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준범에게 도전해보겠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지난 3월 2014-2015시즌 플레이오프 도중 전준범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전준범도 "받아들이겠다"라는 의사를 직,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1개월도 남지 않은 2015-2016시즌. 유재학 감독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모처럼 대표팀을 맡지 않은 이번 오프시즌에 전준범을 제대로 키워내고 있다.
모비스는 올 시즌 전력이 약화됐다.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나란히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대성도 군입대했다. 유재학 감독은 리빌딩을 선언했다. 국내 가드, 포워드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왔다. 그 중에서도 전준범은 리빌딩 핵심 자원.
17일 동국대와의 프로아마최강전 2회전. 전준범은 3점슛 5개 포함 17점을 올리며 모비스의 3회전행을 이끌었다. 유 감독은 그런 전준범에게 경기 중에도 끊임없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다. 전준점을 향한 유 감독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문태영 빈자리 메우기
문태영은 모비스의 간판 포워드였다. LG 시절 볼을 갖고 이리저리 끄는 습관이 있었던 문태영은 유 감독을 만나 심플한 농구를 익혔다. 볼을 만지는 시간을 최소화하되, 특유의 타점 높은 미들슛의 정확성을 더욱 높였다. 특히 문태영의 득점은 승부처에서 빛났다. 유 감독은 "문태영은 흐름이 끊겼을 때 그 흐름을 연결시켜주는 득점을 많이 했다"라고 회상했다. 한 마디로 순도 높은, 클러치 득점을 많이 했다는 뜻. 올 시즌부터 이 부분은 리오 라이온스가 맡는다. 그 역시 탁월한 외곽슛 감각을 지녔다. 그러나 라틀리프가 없는 이상 라이온스는 골밑 수비, 리바운드 등 빅맨 역할에 많은 비중을 두고 뛰어야 한다.
결국 국내 선수들이 외곽 득점을 상당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적임자가 전준범이다. 유 감독은 "지금 우리 팀에서 득점 감각이 가장 뛰어나다"라고 했다. 그리고 "공격적인 부분에서 많이 발전했다. 득점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라고 호평했다. 실제 전준범은 연세대 시절 슈터였다. 지난 시즌에도 3점슛 시도는 적었지만, 성공률은 43%로 높았다. 전준범이 승부처에서 문태영처럼 클러치 득점을 해내길 바라는 건 무리다. 그러나 그가 평균 득점만 높여도 모비스로선 큰 힘이 된다. 그의 지난 시즌 평균 득점은 16분36초간 4.68점.
▲몸싸움 기피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좋은 득점감각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유 감독은 "몸싸움을 싫어한다. 근성이 떨어진다. 독한 마음이 없다"라고 했다. 몸싸움에 대한 약점은 수비에서 드러난다. 동국대전 종료 4분17초전 전준범과 유 감독이 잇따라 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 당시 전준범은 박스아웃 과정에서 파울을 지적 받았다. 유 감독은 "파울은 아닌 것 같은데 동작이 어정쩡했다. 본인은 박스아웃을 했다고 하는데, 심판이 보기에는 몸 동작이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했다.
왜 몸 동작이 애매했을까. 몸싸움을 제대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수비를 할 때 몸 동작을 정확하고 빠르게 해야 하는데 손이 먼저 나간다"라고 했다. 이럴 경우 가상의 실린더를 침범한 것으로 간주, 핸드체킹으로 파울을 지적 받는다. 입단 2년차였던 지난 시즌 수비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 감독 눈에는 아직 부족하다.
▲계속 지적한다
이날 유 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교체돼 벤치로 들어오는 순간 몇 마디를 던지며 지적했다. 그런데 전준범에겐 경기 중 수시로 뭔가를 지적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만큼 유 감독이 전준범에게 공을 들인다는 증거. 계속 잘못된 부분을 수정시키고, 주입하는 일종의 교육이다.
사실 전준범의 집중력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닌 듯하다. 모비스는 이미 전준범의 집중력 결여로 크게 낭패를 볼 뻔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17일 SK와의 원정경기. 당시 전준범은 모비스가 89-86으로 앞선 4쿼터 종료 직전 애런 헤인즈에게 결정적인 파울을 했다. 김민수의 3점슛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헤인즈가 리바운드를 잡은 뒤 골밑슛을 시도했다. 모비스로선 그냥 놔두면 최소한 1점차 승리. 그러나 옆에 있던 전준범이 헤인즈의 팔을 쳤다. 동시에 헤인즈의 골밑슛이 들어가면서 바스켓 카운트. 당시 유 감독이 전준범에게 대노한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고, 경기 후에도 "초등학생도 하지 않는 짓"이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헤인즈의 추가 자유투가 들어가지 않으면서 모비스는 간신히 1점차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모비스로선 당시 헤인즈의 자유투가 들어갔다면 연장전을 치러야 했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전준범과 모비스 모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순간이었다.
유 감독은 전준범의 잠재적인 득점력에 대해선 높은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태생적인 몸싸움 약점과 부족한 근성과 집중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어머니처럼 잔소리를 한다. 그래야 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전준범과 모비스의 미래를 위해서다.
[유재학 감독과 전준범(위), 전준범(가운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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