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야수진의 힘이 많이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두산 야수진의 역량은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위타선부터 하위타선까지 위력이 고르다. 그리고 주전과 백업의 수준 차가 적다. 현재 백업으로 활용되는 야수 중 상당수는 타 팀에 가면 붙박이 주전을 꿰찰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백업의 깊이가 두껍다. 이 부분은 장기레이스에서 상당한 이점을 발휘한다.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잔부상을 앓는 타자가 많았다. 민병헌, 정수빈, 양의지, 오재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태형 감독은 이들과 정진호, 박건우, 장민석, 유민상, 국해성, 최주환, 고영민 등을 적시에 활용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홍성흔과 김재환, 시즌 중반까지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오재원 등의 부진 공백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사이클의 변화, 선수들의 컨디션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전과 타순의 기본 뼈대를 유지하되, 적절한 변화로 야수진의 역량을 시즌 내내 고르게 유지해왔다.
▲최저사이클의 부작용
최근 6연패 기간 두산 타선의 사이클은 시즌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감독이 계속 부분적인 변화를 가했음에도 그렇다. 최근 6경기서 팀 타율 0.245, 평균 2.8득점에 그쳤다. 그나마 12일 경기서 30타수 11안타를 치며 타율이 많이 올라갔다.(5연패 기간엔 타율 0.222) 하지만, 그날 두산은 병살타만 5개를 쳤고, 한 차례 삼중살을 당했다. 찬스 연결과 해결의 비효율성이 극대화된 게임.
전체적으로 야수들이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시즌 막판이다. 쉼 없이 정상적인 몸 상태로 달려온 선수들이라고 해도 지칠 때가 됐다. 최근 기온이 많이 내려가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여전히 일교차가 심하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연습할 때는 여전히 뜨거운 햇살과 싸워야 한다. 때문에 야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한 여름보다 오히려 더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어느 팀이든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타격 사이클이 집단적으로 바닥을 향할 때가 생긴다. 다만 타 팀에 비해 좋은 조건 속에서 사이클을 잘 조절해온 두산으로선 당혹스럽다. 시즌 막판, 극심한 순위다툼 속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 7차전 같은 시점에서 타격 사이클이 바닥으로 내려갔기 때문.
곧바로 부작용이 일어났다. 두산 마운드의 언밸런스는 리그에서 가장 극심하다. 선발진 위력은 리그 최상위권이지만, 불펜 위력은 리그 최하위. 그나마 이현승이 마무리로 가세한 전반기 막판 이후 조금씩 안정감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함덕주, 이현승이 계속 조금씩 흔들린다. 오현택은 필승계투조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풀타임 필승계투조 경험이 없는 투수가 많은 상황서 어쩔 수 없는 성장통. 시즌 중반까지 두산이 2~3위권을 유지했던 건 이런 부분을 야수진 특유의 역량으로 보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수진의 힘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서 마운드의 붕괴를 보완하지 못하면서 6연패까지 이어졌다. 순위는 4위로 떨어졌다.
▲2% 부족한 내실
타선 자체의 내실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두산은 13일 현재 팀 타율 0.288(3위), 출루율 0.367(3위)로 준수하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삼진(703개)을 당했고, 대타 타율도 0.280(2위)으로 아주 좋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카드가 많았고, 좋은 결과를 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장타력이 0.430으로 5위, 조금 부족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야구장에 속하는 잠실을 홈으로 쓰는 불리함이 가미된 부분도 있다. 잔부상을 앓는 선수가 많이 팀 도루도 93개(7위)에 불과하다.(성공률도 69.4%로 4위) 그렇다면 연결과 해결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런데 두산의 득점권 타율은 0.281로 4위다.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팀 타율보다는 떨어진다. 평소의 애버리지를 감안하면 득점권에선 효율성이 약간 떨어졌다는 의미. 결국 출루율을 가미한 팀 OPS는 0.797, 5위로 떨어진다. 결국 팀 타점 647개(5위), 팀 득점 679개(5위) 등 두산의 전반적인 득점 생산력은 중위권. 멤버들의 무게감에 비하면 압도적인 성적과 스탯은 아니다.
타석에서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실책도 적지 않게 나왔다. 물론 두산의 실책은 79개로 리그 최소 3위에 불과하다. 여전히 전반적인 수비력은 좋다. 하지만, 타선의 침체가 이어지면 디펜스로 버텨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12일 연이은 수비 실책성 플레이는 타선 침체의 또 다른 부작용이었다. 그만큼 타격과 수비, 타선과 마운드는 상호작용에 따라 변화한다.
두산 야수들은 여전히 몰아치는 역량이 좋다. 지금도 타 팀 마운드는 두산 타선을 경계한다. 두산이 다시 3위 싸움서 힘을 내려면 타선 위력 회복 외에는 별 다른 대책이 없다. 타선이 살아나서 시즌 초반처럼 마운드 누수를 메워내야 한다.
[두산 야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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