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안경남 기자] ‘차미네이터’ 차두리(35·서울)가 금빛 은퇴식을 치렀다. 14년을 태극마크에 바친 한 선수의 아름다운 작별이었다.
차두리는 2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서 마지막 A매치를 치렀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예고대로 선발 출전한 차두리의 표정은 변함없이 밝았다. 76번째 대표팀 경기에서 차두리는 국내 축구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국 축구 영웅의 마지막 A매치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는 평일에도 많은 관중이 모였다. 그리고 차두리가 전반 42분경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하프타임에는 차두리의 상징적인 등번호 22번과 영문명 ‘CHA Duri’가 금색으로 새겨진 대표팀 유니폼과 14년간 차두리가 뛴 경기 기록이 새겨진 금색 축구화가 선물로 주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경기에 입고 뛰진 못했지만 차두리를 향한 특별함이 느껴진 은퇴 선물이었다.
전광판에는 14년 간 대표팀을 위해 질주한 차두리의 특별 영상이 상영됐다. 이에 감격한 차두리의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버지 차범근은 꽃다발을 들고 나와 차두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차두리는 “감사하다.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다. 나는 잘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열심히 한 선수였다. 그걸 팬들이 알아줘서 감사하다. 후배들과 대표팀에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항상 감사하다. 행복한 선수로 대표팀을 그만두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1년 태극마크를 단 차두리는 한국 축구 영광을 이끌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첫 원정 16강 그리고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3위와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에는 차두리의 ‘질주’가 함께했다.
특히 35세 나이에도 불꽃 투혼을 보여준 호주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은 단연 압권이었다. 비록 아쉽게 우승컵은 놓쳤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폭풍 질주는 역사에 회자될 명장면으로 남았다.
그동안 한국은 수많은 영웅들은 너무도 쉽게 떠나 보냈다. 박지성은 제대로 된 국내 은퇴식 없이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이영표도 하프타임에 꽃다발을 받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직접 그라운드를 누비고 은퇴한 것은 황선홍, 홍명보가 마지막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러한 은퇴식을 거부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표팀 은퇴를 보면 단순히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다 하프타임에 꽃다발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경기를 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관중도 차두리 같은 레전드를 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슈틸리케는 차두리에게 주장 완장을 주고 선발 출전시켰다. 영웅들과의 이별이 가벼워선 안 된다. 이별을 하려거든, 차두리처럼 해야 한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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