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김종국 기자]차두리가 대표팀을 떠나는 무대에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이 함께하며 의미를 더했다.
차두리는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해 43분을 소화하며 자신의 A매치 은퇴경기를 치렀다. 차두리는 이날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전반 42분 김창수와 교체되며 자신의 마지막 A매치를 마쳤다. 차두리는 지난 2011년 11월 열린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A매치 통산 76경기에서 4골 7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다.
뉴질랜드전 하프타임에 진행된 자신의 은퇴식에서 차두리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은퇴식에는 차범근 전 감독이 차두리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아들을 격려했고 차두리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냈다.
차두리에게 차범근 전 감독은 존경의 대상이자 넘어야할 벽이었다. 아들 차두리는 분데스리가 통산 308경기에서 98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친 차범근 전 감독과 비교가 되기도 했고 아버지 같은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받기도 했다.
차두리는 뉴질랜드전을 마친 후 자신의 은퇴를 격려해준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차두리는 "아버지가 운동장에 나왔을 때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항상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을 했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 때부터는 내가 축구를 즐겁게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큰 아성에 도전했는데 실패한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한편으로는 조금 미웠다"면서도 "축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두고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거기에 대한 속상함도 있었다. 그래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다. 항상 보면서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나의 아버지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이라며 아버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 만큼 유럽무대에서 큰 획을 남기지 못했지만 대표팀에선 14년 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 올해 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가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는데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한국 축구 역사의 순간에는 늘 함께했던 선수로 남게 됐다.
[차두리와 차범근 전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