG) 50억원 등이 원 소속팀에게 그동안의 활약을 제대로 보상 받았다.
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타팀 이적 기간이 나오자 최정, 윤성환의 대박은 완전히 묻혔다. 롯데 자이언츠와 감정이 극에 달했던 장원준이 부산을 떠나 서울로 향한 것. 장원준의 행선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결국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은 장원준에게 돈 다발을 안겼다. 4년간 84억원. 최정보다 낮은 액수지만 팀 이적, 롯데가 제시한 금액보다 낮은 액수라는 점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을 끌었다.
FA 시장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시즌을 코 앞에 두고 윤석민이 국내 복귀를 선언, 미국 진출 전 소속팀이었던 KIA와 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90억원. 다시 한 번 FA 역사가 바뀌었다.
▲ 가까스로 FA 미아 면한 나주환, 이성열 등, 부익부 빈익부 심화
빛이 강해지면 그늘도 그만큼 심해지는 법. 화려해 보이는 '쩐의 전쟁' 속에서도 소외를 당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호기롭게 FA 시장에 나갔다가 성과 없이 돌아온 선수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야 했다.
나주환과 이재영은 2015년이 돼서야 원 소속팀 SK와 계약하며 가까스로 FA 미아를 면했다. 하지만 계약 조건은 처음 SK가 제시한 액수에서 크게 낮아졌다. 나주환은 1+1년 최대 5억 5000만원, 이재영은 1+1년 4억 5000만원.
이성열(넥센 히어로즈)의 경우 만족스럽지 못한 액수를 제시 받아 시장에 나갔지만 다른팀 반응도 차가웠다. 결국 계약금 없이 2년간 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 밖에 김경언(한화 이글스)가 3년간 8억 5000만원, 차일목(KIA 타이거즈)이 2년간 4억 5000만원에 계약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 비해 실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이들의 몸값은 극과 극으로 치닫는 FA 시장을 잘 보여줬다.
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비싼 몸값을 받는 선수의 부담감은 그만큼 더 커졌다. 만약 이들이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경우 팬들의 비난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구단들의 FA 투자는 그동안의 보상 차원이 아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갖고 이름값을 앞으로도 더 보여줘야 한다. 사상 첫 10구단 체제로 진행되는 KBO리그. 이들 중 누가 'FA 모범생'이 돼 팀을 웃게 하고, '먹튀'가 돼서 울게 할까. 이들의 활약에 따라 각 팀 올시즌 운명도 크게 달라질 듯 하다.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첫 번째 사진), 시즌을 앞두고 KIA와 90억원에 계약한 윤석민(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