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암살’이 9130년대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흥행에 참패한다는 충무로의 속설을 깼다.
‘암살’은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그동안 충무로에는 일제강점기 영화를 만들면 흥행에 실패한다는 통념이 있었다. ‘암살’의 메가폰을 잡은 최동훈 감독도 ‘뉴스룸’에 출연해 “나도 걱정이 좀 많았다. 심지어는 이 영화는 망할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일제강점기를 되돌아보는 것을 고통스러워하거나 즐길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를 했다. 긴장을 하긴 했는데,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도 “충무로의 그런 통념을 믿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며 1930년대가 정말로 ‘패배의 시대’인지 의문이 든다고 전한 바 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이 ‘패배의 시대’인지의 유무를 떠나 이때를 배경으로 다룬 영화들은 씁쓸한 성적을 받았다. ‘암살’과 같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라듸오 데이즈’(2008년, 누적관객수 21만명), ‘모던보이’(2008년, 누적관객수 76만명),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2015년, 누적관객수 35만명)이 그랬고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아나키스트’(2000년, 서울관객수 23만명), ‘청연’(2005년, 누적관객수 54만명)과 1940년대를 그린 ‘기담’(2007년, 누적관객수 67만명), ‘원스 어폰 어 타임’(2008년, 누적관객수 156만명) 등이 저조한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물론 모든 작품이 흥행 참패 공식을 따른 건 아니다. 그 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지난 2008년 개봉해 전국 66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시대적 배경이 영화와 크게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위의 작품들과 노선을 달리한다. 반면 ‘암살’은 1930년대가 영화의 중요한 배경이 되면서 이 시기를 살고 있는 격동의 인물들을 그려냈음에도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충무로에서 이 시기를 꺼리게 된 것은 국민정서 그리고 제작비와 관련이 있다.
관객들은 ‘패배의 시대’를 되짚는 걸 껄끄러워한다.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라면 굳이 아픔의 시대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며 고통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것. 또 영화화하기 매력적인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신물물과 구문물이 혼합되는 격동의 시기 특유의 낭만이 있었으며,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라의 대립이라는 극적 스토리를 이끌어 낼 수 있음에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없고 그렇다고 이들을 다 담아내기에는 산만해 보일 수 있다는 위험이 커 충무로의 기피대상이 됐다.
친일파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문제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친일파를 바라보는 시각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고, ‘청연’처럼 친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직도 그들의 후손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영화화를 기피하게 했다. 여기에 제작비도 무시할 수 없다. 많이 다뤄졌던 시대가 아닌 탓에 다른 시대극보다 그 시절을 재현하는데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고, 이는 자연스레 손익분기점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리스크를 다 껴안은 ‘암살’은 보기 좋게 개봉 전 우려를 불식하고 천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전면에 내세워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뤘고, 이들의 이야기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으며, 친일파를 응징하며 ‘아픔의 시기’에 대한 카타르시스도 안겼다. 그리고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름 없는 독립군들을 다시 기리는 계기도 마련했다.
‘암살’의 흥행세는 천만 관객 돌파 후에도 한 동안 이어질 기세다. 충무로의 통념을 보기 좋게 깨고 한국영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암살’이 또 어떤 기록들을 써나갈지 주목된다.
[영화 ‘암살’ 스틸. 사진 =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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