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평정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산 김현수도 제법 커리어를 쌓은 타자다. 아직 만 27세에 불과하지만, 1군 풀타임 8시즌을 치렀다. 통산 1022경기에 나섰다. 통산타율은 무려 0.318. 이미 1000안타(1170안타)를 돌파했다. 그는 여전히 언젠가 양준혁의 타격 누적기록을 깰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힌다. 야구에 대한 진지한 태도,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 등은 명품타자 김현수를 만든 비결.
김현수는 2009년과 2010년 23,24홈런을 때렸다. 이후 내적인 갈등이 있었다. 본래의 정확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투수에게 더욱 위협적인 홈런타자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홈런에 대한 욕심을 최소화한 채 애버리지에 충실한 타자가 될 것인지. 둘 다 잡는 건 쉽지 않았다. 2012년엔 타율도 0.291, 홈런도 7개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조금씩 회복, 3할을 거뜬히 때리고 15~20홈런이 가능한 강타자로 완벽히 돌아왔다. 이 과정을 통해 김현수는 변했다. 폼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오버스윙을 하지 말자
1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김현수는 "오버 스윙하지 말자"라는 말을 수 차례 했다. 욕심을 부려 자신의 타격폼을 망가뜨리면 안 된다는 것. 그는 "오버 스윙을 하면 오른쪽 다리가 미리 빠진다. 박철우 타격코치님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코치님이 손짓을 해주신다. 민망하다"라고 웃었다. 왼손타자가 투수가 던진 공을 정확히 맞히기 전에 미리 오른발이 옆으로 빠지면 타격 타이밍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 정확한 타격이 불가능하다. 몸통이 크게 돌아가면, 1루 덕아웃의 박철우 코치와 눈을 마주친다는 것. 오버스윙의 실체. 정확한 타이밍에 스윙하면, 당연히 1루 덕아웃까지 얼굴이 돌아갈 이유가 없다.
김현수는 "솔직히 예전엔 타격감이 좋을 때 더 많이(안타를) 치려고 욕심을 부렸다. 연습도 과하게 했고, 타석에서도 스윙이 커졌다. 타점 찬스에서도 의욕이 앞서 빨리 치려고만 했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수년간 경험을 쌓으면서 스스로 터득했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타석에서 냉정함,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현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타석에선 침착해야 한다. 오버하면 안 된다. 평정심을 가져야 한다. 장타를 의식한다고 해서 홈런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심지어 "잘 맞은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잡히는 것도 다 내 실력이다. 인정하면 편하다"라고 했다. 어차피 타격은 3할의 예술. 김현수는 기본적으로 3할을 때릴 수 있는 애버리지가 있다. 투수의 기 막힌 제구력, 상대 수비수들의 파인 플레이를 인정하면 홀가분하게 타격에 임할 수 있다. 김현수는 20대 후반에 내려놓았다. 보통의 타자들에 비해 훨씬 빠른 변화. 긍정적이다.
그는 "다른 타자들의 모습도 유심히 지켜본다. 외국인타자들이 정말 침착하다"라고 했다. 특히 지난 14일 인천 두산전서 끝내기 투런포를 터트린 앤드류 브라운(SK)을 인상 깊게 봤다. 김현수는 "찬스든, 찬스가 아니든, 타격감이 좋든, 좋지 않든 한결같다. 작년 호르헤 칸투도 그랬다"라고 했다.
▲다리를 내렸다
다 내려놓은 김현수. 냉정함과 침착함이 곧 만족과 무사안일주의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그렇진 않았다. 그는 심오하게 말했다. "만족하면 안 되는데 현실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현상 유지도 쉽지 않고 높은 곳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라고 했다. 마음을 비우되, 조금씩 발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입단 초기엔 테이크 백과 동시에 다리를 높게 들었다. 배팅 포인트에 강력한 파워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현수는 최근 다리 높이가 많이 낮아졌다. 완전한 노스텝 타격은 아닌데, 거의 오른발이 지면에 닿는 수준. 그는 "타격은 타이밍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 투수의 공에 타격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치기 좋은 공도 제대로 타격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지난해 7~8월부터 낮춘 다리가 이젠 꽤 자연스러워 보인다.
김현수는 "예전 김광림 코치님(NC)이 지적해주신 부분이다. 다리를 높게 들고 치는 폼을 투수들도 연구해서 나온다. 더 이상 그 폼으로는 타이밍 싸움에서 쉽지 않다고 하셨다"라고 털어놨다. 김 코치는 떠났지만, 김현수는 새로운 타격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올 시즌 타율 0.350, 6홈런 24타점으로 좋다. 김현수는 여전히 타 팀 투수들에게 부담스러운 타자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주 쉬운 핸드폰 게임을 할 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물며 이 어려운 야구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연하다"라고 했다. 내려놓으면서 냉정해졌다. 침착해졌다. 기술적인 변화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김현수가 새로운 야구에 눈을 떴다.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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