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안경남 기자] “안방에서 이렇게 뒷걸음친 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전북의 후반전은 낯설었다” - 최강희 감독
전북 현대의 전반전은 기세 등등했다. 8개의 슈팅을 때렸고 이 중 절반이 베이징 궈안 골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후반전 전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수비라인은 내려갔고 전방압박은 실종됐다. 전체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쭉 뺐다. 결국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고 전북 최강희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동국 vs 데얀
최강희 감독은 베이징 맞춤형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원톱에 이동국을 세웠다. 최강희 감독은 “전방에서 볼을 키핑 할 선수가 필요했다”고 했다. 이동국은 베이징 센터백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보였고 전방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했다. 좌우 측면에는 발 빠른 한교원과 레오나르도를 배치했다. 두 선수는 집요하게 베이징 측면 수비를 노렸다. 최강희 감독은 “베이징은 중국팀 중에서 수비 조직이 매우 좋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계획은 적중했다. 한교원은 전반에 여러 차례 컷인 플레이로 베이징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마무리가 부족했을 뿐이다. 레오나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레오는 돌파보다 한 번 접은 뒤 찔러주는 로빙 패스가 더 위협적이었다.
중원에는 3명의 미드필더가 나섰다. 이재성은 이동국과 함께 전방에서 기회를 노렸고 정훈은 마치 박지성처럼 뛰며 하대성을 견제했다. 그리고 최보경은 포백 바로 앞에서 베이징의 플레이메이커 페이줄라우의 공간 침투를 사전에 차단했다.
포백 수비의 핵심은 2명의 센터백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김형일과 윌킨슨으로 데얀을 상대했다. 둘의 호흡은 좋았다. 각자의 영역에 대한 철저한 분담이 이뤄졌고 데얀이 볼을 잡으려 내려갈 때 둘 중 1명이 따라가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데얀은 전반 42분 날카로운 슈팅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북의 데얀 봉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선제골
전반 12분 만에 전북의 선제골이 터졌다. 세트피스였다. 베이징 진영 페널티박스 좌측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레오나르도가 올렸고 김기희가 백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레오나르도 특유의 낮고 빠른 크로스와 김기희의 탁월한 위치 선정이 만든 골이었다. 공교롭게도 김기희의 마크맨은 데얀이었다. 데얀은 크로스를 자르기 위해 쇄도하는 김기희를 완전히 놓쳤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날 경기는 전북의 손쉬운 승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일찍 터진 첫 골은 전북에게 낯선 후반전을 제공했다. 선제 득점 후 계속된 추가 득점 실패도 전북에 악영향을 끼쳤다. 최강희 감독은 “추가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다. 역습으로 찬스를 맞았지만 골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동점골을 얻어맞았다”고 했다. 결국 한 골 차 리드로 전반전을 마친 전북은 후반에 잠그기에 돌입했다. 최강희 감독의 의도적인 변화는 아니었다. 상황이 만든 불운이었다.
이동국 부상
전북은 후반 6분 이동국을 빼고 에두를 투입했다. 불가피한 교체였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의 근육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본인은 뛰겠다고 했지만 계속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체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국은 경기 전 위밍업 과정에서부터 근육에 이상을 느꼈다. 이를 참고 전반을 뛰었지만 더 이상 무리하긴 힘든 상황이었다.
당초 최강희 감독의 베이징전 플랜은 후반전에 ‘이동국-에두’ 투톱을 가동하는 것이었다. 전반의 결과가 어떻든 안방에서 승부를 짖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동국이 나가면서 계획은 틀어졌고 이상하게 전북은 이쯤부터 전체적인 라인이 내려서기 시작했다. 전북답지 않은 진형이었다. 전반전에 페널티박스로부터 높게는 10m 이상 전진했던 ‘김형일-윌킨슨’은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내려갔다.
물론 라인이 내려가면서 전북에겐 역습시 많은 공간이 생겼다. 후반 23분 에닝요와 후반 33분 레오나르도의 단독 돌파가 대표적인 예다. 특히 레오나르도의 찬스에서 전북이 추가골을 넣었다면 경기는 전북의 완승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추가골은 번번이 실패했다. 베이징은 전반보다 쉽게 전방으로 볼을 이동했다. 중심에는 하대성이 있었다. 전반전에 하대성은 정훈의 압박에 고전했다. 경합을 이겨내도 전북 진영까지 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후반에는 전북이 내려가면서 하대성의 전진이 수월해졌다. 후반 들어 정훈의 체력이 다소 떨어진 점도 문제였다. 결국 앞으로 쉽게 올라간 베이징은 경기 막판 페널티킥이란 행운을 얻었다.
전북답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후반전은 전북답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불리는 전북은 홈에서 무조건 전진하는 팀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베이징전 후반에 전북은 이상하게도 뒷걸음질 쳤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재성은 “전반에 일찍 골을 넣어서 좋았지만 추가골 실패 후 오히려 실점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후반에 너무 내려선 것 같다”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되려 독이 됐다고 밝혔다. 최강희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그 동안 실점하지 않는 경기를 주문해왔는데 그것이 선수들을 소극적으로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전북은 26일 베이징 원정에서 최소 1골 이상을 넣어야 8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최강희 감독은 “전술을 다르게 가져가야 할 것 같다. 1골 이상을 넣어야 한다. 이동국이 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닥공을 예고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프로축구연맹]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