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은 취임 직후 '허슬두'의 부활을 선언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 "어지간한 상황이면 뛰게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발 빠른 주자에게 그린라이트는 물론, 팀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주루를 장려하겠다는 의미. 하지만 "도루 개수보다는 성공률이 더 중요하다. 70%를 넘겨야 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빠른 야구의 효율성을 살리겠다는 것.
실제로 두산은 공격적인 주루에 능한 선수가 많다. 그게 주요 공격루트인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두산의 뛰는 야구는 많이 줄어들었다. 2013년 172도루로 리그 1위였다. 성공률도 73.8%로 리그 3위. 그러나 지난해 111개로 5위에 그쳤다. 성공률은 71.6%로 4위. 올 시즌에도 69개로 리그 5위. 지난해와 비슷한 페이스. 성공률은 69%로 약간 더 떨어졌다. 결국 최근 1~2년간 두산의 도루 데이터는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두산의 도루 파괴력은 리그 평균 수준.
▲반전의 허슬두
도루 데이터가 하강세지만, 두산은 올 시즌 견제사 3회로 삼성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적다. 심지어 주루사는 25회로 리그 최하위. 물론 두산 특유의 공격적인 주루가 예년보다 덜하다는 의미도 된다. 공격적인 주루를 하다 견제사, 주루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주루를 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여전히 배터리와 수비수들은 두산의 뛰는 야구를 부담스러워한다. 민병헌, 정수빈, 오재원 등 여차하면 도루를 하거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게다가 두산의 도루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팀내 1~2위는 19개와 9개의 오재원, 정수빈이지만, 3위는 의외다. 발이 그렇게 빠르지 않은 김현수와 홍성흔. 두 사람은 벌써 7개의 도루에 성공했다. 정수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심지어 홍성흔은 87.5%, 김현수는 77.8%라는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 김현수는 15일 잠실 KT전서도 도루 1개를 추가했다. 발이 빠르지 않은 김재호도 도루 1개를 성공했다.
▲숨은 의미들
반전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김 감독이 대체로 타자들에게 믿고 맡기는 야구를 한다. 전임 감독과는 달리 김 감독은 희생번트는 물론, 히트 앤 런 사인도 그리 많이 내지 않는다. 희생번트의 경우 43개로 리그 6위. 지난 3년간 SK에 있었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두산 야수들의 객관적인 역량을 가장 잘 안다. 굳이 작전을 많이 내지 않더라도 알아서 공격을 풀어갈 것이란 믿음이 있다.
실제 두산 타자들 개개인의 공격을 풀어나가는 역량은 삼성, 넥센과 함께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병헌 정수빈 김현수 오재원 양의지 허경민 최주환 김재호 등은 겉으로 드러난 애버리지와는 별개로 까다로운 타자로 성장했거나 성장하고 있다. 이들 모두 타격 사이클의 업&다운은 있지만, 경기흐름과 상황에 따른 타격에 능하다.
때문에 김 감독은 무리하게 뛰는 야구를 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뛰는 야구를 막지도 않는다. 그래서 김현수와 홍성흔의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루가 늘어났다. 대신 정수빈과 민병헌(5개)의 도루가 많지 않다. 오히려 배터리와 수비수들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두산의 '반전' 허슬두가 의외로 매력이 있는 결정적 이유.
또 하나. 예년보다 크고 작은 부상을 앓는 타자가 많다. 민병헌이 대표적이다. 시즌 초반 허벅지와 종아리 등에 부하가 실리면서 지난해와는 달리 공격적인 주루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민병헌의 타격은 리그 정상급으로 성장했다. 민병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예년보다 훨씬 더 좋다. 사실 오재원과 정수빈도 팀내 도루 1~2위를 달리지만, 아주 격렬한 주루를 한다는 느낌은 아니다. 도루가 꼭 필요할 때만 시도할 뿐, 오히려 타석에서 좋은 타격으로 팀 공격에 기여할 때가 훨씬 더 많다.
두산 마운드, 특히 불펜은 시즌 초반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리그 최강과는 거리가 있다. 때문에 두산은 후반기에도 타자들의 활약이 굉장히 중요하다. 전반기 '반전 허슬두'가 후반에도 이어진다면, 두산 타선은 여전히 충분히 껄끄럽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김현수(위), 홍성흔(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