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구속 상승과 제구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죠."
2년 전인 2013년 1월. 김용주는 재활군에서 훈련 중이었다. 대전구장에서 만난 그에게 교과서적인 질문을 던졌다. '1라운더로 기대가 크다. 올해는 어떤 점을 가다듬고 있느냐'고. 그는 "구속 상승과 제구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교과서적인 질문에 교과서적인 답이 돌아왔다. 사실 정립된 게 없으니 어떤 답변을 내놓기도 애매했다. 당시 김용주는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본인도 "심리적으로 무너져 있었다"고 돌아봤다.
▲고교 에이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김용주는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10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전면드래프트 시행 첫해 전체 4순위, 그만큼 기대치가 높았다. 한화는 김용주에게 계약금 1억 8천만원을 안겨줬다. 제구력이 강점인 좌완투수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해 2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2패 평균자책점 40.5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강점이던 제구력이 실종됐다. 2이닝 동안 6안타(2홈런)를 맞았고, 사사구도 6개나 내주며 9실점했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후 2012년까지 단 한 번도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지 못했다. 2013년 김응용 감독 부임 이후 기회를 잡았다. 그해 9월 1일 근 3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았고, 6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86(7이닝 4실점 3자책점)을 기록했다. 이전보다 한층 향상된 제구력을 선보였다. 김응용 감독은 당시 "김용주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다. 변화구가 좋고 안정감이 있다"고 했다.
▲김응용 감독과의 만남,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다
2013시즌을 앞두고 "구속 상승과 제구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훈련 중"이라고 했던 김용주다. 확신이 없었다. 2년간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으니 불안감도 컸을 터. 그런데 시즌 막판 1군 경험이 큰 자산이었다. 늦기 전에 입대를 결정했다. 동료 하주석, 오선진과 함께 국군체육부대에서 복무했다. 최근 전역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22경기에서는 8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4.53(97⅓이닝 58실점 49자책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4경기를 제외한 전 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착실히 선발 수업을 받았다.
한화는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좌완투수를 염진우(원주고-디지털문예대, 5라운드) 단 한 명만 뽑았다. 당시 정영기 한화 스카우트팀장은 "좌완투수 김용주가 전역한다. 많이 발전했기에 기대가 크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신인 선수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김용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김용주가 전역하기 무섭게 1군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29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상대 선발투수는 차우찬.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하지만 김용주는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2실점 쾌투로 감격의 데뷔승을 따냈다. 김성근 감독의 통산 1300승도 김용주의 호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삼성 타자들은 김용주의 공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정확히 140km에 불과했지만 타이밍을 뺏는 슬라이더와 커브가 돋보였고, 공 끝 움직임도 좋았다. 특히 적재적소에 슬라이더로 땅볼을 유도했고, 바깥쪽 코너워크도 일품이었다. 4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채태인을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장면은 백미였다. 3B 0S 상황에서 바깥쪽 직구 2개로 카운트를 잡고, 기막힌 종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달라진 김용주의 싸움닭 기질을 엿볼 수 있던 대목.
▲가장 달라진 건 바로 자신감!
경기 후 김용주와 연락이 닿았다. 목소리가 무척 밝았다. 2년 전과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그는 "첫 승을 따내 기쁘다. 삼성에 좌타자들이 많아 더 자신 있게 던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13년 김응용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고, 1군 경기에 나서면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달라진 건 자신감, 멘탈이다"고 말했다.
입대는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많이 던지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기술보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었다. 고교 시절 '에이스' 호칭은 내려놓았다. 그는 "나는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다. 제구력 향상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장점을 극대화했다. 그러면서 변화구를 더 가다듬었다.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 "구속 향상보다 변화구를 가다듬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제 한화는 단 4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일정상 한화의 시즌 최종전은 내달 3일 수원 kt전. 김용주가 선발 등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마운드 사정상 계투로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용주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기 끝나고 김성근 감독님께서 하이파이브 하시면서 손을 꼭 잡아주셨다"며 "어떤 위치든 상관없이 감독님께서 또 기회 주시면 최선을 다해 보답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화 이글스 김용주.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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